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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Creativity Code

창조주에게 배우는 한 수 ‘생체모방(Biomimicry)’

박영택 | 253호 (2018년 7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자연은 가장 지혜롭고 숭고한 스승이라고 했다. 생체모방(Biomimicry)은 생체의 구조나 기능으로부터 유추하는 것이다. 자연의 설계를 탐구하면 할수록 ‘연구(Research)’란 자연에서 ‘다시(Re)+찾는다(Search)’는 것에 공감하게 된다. 생체모방은 신소재 개발과 설계 효율화를 위해 많이 활용되고 있으며 생명체뿐 아니라 자연현상에서 유추하는 것으로 확대되고 있다.

편집자 주
대부분의 사람에게 창의성은 손에 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존재입니다. 무수히 많은 창의적 사례를 분석해 보면 그 안에 뚜렷한 공통적 패턴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창의적 사고의 DNA를 사례 중심으로 체계화해 연재합니다.


2010년 11월1일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실린 ‘중력에 도전하는 염소들’이라는 사진이 한때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사진은 알프스 산양들이 이탈리아 북쪽 지역의 국립공원에 있는 댐의 벽면을 오르는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산양의 무리들이 거의 수직에 가까운 벽돌 벽면을 올라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불가사의하다. 초식(草食)으로는 섭취하기가 힘든 염분이나 미네랄을 얻기 위해 산양들이 댐 벽면의 벽돌을 혀로 핥으며 오른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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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 산양들은 높은 고도의 가파른 산악지역에서 서식하는데 절벽을 오르내릴 때에도 전혀 두려움이 없다고 한다. 이들이 가파른 절벽을 오르내릴 수 있는 비결은 발바닥에 있다. 산양의 발굽은 둘로 갈라져 있는데 발굽이 갈라진 다른 어떤 동물들보다 갈라진 틈이 넓다. 또한 발굽의 바깥 테두리 부분은 단단한 물질로 구성돼 있으며 안쪽 부분은 고무처럼 말랑말랑하다. 이와 같은 발굽 덕분에 지형에 따라 갈라진 발굽을 오므리거나 벌리면서 땅에 밀착시키기 때문에 가파른 절벽에서도 미끄러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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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화의 밑창도 알프스 산양의 발바닥을 모방하면 미끄럼을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생각과 같이 생체의 구조나 기능에서 유추하는 것을 생체모방공학(Biomimetics)이라고 한다. 이보다 더 넓은 의미에서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 혁신을 통칭해 생체모방(Biomimicry)이라고 한다.

생체모방 소재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수영 종목의 금메달 33개 중 28개는 스피도(Speedo)라는 전신 수영복을 착용한 선수들이 가져갔다. 그중에는 3관왕을 차지한 호주의 수영 영웅 이언 소프(Ian Thorpe)도 포함돼 있다. 또한 15개의 수영 세계 신기록 중 13개가 이 수영복을 착용한 선수들로부터 나왔다.

수영은 0.01초로도 승부가 갈리기 때문에 선수들의 기량뿐 아니라 물의 저항을 줄일 수 있는 수영복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올림픽 수영 종목은 물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신소재 개발의 경연장이기도 하다. 수영복의 역사를 보면 물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전신 수영복에서 사각팬티, 삼각팬티 순으로 작아져 왔는데 스피도는 거꾸로 전신 수영복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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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도에 적용된 핵심 기술은 상어 피부에서 유추한 것이다. 상어 피부는 매끄러워 보이지만 사실은 작은 이빨 모양의 돌기들이 촘촘히 배열돼 있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이러한 돌기들이 헤엄칠 때 전진하는 것을 방해하는 저항력을 증가시킬 것 같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이 돌기들 때문에 상어가 헤엄칠 때 물에서 작은 소용돌이가 발생하는데 이 소용돌이가 피부를 물에서 떼어 놓기 때문에 물의 저항력이 오히려 줄어든다. 이것은 골프공이 날아갈 때 공 표면의 딤플(표면에 오목하게 파인 작은 구멍들)이 공기의 저항을 줄여주는 것과 흡사하다.

상어 피부를 모방한 다른 제품으로는 박테리아나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하는 샤클렛(Sharklet)이라는 코팅용 필름이 있다. 상어 피부에는 표면의 치상 돌기 때문에 박테리아나 미생물이 달라붙어서 자라지 못한다. 세균에 감염되기 쉬운 병실이나 공중화장실, 어린이 시설, 각종 실험실 등에 이 필름을 코팅하면 박테리아나 미생물의 성장이 크게 억제된다. 이것은 물질 표면의 구조 변경을 통해 박테리아의 성장을 억제한 최초의 기술이다.

