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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 원천은 낯선 경험, 노벨상 받은 과학자도 예술을 즐겼다

한근태 | 236호 (2017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강의 듣기와 반복 듣기보다 학습 효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시험이다. 시험이 반복 읽기와 다른 점은 공부할 내용을 인출(Retrieve)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아는 것을 꺼내보는 인출은 장기 기억으로 가는 최선의 길이다. 인출은 시험만을 뜻하지 않는다. 암송, 요약, 토론, 발표, 관련 글을 쓰는 등 공부한 내용을 밖으로 표출하는 과정을 뜻한다. 이렇게 고된 작업을 통해 뇌는 변하고 장기 기억이 만들어진다. 한편 공부의 핵심 두 가지는 독해력과 요약 능력이다. 독해력이 부족하면 업무 파악이 잘 안 된다. 요약 능력이 부족하면 보고하고 소통하는 것이 힘들다. 두 가지 능력을 올리는 방법은 결국 독서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지식의 유통기간도 짧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대학에서 배운 알량한 지식으로 평생을 먹고살았지만 더 이상 아니다. 계속해서 자신의 지식을 업그레이드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힘들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 기술 같은 것은 대학에서 가르치지 않는다. 자신이 알아서 공부하고 이를 현업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는 좋은 대학을 나왔는지보다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느냐가 중요해진다. 무엇보다 효과적인 공부 방법이 필수다. 오늘은 그런 것에 관한 책 『완벽한 공부법』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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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모르면 공부도 없다

EBS는 상위 0.1% 학생을 대상으로 ‘학업성취도와 기억력의 상관관계’를 테스트했다. 그들은 인지능력이 좋았다. 기억력이 좋은 게 아니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수준인지를 잘 알고 있다. 그게 필수적이다. 학원은 무조건 가는 게 아니라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간다. 보통 학원에서 강의를 들을 때는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직접 문제를 풀려면 풀지 못한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에겐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필수다. 하위권 아이들은 다르다. 열심히 학원은 다니지만 실력이 늘지 않는다. 자기만의 시간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원에 다니는 목적도 공부보다는 불안감을 없애기 위한 경우가 많다. 자신을 인지하는 것이 메타인지이다. 메타인지를 높이기 위한 실천계획은 다음과 같다.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때 그 부분을 다시 세심하게 읽는가? 짧은 단락을 읽고 난 뒤 방금 읽은 내용을 자기 말로 요약해 보는가? 책을 읽을 때 요약 정리된 부분이나 연습문제를 꼭 푸는가? 책에 나온 아이디어를 서로 연계해 보려고 하는가? 모르는 용어가 나왔을 때 사전을 찾거나 검색을 하는가? 시험공부를 할 때 어렵다고 생각하는 부분에는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가? 읽은 자료들의 필요성에 대해 평가하고 적절히 분류해서 정리하는가?”

메타인지를 높이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학습 전략을 배운다. 책을 읽으면 좋아진다. 둘째, 자기 실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피드백을 경험한다. 연습문제를 풀고, 내용을 요약하고, 다른 사람을 가르쳐 본다. 셋째, 인지과정을 알면 메타인지는 올라간다. 메타인지는 나의 인지과정에 대한 인지능력이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한계를 알아야 한다. 주제파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인간은 자주 착각을 한다. 첫째, 기억력 착각이다. 기억은 믿을 게 못 된다. 자신의 기억을 의심해야 한다. 둘째, 자신이 세상을 제대로 보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셋째, 사후 해석 편향이다. 어떤 일이 벌어지기 전에는 잘 몰랐으면서 일이 벌어지고 난 후 “내 그럴 줄 알았지”라고 생각한다. 넷째, 계획 오류다. 자신의 실행력에 대한 과대평가다. 다섯째, 정서 예측 오류다. 자신의 미래 감정을 잘못 예측하는 것이다. 행복감은 오래 가지 않는다. 슬픔도 그렇다. 이외에도 어떤 항목이든 자신을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신의 처음 주장을 지지하는 근거만을 찾는 확증편향, 내 기여도를 과장하는 가용성 편향, 권위자의 말이라면 자신의 생각도 기꺼이 바꾸는 권위자 편향도 문제를 일으킨다.


기억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강의 듣기와 반복해서 듣는 것은 학습에 별 소용이 없다. 강의를 들을 때는 뇌가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않는다. 학원을 다니는 것만으로는 공부를 잘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기억을 잘할 수 있을까? 시험을 자주 보면 된다. 성적에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퀴즈다. 시험을 통해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험을 본 후 오답노트를 따로 정리하는 것은 시험성적을 올리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반복 읽기와 다른 점은 공부한 내용을 인출(Retrieve)하기 때문이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배운 것을 스스로 끄집어낼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아는 것을 꺼내보는 인출은 장기 기억으로 가는 최선의 길이다. 인출은 시험을 비롯해 암송, 요약, 토론, 발표, 관련 글쓰기 등이다. 공부한 내용을 어떤 식으로든 밖으로 표출해보는 것이다. 매우 힘든 작업이다. 하지만 이렇게 고된 작업을 할 때 뇌는 변하고 장기 기억이 만들어진다. 책이나 글로 썼던 내용, 강의했던 내용, 팟캐스트 방송으로 토론했던 내용, 상담했던 내용 등은 어떤 상황에서도 청산유수처럼 설명할 수 있다. 이게 인출의 힘이다. 인출, 시험, 암송, 토론, 요약, 글쓰기, 발표 등은 장기 기억에 매우 탁월한 공부법이다.


