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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겸의 Sports Review

예측 틀려도 넘어가는 건 스포츠에서나 있는 일

김유겸 | 236호 (2017년 11월 Issue 1)


스포츠와 예측

스포츠는 예측으로 시작해서 예측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곧 시즌을 시작하는 미국 프로농구 NBA(National Basketball Association)를 떠올려 보자. 시즌 시작 전에는 올 시즌에 전년도 우승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또다시 우승을 할지, 르브론 제임스, 스테판 커리, 케빈 듀랜트, 러셀 웨스트브룩이 얼마나 좋은 활약을 펼칠지, MVP 상은 누가 탈지, 또 신인왕은 누가 될지에 대한 예측이 각종 미디어와 팬 커뮤니티를 채운다. 시즌 중에는 다음날 있을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클리블랜드 캐발리어스(Cleveland Cavaliers) 라이벌전의 승자가 누가 될지, 역대 최다 3점 슛 같은 주요 기록들이 언제쯤 달성될지, 어떤 선수가 트레이드 마감시한 직전에 팀을 옮길 것인지에 대해 전문가와 팬들이 날마다 새로운 예측을 내놓는다.

또 챔피언 결정전이 끝나기가 무섭게 우승팀이 내년에도 우승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어떤 팀이 우승팀에 도전장을 던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분석들이 쏟아져 나온다. 한편 어떤 유망주들이 6월 말에 있을 NBA 드래프트에서 선발될 것인지와 같은 예측들이 다음 시즌이 시작될 때까지 끊이지 않고 나온다.

이처럼 예측 콘텐츠는 스포츠 시장에서 매우 잘 팔리는 중요한 상품이다. 만약 스포츠 소비자가 예측상품 또는 정보를 구하는 주된 이유가 불확실한 미래를 조금이라도 더 정확하게 내다보기 위한 것이라면 시장에 나와 있는 그 많은 예측상품들은 과연 살 만한 가치가 있을까? 수많은 예측들은 얼마나 정확하고 믿을 만한 것일까?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상품들이 넘쳐남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시장에서 좋은 예측 상품을 구하는 것은 안타깝게도 매우 어렵다. 상품의 품질을 평가한 정보가 시장에 없을 뿐만 아니라 있다 하더라도 대다수 상품들의 품질이 매우 낮으며, 불량품을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때문이다.

어떤 상품이든 품질은 상품 생산자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와 미래 구매의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스포츠 시장에선 예측 상품의 품질을 평가조차 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다. 예측 상품의 품질을 평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예측의 정확성일 것이다. 그런데 스포츠 분야에서 예측의 정확성을 기록하고 평가하는 일은 거의 없다. 예측은 제공하지만 그걸로 끝이다. 예측과 실제 결과를 비교하고, 비교 결과들을 추적 기록해 축적하는 것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어떤 전문가의 ‘승패 예측 정확도’ 같은 자료를 본 적이 있는가? 거의 없을 것이다. 있다고 하더라도 일회성에 그치며 체계적으로 이러한 기록을 축적하고 평가한 자료는 없다. 상품의 품질 평가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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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 상품의 품질이 어떻게 좋을 수 있겠는가? 간단한 자료만 분석해보더라도 스포츠 미디어상의 수많은 예측들의 평균적인 정확도가 무작위 추측(random guessing)보다 높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통 스포츠팬들이 재미 삼아 하는 예측이 정확하지 않은 것이야 그리 놀라울 일도 아니고 걱정할 일도 아니다. 그 예측에서 정보를 얻는 소비자의 기대도 그 정도일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소위 스포츠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예측도 비전문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 전문가들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대가를 지불하는 이유는 그들이 전문지식과 분석기술을 활용해 일반인들보다 정확한 예측을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일 것이다.

일례로 전미대학농구 챔피언십 전에 대학농구 전문가들이 위원회를 구성해 토너먼트에 참석할 상위 68개 팀을 결정하고 이 팀들에게 시드(seed)를 배정한다. 이때 시드가 높은 팀일수록 전문가들이 평가하기에 더 뛰어난 팀이고, 토너먼트에서 더 잘할 거라고 예측한 팀이다. 높은 시드를 받은 팀은 전문가들이 우승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 것이고, 시드가 높은 팀과 낮은 팀의 경기에서 전문가들은 시드가 높은 팀이 이길 것이라는 예측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의 예측이 정확하다면 해마다 
1번 시드를 받은 4팀이 모두 4강에 진출해야 하고 이들 팀들 중에서 우승팀이 나와야 할 것이다. 하지만 1번 시드를 받은 팀이 모두 4강에 진출한 경우는 1979년 시드제도가 도입된 이후 단 1번 밖에 없으며 전체 1번 시드를 받은 팀이 우승을 차지한 것도 고작 3번에 불과하다. 게다가 전체 시드 차이가 5에서 25까지 차이 나는 경우에도 하위 시드를 받은 팀이 상위 시드를 이긴 경우가 40%를 넘는다. 어떤 통계적 기준을 사용하더라도 전문가들이 내린 예측의 ‘품질’이 우수하다는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결과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불량품, 즉 정확하지 않은 예측에 대한 스포츠 전문가와 소비자의 태도다. 불량품의 생산자, 즉 예측을 내어놓는 스포츠 전문가들은 자신들이 생산한 불량품, 빗나간 예측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다. 틀린 것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오히려 스포츠의 특성상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그것이 스포츠의 묘미라고 정당화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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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겸[email protected]

    -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 Journal of Sport Management, Sport Marketing Quarterly, Sport Management Review 등 국제 저명 학술지 편집위원
    - 대한농구협회 상임이사
    - 플로리다주립대 7년간 재직, 종신교수직(tenure)
    - Journal of Sport Management, Sport Marketing Quarterly, Sport Management Review, European Sport Management Quarterly 등 국제 저명 학술지 80여 편의 논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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