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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필기 월등히 속도 빨라도 손 필기의 학습효과가 앞선다

안도현 | 156호 (2014년 7월 Issue 1)

세계적 경영 학술지에 실린 연구성과 가운데 실무에 도움을 주는 새로운 지식을 소개합니다

 

Psychology

컴퓨터 필기 월등히 속도 빨라도 손 필기의 학습효과가 앞선다

 

Based on “The Pen Is Mightier Than the Keyboard: Advantages of Longhand Over Laptop Note Taking” by Pam A. Mueller and Daniel M. Oppenheimer. Psychological Science, in press.

 

무엇을 왜 연구했나?

정보통신 혁명이 바꾼 장면 중 하나가 필기 방식이다. 강의나 발표를 들으면서 컴퓨터 키보드로 내용을 요약하는 모습을 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컴퓨터 필기가 손 필기를 대체하는 이유는 필기 속도 때문이다. 컴퓨터 필기는 사람들이 말하는 내용을 거의 그대로 기록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입력할 수 있다. 컴퓨터 필기 속도가 빠름에도 불구하고 기존 연구에서는 컴퓨터 필기가 손 필기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컴퓨터 필기와 학업 성취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컴퓨터로 필기하는 학생의 학업성적이 손으로 필기하는 사람에 비해 나쁜 편으로 나타났다. 컴퓨터를 이용해 필기하다 보면 강의나 발표 내용에 집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컴퓨터는 다양한 기능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컴퓨터 사용자는 다중작업(multitasking)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게다가 부호화(encoding) 가설에 따르면 필기할 때 다중작업의 유혹에 빠지지 않아도 학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부호화란 외부의 정보를 처리해 머리에 저장하는 것을 말한다. 컴퓨터 필기는 너무 빠른 속도로 강의나 발표 내용을 기록하기 때문에 인간의 두뇌가 기록하는 내용을 제대로 부호로 만들지 못하게 된다. 필기한 사람은 자신의 손으로 기록을 남겼지만 기록 속도가 빨라 내용이 머리에 저장되지 않는다. 반면, 손 필기는 속도가 느려 많은 내용을 기록하지 못하지만 기록하는 내용을 이해해 부호로 만들고 머리에 저장할 수 있다. 그만큼 학습효율이 높다. 반론도 있다. 바로 외부저장(external storage) 가설이다. 컴퓨터 필기를 하면 사람이 미처 부호화하지 못하는 것도 대부분 기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 필기 당시에는 정보를 부호화하지 못해도 나중에 필기 내용으로 다시 학습할 수 있기 때문에 컴퓨터 필기가 더 효율적이라는 가설이다.

 

무엇을 발견했나?

미국 프린스턴대 등 공동 연구진은 손 필기와 컴퓨터 필기의 효율성에 대한 상반된 가설(부호화 가설 vs. 외부저장 가설)을 검정하기 위해 3차례 실험을 진행했다. 첫 실험에서는 67명의 대학생에게 15분 분량의 강연을 들으며 컴퓨터나 손으로 필기하도록 했다. 이후 강연 내용에 대한 질문을 했다. 질문 내용은 구체적인 사실과 추상적인 개념에 대한 것이었다. 실험 후 연구진은 실험참가자의 필기 내용을 분석했다. 연구결과, 컴퓨터 필기 집단은 강연 내용을 더 많이 기록했고, 말 그대로 옮겨 적는 성향이 강했다. 그러나 강연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손 필기 집단보다 더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했다. 심지어 개념을 묻는 질문의 점수는 손 필기 집단보다 크게 떨어졌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151명의 대학생을 3개 집단으로 나눠 진행됐다. 첫 실험과 같은 방식이었지만 컴퓨터 필기 집단을 둘로 나눠 한 집단은 필기 방식에 대해 지도했고(강연내용을 그대로 적지 말고 자신의 말로 바꾸어 필기하라), 다른 한 집단에 대해서는 필기 방식에 대해 지도하지 않았다(강연 내용을 필기하라). 손 필기 집단은 필기 방식을 따로 지도하지 않았다. 두 번째 실험도 첫 실험과 결과가 비슷했다. 컴퓨터 필기 집단이 더 많은 내용을 기록했지만 손 필기 집단이 강연 내용에 대해 더 잘 기억하고 이해했다. 세 번째 실험은 109명의 대학생을 4개 집단으로 구분했다. 첫 실험과 마찬가지로 손 필기와 컴퓨터 필기 집단으로 구분한 다음 추가로 강연 내용에 대한 사후 학습 기회를 준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으로 구분했다. 실험결과 사후 학습이 컴퓨터 필기 집단의 학습능력을 향상시키지는 못했다. 컴퓨터 필기 집단이 더 많은 내용을 기록하고 그 내용을 사후에 학습했지만, 손으로 필기하고 사후에 학습한 집단이 더 많이 기억하고 더 잘 이해했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강의나 발표를 들으면서 필기할 때가 많다. 상식적으로 가능한 많이 받아 적으면 좋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강연 내용을 빠른 속도로 그대로 받아 적다 보면 그 내용을 부호로 만들어 머리에 저장하기 어렵다. , 강연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기 어렵다. 빠른 필기가 역설적으로 내용에 대한 파악 능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흥미로운 현상은 사후에 필기한 내용을 학습해도 컴퓨터로 필기한 사람들이 손으로 필기한 사람보다 강연 내용을 덜 기억하고 덜 이해했다. 강연을 듣는 시점에서 손으로 요점을 기록하면서 순간마다 이해하는 게 강연 내용을 컴퓨터를 활용해 그대로 받아 적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안도현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email protected]

필자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Colorado State University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석사, University of Alabama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이다. <Computers in Human Behavior> SSCI급 학술지에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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