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유명함이나 대단함 같은 개념을 무의식중에 ‘크다’라는 물리적 개념으로 바꿔 받아들인다. 유명하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은 당연히 덩치가 클 것이라고 예단하는 식이다. 크기가 우리 생각 이상으로 우리의 삶, 나아가 생명의 역사를 좌우해 왔기 때문이다. 크기에 대한 선호는 곤충부터 큰 동물에 이르기까지 보편적이라 해도 좋을 만큼 자연 전반에서 나타난다. 커질수록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몸집을 키우면 당장 에너지 효율이 크게 올라간다. 체온 유지는 쉬워지고, 더 적은 물이나 먹이를 먹고도 더 오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몸집이 두 배 차이가 나면 먹는 양도 두 배여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론 1.75배 정도면 된다. 25% 정도의 효율을 더 챙길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의 진화생물학자 존 타일러 보너가 “크기야말로 모든 특성을 결정하는 요인”이라고 한 것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들이 몸집을 키우고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이유 중 하나도 이것이다. 클수록 비용이 줄고 조직을 유지하고 생존하는 데 유리한 점이 생긴다. 무엇보다 덩치를 대폭 키워 최상위로 올라설 경우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유럽 관광을 처음 가는 이들이 필수 코스로 여기는 곳들이 있다. 벨기에의 오줌싸개 동상(또는 오줌싸는 소년의 동상)과 덴마크의 인어공주 동상, 독일의 로렐라이 언덕 등이다. 어린 시절 접했던 동화나 전설에 나오는 상상의 고향인 까닭인데 이런 마음을 품고 찾아간 이들이 대부분 느끼는 공통점이 있다. 뭘까?
감탄? 완전히 반대다. 실망한다. 아니, 실망하는 정도가 아니라 허탈해 한다. 그래서 유럽의 3대 허무 관광지로 꼽히기도 한다. 대체 왜 실망할까?
먼저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오줌싸개 동상부터 보자. 이 동상의 크기가 얼마나 될까? 이곳을 가 보지 않은 이들에게 물으면 약속이나 한 듯 “이 정도쯤?” 하면서 팔을 적잖게 벌린다. 동상의 주인공이 소년이니 그 정도쯤 되지 않겠냐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실제는 상상 이하다. 흔히 보이는 30㎝ 길이의 자 2개를 붙여 놓은 수준인 61㎝에 불과하다. 작아도 너무 작아 허탈하지 않기가 힘들 정도다. 안데르센 동화에 나오는 덴마크의 인어공주 동상 역시 마찬가지다. 조금 더 큰 80㎝이긴 하지만 거기서 거기다. 라인강을 항해하는 뱃사람들이 이곳에서 부르는 요정의 노래에 취해 배가 좌초되곤 했다는 독일의 로렐라이 언덕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그래도 뭔가 있지 않겠어?’ 하는 마음을 완전히 허물어뜨린다. 바위로 된 평범하기 그지없는 언덕인 까닭이다. 마치 백제의 삼천 궁녀가 뛰어내렸다는 충남 부여의 낙화암을 본 듯한 그런 표정이 저절로 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