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sdom for CEO
봄은 성큼 다가왔지만 만만하게 겨울이 물러서지 않는다. 여기저기서 꽃들은 피어나지만 바람도 그만큼 기승을 부린다. 해마다 봄이면 복병처럼 만나게 되는 꽃샘추위, 따뜻한 봄날이 오기 전에 어김없이 치러야 하는 통과의례다. 하늘은 겨울이 아무리 춥다고 해도 인간에게 따뜻한 봄볕을 쉽사리 내주지 않는다.
세상의 변화 원리 속에는 꽃이 피기 전에 한바탕 비바람을 겪어야 하는 모진 역경의 다리가 있다. 기업도 창업을 거쳐 여러 장애물을 겪어내고 춘풍의 훈훈함을 맞이할 즈음에는 반드시 겪어야 할 성장의 통증이 있다. 기존 조직원들의 의식과 능력의 정체(停滯)에서 오는 새로운 조직원과의 신구 간의 갈등, 성장에 걸맞은 기업문화 정착의 불안정성, 새로운 기업의 진입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이해관계의 기업들, 이런 것들이 기업의 성장기에 맞이하는 꽃샘추위다.
성장기의 기업은 이 추위를 반드시 이겨내야 봄의 훈풍을 만끽할 수 있고 뜨거운 여름을 맞이할 수 있다. ‘꽃이 필 때는 비바람도 많다’라는 당(唐)나라 때 시인 우무릉(于武陵)의 시구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화발다풍우(花發多風雨).’ 꽃(花)이 피는(發) 시기에 비바람(風雨) 많다(多)는 이 구절과 어울려 대구가 되는 구절이 ‘인생족별리(人生足別離)’다. ‘인생도 출세할 때 이별을 만나게 된다’는 뜻이다.
사람이 가난할 때보다는 잘될 때 더 많은 이별을 겪게 되는 것은 출세와 성공 전에 반드시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다. 인간이라는 경쟁적 존재는 타인의 성공을 만만하게 허용하지 않는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은 사촌이 땅을 사서 배가 아픈 것이 아니라 나에게 그 땅이 공유되지 않는다는 전제 속에 배가 아픈 것이다. 갖지 못한 자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출세에 대한 저항은 이별이다. 땅을 얻은 자는 이별이라는 씁쓸한 관계를 감당해야 한다. 그리고 이미 땅을 산 사람과 새로운 만남을 통해 상실의 아픔을 수습하는 것이다.
성장하는 기업과 출세한 사람의 성장통인 꽃샘추위, 우무릉은 친구에게 술을 권하는 ‘권주(勸酒)’라는 시에서 이렇게 읊고 있다. ‘그대에게 술 한 잔 권하노니(勸君金屈巵), 잔이 넘친다고 사양하지 마소(滿酌不須辭), 꽃필 때는 바람과 비도 많고(花發多風雨), 인생이 출세하면 이별도 많소이다(人生足離別).’
우무릉은 당나라 때 과거에 실패하고 숭양(崇陽)에 은거해 살다가 결국 목을 매 자살했다고 알려져 있다. 불운한 인생을 살다간 어느 실패한 지식인의 시구답게 출세와 성공에 대한 은근한 시기와 질투가 담겨 있다. 꽃이 피기 전에는 반드시 비바람을 감수해야 하고 출세하기 전에는 반드시 이별을 만나야 한다는 시인의 시구 속에는 성공보다는 차라리 술 한 잔에 만족하자는 포기와 자조가 섞여 있다.
이제 봄의 꽃샘추위를 견뎌내면 완연한 봄바람을 만끽할 것이다. 세상사라는 것이 잘되는 것이 있으면 한쪽에는 그만큼 방해하는 것이 있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인생을 살면서 잘된다고 축하할 일도 아니고 못된다고 슬퍼할 일도 아니다. <장자>도 조삼모사(朝三暮四)의 고사에서도 말했듯이 하루에 얻는 도토리의 합은 7개다. 아침에 세 개를 얻었느냐, 네 개를 얻었느냐의 차이일 뿐 인생의 합계는 결국 제로섬이라는 것이다. 꽃을 피우려면 비바람을 감수하라! 성공하려면 이별을 두려워하지 말라! 이룸(成)은 견딤(耐)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의 성내불이(成耐不二) 사자성어를 만들어 우무릉의 시구에 답하고자 한다.
박재희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
필자는 조부에게 한학을 배우고 성균관대에서 동양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수학했다. 고전의 재해석을 통한 새로운 미래사회 가치를 연구하고 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지내고 현재 포스코 전략대학 석좌교수,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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