색소가 없어도 특정한 파장의 빛을 반사하는 광결정(光結晶) 때문에 나타나는 빛깔을 구조색(structural color)이라고 한다. 공작새의 화려한 깃털이나 보석 오팔의 영롱한 빛깔은 모두 구조색이다. 색소 때문에 나타나는 색깔은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같은 색으로 보이지만 구조색은 보는 방향에 따라 색깔이 조금씩 다르게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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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색과 관련해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은 남아메리카 정글에 사는 모르포(Morpho) 나비다. 이 나비의 날개는 보석처럼 아름다운 파란 빛깔을 띤다. 일본의 고기능 섬유 및 재료 기업인 테이진(帝人)은 모르포 나비의 구조색을 모방한 모르포텍스(Morphotex)를 개발했다. 물감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모르포텍스는 빛이 비치는 방향이나 보는 위치에 따라 옷감의 색깔이 바뀐다. 염료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이 옷감의 제조공정은 친환경적이다.

생체모방 디자인
영국 BBC에서 만든 ‘올빼미의 정숙 비행(The silent flight of an owl)’이라는 재미있는 과학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고성능 마이크로폰을 설치한 스튜디오에서 비둘기와 송골매, 외양간 올빼미가 각각 먹이를 향해 날아갈 때 나는 날갯짓 소리와 이를 녹음한 음파(音波)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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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가 날아갈 때는 거의 연속적으로 소리가 나는 데 반해 송골매는 날갯짓할 때만 소리가 난다. 그러나 올빼미가 날아갈 때는 날갯짓 소리조차 들리지 않으며 감지된 음파의 파형도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올빼미가 이와 같이 침묵의 비행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깃털의 구조가 다른 새들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올빼미의 깃털 끝은 빗살처럼 가늘게 갈라져 있는데 이것이 공기의 난류(亂流)를 만들어 소음을 흡수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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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팬 모터 제조회사인 Ziehl-Abegg는 올빼미의 깃털을 모방한 축류 팬(axial fan)을 설계해 기존 제품보다 소음을 6데시벨(dB) 정도 줄였다. 축류 팬은 에어컨, 냉장고, 냉각기, 송풍기 등과 같이 다양한 곳에 사용된다. 우리 귀로 차이를 인지할 수 있는 소음의 최소 크기가 1~1.5dB 정도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6dB의 차이는 상당한 것이다. 모터 소리가 조용하다는 것은 공기의 저항을 적게 받는다는 뜻이므로 에너지 효율도 그만큼 높다.

혹등고래는 버블 넷 피딩(bubble net feeding)이라는 독특한 먹이 사냥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청어 떼를 사냥하기 위해 혹등고래의 무리는 먹이 아래에서 원형을 이루어 돌면서 머리 위에 있는 분수공(噴水孔)을 통해 공기를 내뿜는다. 이 공기 때문에 혹등고래의 무리가 회전하는 원 위로 수많은 기포가 형성되고, 청어 떼는 그 안에 갇히게 된다. 고래들은 회전하는 원의 반경을 점점 좁혀가며 청어 떼를 안쪽으로 몬 후 입을 크게 벌린 상태로 원의 중심부를 향해 수면 위로 솟구치면 수많은 청어가 고래 입속으로 들어간다. 이처럼 혹등고래는 상호 협력하면서 지혜로운 방법으로 먹이 사냥을 한다.

수면 위에서 보는 혹등고래의 사냥 장면은 장관이라고 한다. 먼저 커다란 공기 방울이 큰 원을 그리면서 계속 올라오다가 시간이 지나면 엄청난 양의 물고기 떼가 수면으로 올라오면서 파닥거리고, 이어서 한 무리의 고래들이 입을 크게 벌리고 수면 위로 솟구치면서 물고기들을 삼키면 바닷새들도 먹이를 낚아채기 위해 몰려든다.

과학자들이 혹등고래의 등에 카메라를 달아서 관찰한 바에 의하면 이들이 사냥하는 방법은 겉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현명하다고 한다. 한 무리의 혹등고래가 청어 떼 밑에서 원을 그리며 공기를 뿜어내는 동안 일부는 소리를 이용해 청어 떼를 공기 방울 벽 안으로 몰아넣는다. 또한 다른 혹등고래는 더 깊이 들어가서 실린더 형상의 공기방울 벽에 갇힌 청어 떼를 위로 몬다고 한다. 이와 같이 혹등고래가 영리하게 먹이 사냥을 할 수 있는 것은 지적 능력뿐 아니라 민첩하고 정교하게 헤엄칠 수 있는 신체적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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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길이가 15m, 무게가 40t까지 나가는 거대한 혹등고래가 탁월한 수영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가슴에 붙어 있는 지느러미 때문이다. 혹등고래의 가슴지느러미는 몸길이의 3분의 1이나 될 만큼 긴데 앞부분에 여러 개의 돌기가 있어 끝이 울퉁불퉁하다.
혹이 없는 매끈한 지느러미에 부딪힌 물은 수많은 소용돌이로 분산되지만 혹등고래의 지느러미에 부딪힌 물은 돌기 사이의 골짜기를 따라 흘러나간다. 이러한 지느러미 구조 덕분에 혹등고래는 천천히 움직일 때도 정교한 수영이 가능하다고 한다. 풍동(風洞) 실험에 의하면 혹등고래의 지느러미처럼 날개의 끝부분에 작은 혹 모양의 돌기들을 만들어주면 양력(揚力)이 8% 증가하고 항력(抗力)은 32% 줄어든다.

