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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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진행형인 담뱃값 논쟁
2013년 3월, 여당의 한 국회의원이 현재 2500원인 담뱃값을 4500원으로 인상하는 법안을 상정한 이후 ‘담뱃값 논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정부는 이 법안에 대해 강력한 명분을 가지고 있다. 흡연에 따른 건강 피해는 명백하고 최근에는 간접흡연이 개인의 건강에 더 해롭다는 의학적인 근거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회적인 비용이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담뱃값을 대폭 올려서 이런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고 자연스럽게 금연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흡연자들에게 담배는 가격이 급격하게 올라간다고 해서 쉽게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OECD 국가에서 담배 가격이 가장 높은 아일랜드의 경우 담배 한 갑이 1만4975원에 달한다. 현재 한국 평균 담배 가격의 6배 정도다. 하지만 흡연율은 31.0%로 OECD 국가 중 3위다. 그래서 흡연자 중심의 담배 가격 인상 반대론자들은 이 법안이 금연을 유도하는 게 아니라 간접적인 증세라고 주장하며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만약 이 법안이 논란을 해소하지 못한 채 그대로 처리되면 어떻게 될까? 사회심리학자인 잭 브렘(Jack Brehm)의 심리적 반발이론(psychological reactance theory)에 따르면 사람들은 어떤 사안에 대해서 선택의 자유가 제한되거나 위협당할 때 그 자유를 유지하려는 생각이 더 강렬해진다. 금연도 개인의 선택에 따라 실천이 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금연을 유도하는 ‘세련된’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마초적인 남성성의 종말
거친 육체노동과 야성(野性), 목가(牧歌)적인 풍경, 카우보이. 담배 브랜드인 말보로(Malboro)가 만들어온 이미지다. 말보로는 남성성을 강조하는 적극적인 포지셔닝 전략을 펼쳐 1975년 미국 담배업계를 평정하고 최근까지도 각종 글로벌 브랜드 가치 평가에서 거의 매년 10위권 안에 드는 ‘남성성의 아이콘’으로 꼽히고 있다. 1960년대 당시 다른 담배들도 대부분 주 고객을 남성으로 잡았고 광고나 마케팅 캠페인에서도 남성성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왜 소비자들은 유독 업계를 선도하는 브랜드도 아니었던 말보로를 선호하게 된 것일까? 영국의 옥스퍼드대 더글라스 홀트(Douglas Holt) 교수는 말보로가 자발적 육체노동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표현했고 60년대 미국 사회의 시대정신을 정확히 읽었기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1 한국 사회는 ‘마초적 남성성’의 상징과도 같았던 담배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마크로밀엠브레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흡연자의 85.8%는 담배를 ‘언젠가는 끊어야 하는 대상’으로 봤다. 흡연자들에게도 ‘담배’는 끊을 것을 전제로 하면서 피우는 것이었다. 반면 전통적인 ‘남성성의 담배 이미지’는 흡연자들에게도 낮은 수준으로 평가를 받았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흡연자에 대한 이미지였는데 흡연자 자신들도 ‘담배 피우는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대부분 스트레스가 많거나, 건강이나 자기관리가 잘되지 않는 사람으로 여겼다.22013.06 흡연 및 금연지역 관련 전반적 인식평가(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C::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서 흡연은 ‘고뇌하는 남성’의 이미지를 떠올렸을지 몰라도 탈권위주의 시대에서는 ‘자기관리 부실’의 이미지만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흡연자도 담배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상황에서는 적절한 계기만 주어진다면 이들을 자연스럽게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타인(Significant Other)이 키워드
‘적절한 계기’는 자신의 건강이나 자신에게 중요한 타인(significant other)의 상황변화가 만들어준다. 흡연자들이 대부분 금연을 결심하는 상황은 출산, 육아 등의 변화가 생겼을 때(86.6%), 건강이 나빠졌다고 느껴졌을 때(85.4%), 자녀가 권유할 때(72.4%), 애인이 권유할 때(57.0%) 등의 순이다. 담배가격이 인상될 때(56.2%)는 5번째였다.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담배를 끊도록 적절한 계기를 만들어준다면 흡연자는 금연의 결심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흡연자 주변의 인간관계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 자녀와 배우자, 부모, 가족 등을 위해서 담배를 끊는 것이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을 때 담배를 끊으려고 시도하는 것보다 훨씬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현재 불거지는 담뱃값 인상에 대한 격한 논쟁을 풀고 자연스럽게 금연을 유도하는 ‘세련된 방법’도 있지 않을까.
윤덕환 마크로밀엠브레인 컨텐츠사업부장 [email protected]
필자는 고려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심리학과에서 문화 및 사회심리학으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마크로밀엠브레인(구 엠브레인)에서 다수의 마케팅리서치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현재 컨텐츠사업부를 총괄하고 있으며 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 겸임교수로 있다. 저서로는 <소비자는 무엇을 원하는가> 소비자트렌드읽기> <장기불황시대 소비자를 읽는 98개의 코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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