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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을 세웠으면 몸은 빠져라!

박재희 | 21호 (2008년 11월 Issue 2)
한나라 유방이 서초패왕 항우를 물리친 뒤 신하들에게 연회를 베풀었다. 그는 신하들에게 자신이 항우를 이기고 승리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였다.
 
“나는 초왕 항우와 비교해 나을 것이 아무 것도 없다. 그러나 나에게는 전쟁에 나가서 싸우기만 하면 승리로 이끄는 한신(韓信)이란 장군이 있고, 지혜와 책략으로 나를 위해 완벽한 조언을 하고 작전을 세우는 정책 전문가 장량(張良)이 있으며, 후방의 민심을 안정시키고 적시에 보급물자를 조달하는 소하(蕭荷) 같은 내정의 전문가가 있었다. 이것이 내가 천하를 손에 넣은 이유다.”
 
한신 등 세 사람은 한나라 개국의 일등공신이지만 이들이 성공을 누린 방법은 전혀 달랐다. 작전 참모인 장량은 자신의 주군과 어려움은 함께 할 수 있더라도 그 즐거움은 나눌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았다. 그래서 한 제국의 위업을 달성하고는 아무런 공(功)을 주장하지 않고 스스로 모든 자리를 사양하고 낙향해 천수를 누렸다.
 
그러나 대장군 한신과 소하는 자신들의 공을 주장하고 함께 공을 누리려다가 끝내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한신은 자신이 불행하게 잡혀가면서 ‘토끼를 잡으니 그 토끼를 잡는 데 사용한 사냥개를 잡아먹는구나’라는 토사구팽(兎死狗烹)이란 유명한 말을 남겼다.
 
세상에 어려움을 함께 하고 그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가는 것은 비교적 쉽다. 그러나 성공을 이루고 목표를 달성했을 때 그 성공을 함께 나누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어서 쉬운 일이 아니다. 벤처기업을 만들기 위해 밤을 새우며 함께 고생하던 동지들이 회사가 커지고 먹을 것이 많아지자 갈등이 생기는 경우를 수없이 봤다. 처음 지하 셋방에서 함께 고생할 때 그렇게 사이가 좋던 부부도 돈을 벌어 성공하고 지위가 높아지면 갈등이 생긴다. 그러면서 정말 고생하고 어려운 때가 더 좋았노라고 회고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성공에 대해 자신의 공만을 자랑하고 누리려 하기 때문이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이렇게 충고한다. ‘위대한 사람은 자신이 이룬 공을 자랑하지 않는다. 그는 성공을 이루고도 그 성공에 머물지 않기 때문에 진정 그 성공에서 멀어지지 않는 것이다.’
 
자신이 이룬 공을 자랑하고 싶어 하고, 누리고 싶어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그 공에 대한 집착이 강하면 강할수록 오히려 내게서 멀어진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현명한 사람들의 인생 전략에는 자신이 이룬 공을 자랑하지 않고 묵묵히 겸손함으로 일관한다는 공성신퇴(功成身退)의 정신이 있다.
 
또 성공한 사람은 어떻게 조직을 영원히 소유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기보다 어떻게 아름답게 퇴장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그토록 어렵게 공을 세워놓고 하루아침에 그 공을 무너뜨리는 것은 자신이 이룬 성공에 군림하려 하기 때문이다. 내가 이룬 성공을 잡으려 하기보다 아낌없이 놓을 때 진정 내 것이 될 수 있다.
 
노자는 공(功)을 이루었으면(成) 몸은(身) 뒤로 물러나야(退) 한다는 ‘공성신퇴’의 정신을 말하면서 물(水)의 정신을 본받아야 한다며 이렇게 말한다. ‘자연계의 물(水)이야 말로 가장 아름다운 삶의 자세다. 물은 모든 만물을 이롭게 해 주지만 남에게 그 공을 자랑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남들이 가장 싫어하는 낮은 곳으로 임하기에 물은 영원한 승자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 교수,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는 <21세기 경제전쟁시대, 손자와 만나다> <손자병법으로 돌파한다> 등이 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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