웨일파워(WhalePower)라는 회사는 풍력발전기의 날개 끝부분에 혹등고래의 지느러미처럼 돌기를 만들어 전력생산 효율을 20% 정도 높였다. 또한 독일의 과학자들은 헬리콥터의 날개마다 186개의 작은 고무 돌기를 부착해 양력을 높이고 조종 안전성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외적이 침입하기 힘들도록 댐을 만들어 물길을 막고, 물 한가운데 집을 짓고 물속으로 드나드는 동물이 있다. 거대한 땅다람쥐처럼 생긴 비버(beaver)가 그 주인공이다. 비버는 하천 가까이 있는 나무를 갉아서 쓰러뜨린 후 물가로 끌고 온 다음 그것을 또다시 갉아서 적당한 크기로 잘라내어 물길을 막고 빈틈을 진흙으로 발라서 댐을 만든다. 비버의 앞니는 지름 30㎝ 정도의 나무를 10~15분이면 갉아서 쓰러뜨릴 정도로 예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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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용하는 칼은 사용시간의 경과에 따라 무뎌지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갈아서 사용해야 하지만 비버의 앞니는 갈아주지 않아도 평생 날카로운 상태를 유지한다. 비버의 앞니를 모방하면 평생 갈지 않아도 되는 부엌칼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독일의 조리기구 생산업체인 휘슬러(Fissler)는 비버의 앞니를 모방해 칼날을 갈지 않아도 날카로움이 계속 유지되는 휘슬러 바이오닉(Fissler Bionic)이란 부엌칼을 출시했다. 비결은 마모 속도가 다른 두 개의 층으로 구성된 금속을 칼날의 재료로 사용한 것이다. 칼날이 마모되더라도 양쪽 면의 마모 속도가 다르면 두 면이 만나는 중간 접촉 부분은 언제나 날카로운 상태가 유지된다.

자연모방 디자인
자연에서 보면 토네이도나 월풀처럼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움직이는 것이 많다. 태풍의 눈이나 은하수의 움직임도 소용돌이 형태다.
팬, 펌프, 프로펠러 등과 같은 종래의 회전 장치는 평면 또는 단순한 형태의 곡면 날개가 돌면서 원심력을 발생시킨다. 이에 반해 자연에서 관찰되는 소용돌이는 나선 형태로 휘감기면서 구심력을 발생시킨다. 이러한 차이에 착안해 팍스 사이언티픽(PAX Scientific)을 창업한 제이 하먼(Jay Harman)은 자연의 소용돌이 형상을 발생시키는 백합꽃 모양의 릴리 임펠러(Lily Impeller)를 개발했다.

나선 형태의 소용돌이를 만드는 릴리 임펠러를 사용하면 에너지가 15~30% 정도 절감되며 소음도 75% 가까이 줄어든다. 릴리 임펠러는 팍스 사이언티픽의 특허 기술이다.

20세기 최고의 건축가로 손꼽히는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 1852~1926)는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많은 독창적 건축물을 남겼는데 그중 7개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가우디의 건축물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바르셀로나의 상징이 된 사그라다파밀리아성당이다. 스페인어로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는 성(聖가족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성가족성당이라고도 많이 부른다. 이 성당은 1882년에 착공됐지만 아직도 건축이 진행되고 있다.

사그라다파밀리아성장의 중앙 천장을 보면 기둥들이 위로 올라가면서 나뭇가지처럼 벌어져 있는데 채광창을 통해 빛이 들어오면 마치 나무가 우거진 숲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새로운 일을 하는 데 도움을 구하기 위해 자연의 법칙을 찾는 사람은 창조주의 동역자”라는 그의 말을 상기해 보면 가우디가 실제로 숲속에 있는 느낌을 구현하고자 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연구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리서치(Research)는 ‘다시(Re)+찾는다(Search)’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이것은 “사람은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할 뿐이다”라는 가우디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필자소개
박영택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KAIST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품질경영학회 회장, 성균관대 산학협력단 단장, 영국 맨체스터경영대학원 명예객원교수, 중국 칭화대 경제관리대학 객원교수 등을 역임했다. 성균관대에서 ‘비즈니스 창의성’을 강의하고 있으며 온라인 대중공개 강의인 K-MOOC의 ‘창의적 발상’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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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영택

    박영택[email protected]

    - (현)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 성균관대 산학협력단 단장
    - 영국 맨체스터경영대학원 명예객원교수
    - 중국 칭화대 경제관리대학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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