성공적인 목표 설정은 따로 있다

상담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는 것이 있다.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든 목표가 중요하다. 행복을 위해서도 그렇다. 왜 그럴까? 목표는 현재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목표는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 수단이다. 목표가 있어야 현재 모습을 구체적으로 볼 수 있다. 목표가 없으면 현재 위치도 알기 어렵다. 목표에는 성장 목표와 증명 목표가 있다. 성장 목표를 가진 사람은 공부 그 자체에 가치를 둔다. 자기가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둔다. 증명 목표는 자기 능력을 주변 사람들에게 입증하는 것이다. 성장 목표의 비중이 높은 것이 낫다.

성장의 핵심은 홀로 공부하는 것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스스로 부딪치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엄청난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비범한 능력을 개발한 사람은 없다. 재능보다 근면성이 더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자제력이 필요하다. 근육을 키우는 것처럼 자제력 또한 훈련을 통해 키울 수 있다. 에릭슨이 제안한 의식적인 연습의 7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체계적인 방법으로 연습한다. 둘째, 자기 능력보다 어려운 작업을 지속적으로 한다. 책을 읽었다면 서평을 쓰고, 토론하고, 발표를 한다. 셋째,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로 연습한다. 넷째, 신중하고 계획적으로 연습한다. 스스로 자신을 모니터링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다. 다섯째, 기초를 충실하게 마스터한다. 여섯째, 심성모형을 만들어내고 이에 의존한다. 집중해 피드백을 받고 수정한다. 일곱째, 피드백에 따라 행동을 변경한다.

공부에는 말하기와 글쓰기가 중요한데 이 둘은 다르다. 말로 하는 어휘는 빠르게 늘지만 글자를 외우는 속도는 늦다. 아이의 뇌 발달 특성 때문이다. 6세 이전의 아이는 듣는 것은 잘하지만 글자 인식은 제대로 하지 못한다. 듣는 데는 천재, 읽는 데는 바보인 셈이다. 아이가 7세가 되면 비로소 문자 인식을 무리 없이 할 수 있다. 아이에게 너무 일찍 한글교육을 하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아이들은 집중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것이 낫다. 아이의 독서력은 글자를 언제 배웠느냐가 중요하지 않다. 아이의 머릿속에 얼마나 많은 문장과 어휘가 들어 있느냐가 중요하다. 무리하게 읽게 하면 애들은 감정이 상한다. 그러면 독서를 좋아하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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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공부의 길을 안다

공부에는 운동과 휴식이 중요하다. 최고의 공부 전략은 운동이다. 운동은 뇌를 튼튼하게 만든다. 효율을 올려준다. 1995년 칼 코트만 교수는 운동할 때 신경세포에서 생산되는 단백질 뇌 유래 신경영양인자 BDNF(Brain-derivated neurotrophic factor)가 증가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물질은 뇌의 시냅스 근처에 있는 저장소에 모여 있다가 혈액이 펌프질할 때 분비되는 단백질로서 새로운 신경세포를 생성하고 기존 신경세포를 보호하며 시냅스의 연결을 촉진하는, 그야말로 뇌의 가소성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 근데 이건 바로 운동을 할 때 만들어진다. 운동할 때 생겨나는 신경세포들은 다른 신경세포를 자극함으로써 장기 상승 작용을 돕는다. 장기 상승 작용은 학습과 기억의 토대를 형성하는 주요 세포메커니즘의 하나이다. 이외에도 운동을 하면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의 생성을 돕는다. 뇌 건강에 가장 도움이 되는 건 근육 운동보다 유산소 운동이다. 운동의 최적 시기는 공부를 하기 전이다. 왜냐하면 운동 중에는 인지능력의 최상위 역할을 하는 전전두엽에 혈류량이 많지 않아 집중도 있는 공부가 잘 안 된다. 하지만 운동을 끝내면 즉시 전전두엽에 혈류량이 많아지면서 학습을 위한 최상의 상태에 돌입한다. 수면도 최고의 공부 전략이다. 양질의 수면은 기억력을 15% 정도 올려준다. 초등학생은 9∼12시간, 중고생은 8∼10시간 정도를 권한다.

공부는 창의성이고, 창의성은 배울 수 있다. 창의성은 연결이다. 창의성은 사물을 잇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연결할 재료가 많아야 한다. 경험과 지식, 밑천이 많아야 한다. 1901년부터 2005년까지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의 취미를 조사했는데 상을 받지 못한 과학자들과 비교해 전문성 측면에선 별 차이가 없었지만 명백하게 다른 점이 있었다. 이들은 예술을 즐겼다. 악기 연주, 작곡, 지휘 등 취미를 가질 확률은 2배, 미술은 7배, 공예는 7.5배, 글쓰기는 12배, 공연은 무려 22배나 높았다. 최고의 과학자는 예술가인 것이다. 구글은 Talk at Google을 운영한다. 작가, 과학자, 기업가, 배우, 정치인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을 초빙해 그 사람의 얘기를 듣는다. 이미 2000명이 다녀갔다. 다른 분야 사람의 얘기를 들음으로써 낯선 경험을 축적한다. 창의적이고 싶으면 낯선 경험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네 가지를 권장한다.

첫째, 전문 분야와 다른 분야의 취미를 가지라. 특히 다양한 예술활동이 좋다. 둘째, 해외여행을 하라. 이질적인 문화를 몸소 체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완전히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낯선 느낌을 경험하라. 셋째,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나라. 넷째, 다양한 책을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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