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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기업이 평판·신뢰 더 좋다

류주한 | 136호 (2013년 9월 Issue 1)

 

 

 

Strategy

 

 

Do family firms have better reputations than non-family firms? An integration of socioemotional wealth and social identity theory” by David L. Deephouse and Peter Jaskiewicz, Journal of Management Studies, 50(3), pp.337-360.

 

왜 연구했나?

 

<포천> 등 유수한 경제 전문 잡지들은 해마다 ‘The Most Admired Companies’ 등과 같이 기업의 세계적 평판도를 바탕으로 순위를 매겨 발표하곤 한다. 평판도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주주, 소비자 등 기업의 모든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높은 수준의 신뢰를 얻고 있다는 뜻이다. 기업의 평판도가 좋은 기업일수록 당연 더 나은 재무적 성과를 이끌어내고 두터운 고객층을 확보할 확률도 그만큼 높아진다. 학계에서는 기업의 평판도를 높이기 위한 조건이 무엇인지에 관한 연구를 다각도로 진행해 왔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높은 명성과 평판을 쌓는 일은 품질을 개선하고 관리 유지하는 것 이상의 지속적인 노력과 투자가 요구된다고 말하고 있다.

 

최근 Alberta대의 Deephouse 교수와 Jaskiewicz 교수가에 기고한 논문을 통해 사명(社名)을 설립자 이름이나 설립자 가족 이름으로 지을 경우 회사의 평판도가 더 높아진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렇다고 모든 회사들이 지금 당장 사명을 설립자나 설립자 가족 이름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이 두 교수들은 설립자나 설립자 가족 이름을 사명으로 갖고 있는 회사들은 독특한 기업문화, 지배구조, 경영철학이 내재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들 요소가 더 높은 사회적 평판도를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오너중심의 가족경영 폐단이 심심치 않게 비판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비춰 볼 때 연구내용이 흥미롭다.

 

무엇을 연구했나?

 

Deephouse 교수와 Jaskiewicz 교수가 지칭하는 설립자명 혹은 설립자 가족 명의 회사란 사명을 통해 설립자나 그 가족구성원이 누구인지 가늠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설립자나 설립자 가족의 구성원이 기업의 목표, 전략, 실행 등 다각적 활동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기업을 뜻한다. 물론 이들의 기업 내 지분율도 높은 편이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기업을 가족기업(family firm)으로 표현하며 몇 가지 공통점을 지적하고 있다. 첫째, 기업 전반의 전략적 의사결정을 반드시 수익에 기반한 경제적 가치에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때로는 사회감성적 접근을 통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단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타 기업과의 협력이 기업 활동과 재무성과에 더 유리하다 할지라도 독자적인 통제를 선호하며 기업활동 전체를 지배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돈이 들더라도 환경오염방지 등 사회적 투자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다.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의 일원임을 부각시켜 가족기업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과감한 투자도 마다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둘째, 이들이 사회적 평판에 유독 관심을 두는 이유도 사회감성적(socio-emotional) (wealth)를 창출하는 데 크게 기여하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사회감성적 부란 지역사회에서의 지위유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로 가업승계와 가족구성원의 기업 내 입지를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셋째, 설립자나 설립자 가족 구성원은 더 높은 자긍심과 자아 정체성, 동기부여를 가지고 있으며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해 기업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경우 기업의 정당성, 사회적 평판 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견지한다고 두 학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Deephouse 교수와 Jaskiewicz 교수는 그러나 같은 가족기업이라 할지라도 가족의 이름을 기업의 사명(社名)으로 쓰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사이에서도 차이점이 존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명에 가족 당사자의 이름을 올릴 경우 이는 당사자들의 가치를 가장 직접적으로 대내외에 알리는 결과를 낳는다. 이는 가족 당사자들의 명예와 대내외적 신뢰를 고수하고 고통을 감내하며 회사와 운명을 함께한다는 상징적 의미이기도 하다. 동시에 기업의 대내외적 평판, 좋은 이미지와 호감도를 유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따라서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은 더 많은 신뢰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가족 이름을 사명으로 하는 경우 가족구성원 중 일부가 이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회사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 경우 가족구성원은 경제적, 재무적 논리에만 몰입되지 않고 앞서 언급한 가족기업의 목표(예를 들면, 가업승계, 사회적 평판재고)를 실현하는 등 재무적 부를 넘어 사회적 부를 창출하는 데에도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가족구성원이 이사회의 핵심 일원으로 참여할 경우 기업의 평판은 더 나아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어떻게 연구했나?

