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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속 경고문구, 때론 소비를 부추기기도 한다

안도현 | 137호 (2013년 9월 Issue 2)

 

Psychology

 

Based on “Warnings of Adverse Side Effects Can Backfire Over Time” by Yael Steinhart, Ziv Carmon, & Yaacov Trope (in press, Psychological Science)

 

왜 연구했나?

 

발기부전치료제는 저하된 성적인 능력을 회복시킨다. 탈모제는 빠진 머리로 부끄러워하는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준다. 하지만 이런 제품은 암과 발작 등 부작용의 위험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들은 부작용에 따른 책임부담을 덜기 위해 제품에 경고문구를 부착한다. 대부분 기업들이 책임의식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고 관련 의약품 규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경고문구가 제약사의 의도를 빗나가서 소비자들에게 부작용의 위험을 경고하지 못할 때도 많다. 담배의 경고문구가 경고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된다. 담배 포장에는 경고문구가 선명하게 들어가 있지만 경고문구는 담배소비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경고문구의 역할에 대해서는 논의가 분분하다. 경고문구가 사람들의 의도대로 경고의 기능을 한다는 시각에서 그렇지 못하다는 반대의 시각까지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광고에서는 경고문구가 오히려 제품의 소비를 촉진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무엇을 연구했나?

 

해석수준이론(Construal-level theory)에 따르면 상품광고에 포함된 경고문구는 오히려 상품판매를 촉진할 수도 있다. 해석수준이론은 시간과 공간에 따라 사람들이 메시지를 해석하는 방식의 차이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메시지를 낮은 수준에서 해석하면 구체적인 측면에 초점을 두게 되고 높은 수준에서 해석하면 추상적인 측면에 초점을 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고 느낄 때 메시지에 대한 해석을 더 하려고 한다.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도 마찬가지다. 미래일 때 역시 높은 수준으로 해석하려고 한다. 다만 거리가 멀거나 미래 일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추상적인 내용에 초점을 맞춘다. 또 사회적으로 거리감이 있는 존재에 대한 메시지 역시 추상적인 측면에서 주목하게 된다. 이 이론은 상품광고에 적힌 부작용에 대한 경고메시지에도 적용할 수 있다. 광고에 포함된 경고문구는 소비자가 해당 상품을 구매할 때 주저하게 만든다. 동시에 경고문구를 공고한 사람에 대한 신뢰도는 높이는 기능을 한다. 제품의 약점을 광고에서 스스로 밝혔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제품에 대한 부작용 설명은 구체적인 내용이다. 기업들은 광고에서 제품에 대한 부작용을 추상적으로 알리지는 않는다. 낮은 수준에서 해석이 이뤄진다. 반면 부작용에 대한 경고문구로 발생한 신뢰성은 추상적 수준의 해석이 가능하다. 게다가 상품광고를 통한 구매 행위는 즉시 이뤄지지 않는다. 미래에 이뤄진다. 따라서 광고에 삽입된 경고문구를 읽는 소비자는 높은 수준의 해석을 하게 된다. 결국 소비자는 경고문구에 쓰인 구체적인 위험에 주목하기보다는 경고문구를 부착한 행위에 따라 생긴 추상적인 신뢰에 초점을 두게 된다. 상품의 부작용에 대한 경고문구가 상품 사용에 따른 위험성을 알려 상품 선택에 신중함을 기하려는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상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 상품소비를 촉진하는 역설적인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어떻게 연구했나?

