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방송, 출판, 문화예술 등 콘텐츠 업계는 물론이고 관광, 여행, 식음료, 서비스 등 다양한 업종에서 힐링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정치인들 중에도 위로와 치유 등 힐링 코드를 활용해 톡톡히 재미를 본 사례가 많습니다. 그만큼 한국 사회에는 상처받고 절망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너도나도 힐링을 외치면서 역풍도 불고 있습니다. 단기 매출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 정도로 힐링에 접근하는 기업에 대해 소비자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냅니다. 부유한 여건에 좋은 대학 나와서 출세한 정치인들이 힐링 코드로 위로하는 게 위선적으로 보인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고객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회복에 도움을 줘 행복감을 높여준다는 측면에서 힐링의 가치는 분명히 큽니다. 힐링 마케팅을 고객에게 공감하고 행복을 제공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활용한다면 시류에 영합한다는 오해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힐링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힐링의 출발은 현실을 직시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대개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며 고통받고 좌절하지만 큰 문제가 실제로 발생해서가 아니라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우려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례가 더 많습니다. 말하는 사람마다 그 비율이 다소 다르지만 대체로 걱정하는 일의 80%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합니다. 나머지도 대부분 남의 일이거나 어쩔 수 없는 일이며 본인 힘으로 통제할 수 있는 건 2%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즉 현실을 냉정하게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걱정과 우려를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문제가 생겼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현실을 바꾸기 어렵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은 좌절합니다. 하지만 쉽게 바꿀 수 있는 게 있습니다. 현실에 대한 우리의 인식입니다. 선천적으로 두 팔이 없고 한쪽 다리마저 짧은 중증 장애를 갖고 태어난 레나 마리아는 “가능성을 무시하고 스스로 장애라고 생각하며 게으른 것이야말로 장애”라는 생각으로 4년 만에 한쪽 발로 일어섰고, 12년 만에 혼자서 옷을 입었습니다. 수영을 배워 장애인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땄고 음악을 배워 가스펠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멀쩡한 신체를 가지고도 도전할 줄 모르는 것이 장애”라며 비장애인들에게 큰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문제의 이면에 숨겨진 축복을 찾아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사람들은 어떤 일이 생기면 이를 긍정이나 부정의 카테고리 중 하나로 편입시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순수하게 긍정적이거나 순수하게 부정적인 일은 없습니다. 아일랜드 화가 닐 하르비손은 11세 때 완전한 색맹으로 판정받았지만 섬세한 청각과 색의 파장을 주파수로 인식시켜 주는 기계의 도움으로 화가로서 명성을 이어갔습니다. 세계적인 타악기 연주자 애블린 글래니는 12세에 청력을 완전히 상실했지만 민감한 촉각을 통해 전해지는 진동을 느끼며 빗방울 소리부터 천둥소리까지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감각기관 중 하나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재앙으로 볼 수도 있지만 다른 감각기관이 예민해지는 것은 재앙의 이면에 감춰진 축복입니다. 이를 발견하면 장애를 축복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행복 연구자들은 일상의 사소한 일들이 행복에 훨씬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합니다. 좋은 향기를 맡거나, 편안한 신발을 신거나, 좋아하는 노래를 듣는 것 같은 사소한 일이 자주 생기는 게 훨씬 큰 행복을 보장해준다는 것입니다. 고객들에게 사소한 행복을 더 자주 느끼게 해주는 것, 지금까지 기업들이 간과한 영역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본질적으로는 물질적 이익을 추구하며 욕심만 충족하려는 태도를 버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려움을 극복한 사람들은 금전과 같은 외부적 보상을 목표로 한 게 아니라 내면의 자긍심과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을 뿐입니다. 스스로 긍지를 확인하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습니다.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면 아무리 성과를 내도 채워지지 않는 욕심 때문에 몸과 마음의 상처가 커집니다.
DBR은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로 힐링 마케팅을 다뤘습니다. 힐링 마케팅이 기업 이익 증진을 위한 수단에 머물지 않고 고객을 이해하고 고객의 행복을 증진시킨다는 기업의 목적 달성을 위한 원천 아이디어로 활용되기를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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