 

두 학자는 자신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Reputation Institution의 자료를 활용했다. 26개 국을 대상으로 각 국가별 5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 중 가장 대표적인 기업들을 대상으로 선정해 이들의 평판도를 연구대상으로 활용했고 한국을 포함해 최종 8개 국의 대표기업을 대상으로 지배구조, 가족기업 여부 및 참여정도, 지분규모 등을 분석에 활용했다. 이해관계자들 모두를 대상으로 이들이 느끼는 해당 기업의 신뢰도, 사회적 평판, 선호도 등을 설문조사했다. Bureau Van Dyke DB Orbis DB를 활용해 해당 기업의 가족구성원의 이사회 참여, 의결권 행사 등을 확인해 가설검증에 활용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결론적으로 Deephouse 교수와 Jaskiewicz 교수의 주장은 모두 지지됐다. 가족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더 높은 평판도와 신뢰도를 유지하고 있었고 연구대상이 된 8개 국 기업들 모두 같은 결과를 나타냈다. 이는 결국 기족기업과 그 가족구성원들이 평판과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더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본 연구는 가족기업 구성원이 느끼는 정체성과 사명감, 정당성 확보의 필요성이 기업의 평판과 신뢰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해관계자들과의 우호적 관계유지, 안정적인 일자리 보장, 지역사회 기부 등에 더 적극적이라는 것이 흥미롭다.

 

흔히 가족기업의 경우 주주-경영진 간의 갈등 등 부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두 학자는 본 연구를 통해 가족기업의 긍정적인 측면 역시 간과할 수 없음을 제시하고 있다. 기업의 신뢰와 평판을 쌓는 일은 분명 단기적으로 많은 비용과 노력이 요구된다. 이를 통해 창출해 낸 사회감성적 부가 얼마만큼 회사의 수익에 직결되는가는 역시 쉽게 확인할 수 없다. 단기 실적에 늘 좇기는 계약제 전문경영인이 이 같은 결정을 장기적으로 추진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가족기업은 이런 한계를 장기적 안목으로 추진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것이다.

 

본 연구를 토대로 두 교수는 몇 가지 실무적 조언을 하고 있다. 먼저 전문경영인의 역할은 수익 극대화에만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우호적 관계유지까지 그 범위를 넓혀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의 평판과 신뢰를 높임으로써 가능하다. 따라서 비가족기업은 가족기업의 구성원들이 어떠한 자세와 마음가짐으로 기업의 평판과 신뢰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지 그 전략을 주지할 필요성이 있다.두 번째, 가족기업의 경우 지나치게 많은 가족구성원이 이사회나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단지 많은 가족구성원이 참여한다고 그 효과가 배가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본 연구는 가족기업의 단점이 부각돼온 그동안의 연구에 비해 장점 역시 적지 않음을 제시한 연구라는 데 의의가 있다. 기업을 소유한 가족구성원이 올바른 정체성과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사회감성적인 부를 창출하는 데 더욱 노력한다면 신뢰와 사회적 평판을 쌓고 존경받으며 장수할 수 있는 기업이 될 수 있음을 두 학자는 주장하고 있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email protected]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유치, 해외직접투자실무 및 IR, 정책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국내외 학술저널 등에 기술벤처, 해외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PMI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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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주한

    류주한[email protected]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 유치, 해외 직접투자 실무 및 IR, 정책 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했으며 국내외 학술 저널 등에 기술 벤처, 해외 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비시장 전략, PMI, 그린 공급망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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