 

이스라엘 텔아비브대와 싱가폴 인시아드, 미국 뉴욕대 등 공동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담배와 인공감미료, 발기부전치료제, 탈모제 등의 광고를 보여주면서 해당 상품에 대한 신뢰도를 측정하고 광고에서 본 상품의 구매 여부를 알아봤다. 참가자들의 구매 여부를 알아봤지만 실제 구매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 최종 구매 순간에는 실험 상황임을 설명하고 참가들에게 사과하며 양해를 구했다. 참가자들은 경고문구 포함 여부와 심리적 거리 등을 기준으로 4개 조건으로 나눴다. 4가지 조건은 (1) 경고문구가 포함되고 심리적으로 가깝게 설정된 광고 (2) 경고문구가 포함되고 심리적으로 멀게 설정된 광고 (3) 경고문구가 포함되지 않고 심리적으로 가깝게 설정된 광고 (4) 경고문구가 포함되지 않고 심리적으로 멀게 설정된 광고 등이다. 심리적 거리는 현재와 미래의 구매결정으로 구분했다. 심리적 거리가 가깝게 설정된 경우는 광고를 보는 즉시 구매하도록 했고 심리적 거리가 멀게 설정된 경우는 광고를 본 다음 2주 후에 구매하도록 했다. 혹은 상품의 출시 시기를 즉시 출시와 미래의 출시로 구분하기도 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상품광고에 제시된 경고문구는 상황에 따라 달리 작용했다. 심리적 거리가 멀게 설정된 광고를 본 사람들은 경고문구가 포함됐을 때 오히려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심리적 거리가 가깝게 설정된 광고를 본 사람들은 경고문구가 없을 때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심리적 거리가 멀게 설정된 상품에 대해서는 가깝게 설정된 상품보다 더 매력적이고 더 신뢰감이 높다고 평가했다. 상품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구매로 이어지도록 하는 매개역할을 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상품 광고의 경고문구가 늘 의도한 대로 상품구매를 주저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심리적 거리가 멀게 설정됐을 때는 오히려 상품구매를 촉진하기도 한다. 심리적 거리는 공간과 시간, 사회적으로 떨어진 정도를 말한다. 즉시 구매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경고문구가 의도한 대로 상품 구매를 주저하게 만들지만 미래에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경고문구의 의도와는 반대로 오히려 상품구매를 촉진하도록 한다. 심리적 거리가 멀기 때문에 경고문구를 구체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추상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즉 구체적인 위험을 보기보다는 추상적인 신뢰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연구결과는 수면효과(sleeper effect)로도 설명할 수 있다. 수면효과는 메시지의 부정적인 측면이 시간이 지난 후에 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 신뢰성이 부족한 발신자로부터 접한 설득메시지는 접촉 당시에는 설득효과가 떨어지지만 시간이 흘러 발신자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면서 설득메시지의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연구 결과는 수면효과보다 더욱 능동적이다. 수면효과는 메시지의 부정적인 측면이 사라지는 현상을 설명하지만 이 연구에서는 메시지의 긍정적인 측면이 부각되는 현상을 다뤘기 때문이다. 이 연구가 규제 당국과 기업, 및 소비자에게 주는 의미는 미묘하다. 규제 당국은 국민의 건강을 위해 경고문구 삽입을 강제하고 있는데 오히려 그 경고문구가 상품 판매를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경고문구 삽입에 대해 주저할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오히려 경고문구 삽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까지 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경고문구에 대응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 메시지 해석에 대한 시간적인 거리의 영향은 의식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광고에 경고문구 삽입을 강제하는 규정을 재고해야 한다. 상품광고의 경고문구 삽입은 기업 스스로 결정해서 삽입 여부를 판단하도록 해야지 강제해야 할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상품포장의 경고문구에 대한 강제성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 구매시점에서는 심리적 거리가 가까워 소비자가 구체적으로 메시지를 해석하기 때문이다. 또한 홈쇼핑 등 구매가 즉각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의 경고문구는 보다 분명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연구를 넓게 해석하면 기업은 스스로의 잘못 혹은 약점을 밝히는 일에 능동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이런 행위는 소비자들에게 추상적으로 해석돼 기업의 신뢰도를 높이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안도현 소셜브레인 대표 [email protected]

필자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Colorado State University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석사, University of Alabama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설득에 미치는 영향이다. 심리과학의 연구성과를 기업경영 등 현실에 접목하는 과학커뮤니케이션(기고, 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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