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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의 이해와 기업의 대응

90명이 하던 유통업, 6명이 거뜬히 AI·로봇과 더불어 살 준비됐나

길태민 | 221호 (2017년 3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는 데이터(Data)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데이터 활용도나 소프트웨어 인재 육성 정도는 개발도상국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미 미국과 독일은 IoT나 AI 등의 기술을 적재적소에 활용해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도 더 늦기 전에 경영진부터 솔선수범해 디지털 마인드셋을 구축하고 변화에 나서야 한다. 특히 기업벤처링(Corporate Venturing) 등 벤처기업의 특성을 발 빠르게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 30대 기업의 기업벤처링 활용률은 2010년 2%에서 2015년 44%까지 치솟은 바 있다.



등장의 배경 및 개념

사례 1: 월마트가 아마존에 패배를 인정하기까지 20년의 세월이 걸렸다. 블록버스터는 넷플릭스에 10년 만에 패배를 인정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파산을 선고했다. 아마존과 넷플릭스의 공통점은 매장으로서의 하드웨어 자산(Hardware asset)보다 데이터로서의 소프트웨어 자산(Software asset)에 집중한 것이다. 데이터가 쌓이고, 이를 최적으로 분석해 소비자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는 역량을 구축하는 데 10∼20년의 세월이 걸렸다. 투자 금액이 크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더라도 아마존의 CEO(최고경영자) 제프 베저스와 넷플릭스의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이것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는 순간 기존에 유효했던 게임의 법칙은 순식간에 뒤집혔다. 영국 런던에 새로 문을 여는 ‘아마존고(Amazon Go)’는 창업한 지 20년 된 아마존이 비로소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기업의 영역까지 확장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아마존고는 기존 오프라인 유통기업과는 전혀 다른 혁신적인 수익모델로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아마존고는 먼저 아마존 ID로 입장해 매장 곳곳에 있는 사물인터넷(IoT) 센서와 인공지능(AI)을 통해 소비자의 쇼핑 목록을 자동으로 인식해 계산하게 해준다. 창고에서는 AI가 자동으로 재고 수준을 판단해 주문을 넣고, 로봇이 역시 자동으로 상품을 진열한다. 같은 규모의 전통적인 유통매장에선 90명의 인력이 담당하던 업무를 단 6명이면 충분히 실행할 수 있다. 줄어드는 일자리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지만 아마존고는 확실히 경쟁 유통사에 비해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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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2: 전 세계적으로 중국발 제조업으로부터 비롯된 공급 충격이 확산된다. 넓은 수요 기반을 가지고 거의 모든 산업에서 경쟁력 있는 중국 기업들이 성장하면서 세계 각국의 전통 강자들은 심각한 위협을 느끼게 된다. 기존 방식으로 중국 기업과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함을 깨달은 독일의 철강기업 클뢰크너(Klöckner&Co.)는 대표적인 굴뚝 산업에 디지털화(Digitalization) 혁신을 적극 도입하게 된다. 이 회사는 회사 내부가 아닌 베를린의 벤처 단지에 별도의 독립 조직을 구축해 고객, 유통대리점, 공급사가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온라인 유통 모델을 개발한다.

“내부 조직에서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다”라는 CEO의 인식에 기반해 벤처 단지에서 벤처가 일하는 방식으로 혁신을 추진한다. 철강 업계에서 처음 개발된 유통 플랫폼은 고객사에게는 보다 편한 구매 방식과 투명한 가격을, 공급자에게는 더 정확한 공급량 조절 방법을 제공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존에는 유통 대리점에 위탁하던 영업을 조직 내부로 내재화함으로써 고객의 정보를 스스로 축적하고 분석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게 됐다는 점이다. 이 회사는 2019년까지 전체 판매량의 50%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심지어 타 경쟁사에도 자사 유통 플랫폼을 오픈함으로써 유통을 넘어 산업 플랫폼으로서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이러한 유통 플랫폼 덕분에 0.4%까지 내려갔던 회사의 마진율이 다시 상승하고 있으며 수익성 확보를 기반으로 전사적인 디지털화,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사업 모델 변경, 인수합병(M&A) 등으로의 재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지만 그 중심에 미국과 독일이 자리한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독일은 국가 주도적으로 자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점차 취약해질 수밖에 없음을 진작에 인지하고 2012년 선도적으로 제조업 혁신을 위한 ‘하이테크 전략 2020’을 수립했다. 이 핵심으로 등장한 개념이 바로 ‘인더스트리 4.0’이다. 2020년까지 다품종 소량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Mass Customization)을 구현하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확장을 도모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독일의 혁신전략은 고성능 생산설비, 물류 인프라에 IoT를 접목하는 사이버 물리시스템(CPS)의 구축이다. 스마트 팩토리를 기반으로 생산 공정부터 물류, 서비스까지 통합한 시스템이다. 반면 구글, 아마존, 우버 등 혁신 기업이 즐비한 미국의 경우 GE, IBM, AT&T, Cisco 등 기존 전통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위기와 위협을 타개하기 위해 인더스트리얼 인터넷 컨소시엄(Industrial Internet Consortium·IIC)을 출범했다. 미국 전통 기업의 혁신전략은 인터넷 경쟁우위를 활용한 클라우드 서비스다. 제조 및 IT 업체가 축적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미국의 IIC와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위원회가 양자 간 합의된 표준을 만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만큼 양국의 전통 기업들이 O2O 혁신 기업으로부터 느끼는 위협감은 대단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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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은 온·오프라인상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 및 활용해 오프라인상에서 가치 창출을 극대화하는 사회·기술·경제적 혁신을 의미한다. 사물(Things)과 데이터를 연결하는 IoT, 제품(Product)과 서비스를 연결하는 PSS(Product Service System), 물질적인 것(Physical)과 사이버를 결하는 CPS(Cyber Physical System),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결하는 O2O 등 다양한 영역에서 융복합을 통한 혁신을 통칭하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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