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힘들수록 사람들은 긍정적인 사고를 강조하곤 한다. 그런데 현실을 호도하는 긍정적인 사고는 노력할 필요를 없게 만들어 오히려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실을 과도하게 부정적으로 보는 사고방식도 마찬가지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인정해야 그에 필요한 노력을 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현실이 어려울수록 어려움을 냉철하게 직시해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현우야, 수학 시험 다 맞혔어? 틀린 문제 있어?”라고 집에 들어오는 현우에게 엄마가 물었다. 현우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엄마, 다 맞힌 것 같아!”라고 말했다. 현우 엄마는 현우의 말에 아주 흡족해했다. 곧이어 누나인 미정이가 울상으로 집에 들어왔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엄마가 물었다. “미정아, 수학 시험 잘 봤어? 몇 개 틀렸어?” 미정이는 울음을 참아가며 “엄마, 다 망친 것 같아”라고 말했다. 현우 엄마는 누나의 말에 화를 냈고, 미정이는 참았던 눈물을 쏟으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날 현우는 행복했고 미정이는 불행했다.
내 친구였던 현우와 (현우) 누나인 미정이의 중학교 시절 이야기이다. (신기한 것은) 현우는 항상 시험을 잘 봤다고 이야기했고, 미정은 항상 시험을 망쳤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더 신기한 것은 2주 후에 진짜 성적이 나왔을 때였다. 다 맞혔다고 호언장담하던 현우의 얼굴은 실망과 낙담으로 가득 차 있었고, 망쳤다고 울었던 미정이의 얼굴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현우와 미정이는 똑같이 수학 문제 25개 중 23개를 맞혀 92점을 받았다. 다 맞힌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망친 것도 아니었다.
그러면 왜 현우는 다 맞혔다고 생각했고, 미정이는 망쳤다고 생각했을까? 현우와 미정이의 계산 방식이 달랐기 때문이다. 현우는 자기 생각에 25개 문제 중 22개는 확실히 맞혔다고 생각했다. 나머지 3문제 중 2문제는 50% 확률로 맞혔다고 생각했다. 나머지 한 문제는 전혀 몰라서 무작위로 찍었다.
필자는 사회심리학자이자 문화심리학자이다.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에서 학사, 아이오와대에서 석사, 일리노이대에서 사회심리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2년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로 부임한 뒤 2013년 ‘연세대학교 언더우드 특훈교수’에 선정 및 임명됐고 2015년 아시아사회심리학회에서 ‘최고의 논문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차라리 이기적으로 살 걸 그랬습니다』 『노력의 배신』이 있다. 삼성, LG, 사법연수원, 초·중·고등학교 학부모 연수 등 각종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칭찬과 꾸중에 관한 강연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