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분야의 고전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피터 센게의 <The Fifth Discipline(학습하는 조직, 에이지21)>에는 조직 학습의 장애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사건에 대한 집착’이 언급돼 있습니다. 개별 사건과 뉴스는 많은 사람의 이목을 모읍니다. 어떤 회사가 신사업으로 큰돈을 벌었다거나, 대규모 투자금을 날렸다거나, 도산했다는 사건 혹은 뉴스들이 왜 학습 장애를 유발할까요.
사실 사건이나 뉴스에 대한 집착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 가운데 하나입니다. 인류는 역사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거의 200만 년 동안 생존의 위협에 시달렸습니다. 생존의 위협을 받으며 살았던 기간이 훨씬 길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생존에 즉각적인 위협이 되는 사건, 즉 맹수가 나타났다거나 다른 부족이 침략했다는 뉴스에 사람들이 이목을 집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장 벌어진 사건과 뉴스에 대한 집착은 단기적 생존에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 이런 인간의 성향은 어두운 면도 함께 갖고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사건과 뉴스의 이면에 자리 잡은 복잡한 메커니즘에 대해 숙고하기보다는 단순하고 파편화된 설명에 만족하게 만듭니다. 어떤 기업이 도산했는데 그 사실 자체와 이로 인한 파장(법정관리, 해고, 법률 소송 등)에만 집중하다 보면 그 이면에 자리 잡은 장기적 트렌드나 원리를 파악하는 데 관심이 덜 갈 수밖에 없습니다. 또 사건의 원인으로 경기 불황이나 경영 판단 잘못 같은 표면적 분석만 하다 보면 학습이 이뤄지지 않고 유사한 실수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성공도 마찬가지입니다. 사건에 집착하는 인간 성향 덕분에 성공 요인에 대한 진지한 분석이 이뤄지지 않고 우연이나 운 때문에 이뤄진 성공이 과대 평가돼 후속 사업에서의 실패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DBR이 매년 연말에 Business Cases를 스페셜 리포트로 내보내고 있는데, 이는 철저하게 ‘학습(learning)’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2011년까지 DBR은 ‘Best Marketing’ 사례를 골라 분석했는데 2012년부터 스페셜 리포트 명칭을 중립적인 ‘Business Cases’로 바꾸고 비즈니스맨들에게 교훈을 줄 수 있는 사례의 선택 범위를 더 넓혔습니다. 좋은 성과를 낸 사례 외에도 현재까지 좋지 않은 성과를 낸 사례도 포함시켰습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가 성공 혹은 실패 사례를 분석한 것 아니냐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는데, 이는 기획 취지를 완전히 잘못 이해한 것입니다. 성공이나 실패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싶어 하는 인간 본성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어떤 사례에 성공, 혹은 실패라는 타이틀을 붙이면 이번 콘텐츠의 가장 중요한 목적인 학습에 방해가 됩니다. 요즘 많은 기업들은 ‘성공 때문에’ 망합니다. 성공했으니 그 방정식이 유효하리라 믿고 계속 밀고나가다 변화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망하는 기업이 더 많습니다. 또 실패라는 타이틀을 붙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부인하거나 회피하려 합니다. 그래서 실패라고 이름붙이는 것도 학습에 결정적 방해 요인이 됩니다.
일반인의 통념과 달리 성공은 무서운 덫을 갖고 있습니다. 실패라는 낙인 역시 마찬가지로 발전에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개인의 인생이나 비즈니스 모두 ‘새옹지마(塞翁之馬)’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지금까지 좋은 성과를 냈다 하더라도 정확한 성공 요인을 분석하지 못하면 나중에 큰 실패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또 현재까지의 성과가 좋지 않더라도 교훈을 잘 추출해 적절한 대안을 마련한다면 당장 내년부터 성과가 엄청나게 향상될 수 있습니다. 이번에 DBR이 다룬 사례들은 모두 비즈니스에 엄청난 교훈을 주는 Cases일 뿐입니다. 이번에 분석한 사례를 성공, 혹은 실패 카테고리 가운데 하나로 편입시키는 오류를 범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번에 DBR이 제시한 다양한 사례들이 독자 여러분들께 혁신적인 영감의 원천이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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