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ychology
줄거리와 겉도는 강력한 간접광고는 최악이다
Based on “Do You Like What You Recognize? The Effects of Brand Placement Prominence and Movie Plot Connection on Brand Attitude as Mediated by Recognition” Nathalie Dens, Patrick De Pelsmacker, Marijke Wouters, and Nathalia Purnawirawan (2012, Journal of Advertizing 41, 3, 35-54).
왜 연구했나?
TV 드라마에서 특정 상품이 보일 때가 많다. 지상파 방송에서도 간접광고(Product Placement)가 허용됐고 드라마 등에서 노출되는 간접광고는 매년 늘고 있다. 방송사들은 간접광고로 제작비를 줄일 수 있지만 시청자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드라마 흐름과 관계없이 특정 상품이 화면에 갑자기 튀어나오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간접광고를 제한하는 심의규정 위반 사례도 늘고 있다. 광고주는 더 큰 브랜드 노출을 원해서 화면에 더 많이 차지하고 더 오래 보이며 배경보다는 전면에 위치하고 주인공이 브랜드를 강조해주길 바란다. 물론 이런 것은 모두 광고단가 상승과 연결된다. 그런데 브랜드를 자주 노출하는 간접광고가 비싼 만큼 효과가 있을까?
무엇을 연구했나?
영화와 드라마에서 간접광고를 배치하는 기준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현저성이고, 다른 하나는 줄거리와의 연결성이다. 현저성은 드라마나 영화에 배치된 브랜드가 주목을 끄는 정도를 말한다. 현저성이 높게 배치된 브랜드는 인지도 상승과 직접적인 관련 있다. 눈에 띄게 했으니 기억에 잘 남는 것이다. 줄거리와의 연결성은 영화나 드라마의 흐름에 긴밀하게 연결되는 정도를 말한다. 영화 ‘유브 갓 메일’에 배치된 AOL의 PC통신 서비스가 브랜드와 줄거리의 연결성이 높은 대표적인 사례다. 줄거리와 연결성이 높은 광고는 브랜드 태도(반응) 향상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그렇다면 현저성이 높은 광고는 브랜드 태도 향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줄거리 연결성은 무시하고 현저성만 높은 광고는 브랜드 태도를 과연 긍정적으로 만들까? 현저성은 떨어지지만 줄거리가 연결성이 높은 광고의 브랜드 태도는 높을까? 아니면 낮을까?
어떻게 연구했나?
벨기에 안트웝대 연구팀은 간접광고의 현저성과 줄거리 연결성이 브랜드 인지도와 브랜드 태도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기 위해 영화감상 이벤트를 통해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와 태도를 조사했다. 벨기에에서는 매달 ‘여성영화의 밤(Ladies Movie Night)’ 행사를 통해 미국 할리우드 영화 시사회가 개최된다. 연구진은 이 행사에 참여한 여성 226명과 참여하지 않은 여성 85명을 대상으로 영화 ‘신부들의 전쟁(Bride Wars: 2009)’과 ‘여성(The Woman: 2008)’에 배치된 브랜드 인지도와 태도를 분석했다. 설문조사에 앞서 연구진은 두 영화의 내용분석을 통해 현저성과 줄거리 연결성을 기준으로 4종류의 브랜드를 찾아냈다. 영화 ‘신부들의 전쟁’에서 배우가 결혼식 장소에 대한 대화를 하면서 플라자호텔 전경이 보였고 대사에 브랜드명이 노출됐다. “이 모든 일이 20년 전 6월 플라자호텔에서 시작됐어요.” 이런 대화는 현저성과 줄거리 연결성이 모두 높은 광고였다. 또 다른 광고는 현저성이 높지만 줄거리 연결성이 낮은 광고였다. 주인공 둘이 달리기를 하면서 “좋아, 조금 천천히 달려. 우린 왜 아이팟이 없는데?”라고 말했다. 현저성이 낮으면서 줄거리 연결성이 높은 광고도 있었다. 여자 주인공 둘이 비슷한 시기에 청혼을 받았고 서로 알려주는 장면에서 “티파니 박스잖아! 너 정말 받았구나 약혼했어. 약혼했다고!”라는 대사가 나왔다. 현저성이 낮고 줄거리 연결성도 낮은 광고로는 주인공이 길에 서서 가방을 챙기는데 먼 배경으로 DHL배송 트럭이 보였다.
무엇을 발견했나?
브랜드 인지도는 현저성이 높다고 늘 높은 것은 아니었다. 현저성이 높아도 줄거리와 연결성이 떨어지면 현저성이 높지 않고 줄거리 연결성이 높은 광고보다도 인지도가 떨어졌다. 반면, 브랜드 태도는 현저성이 높은 광고는 줄거리와 연결성이 높건 낮건 어떤 경우에라도 모두 브랜드 태도가 부정적이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이 연구가 주는 교훈은 명백하다. 드라마나 영화의 작품성을 존중하라는 것이다. 현저성이 높은 광고는 줄거리와의 연결성이 높아도 브랜드 태도가 부정적으로 형성될 수도 있다. ‘유브 갓 메일’이나 ‘캐스트 어웨이’처럼 브랜드가 줄거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때는 브랜드 태도에 상당히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런 효과가 늘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 연구에서는 주인공이 브랜드명을 언급하는 것이 줄거리 연결성을 높여도 긍정적 브랜드 태도가 형성되지 않았다. 가장 나쁜 사례는 줄거리 연결성이 떨어지면서 현저성이 높은 사례다. 아무런 이유 없이 주인공이 브랜드명을 언급하거나 화면에 브랜드가 두드러지게 노출되는 경우 브랜드 인지도도 높지 않을 뿐 아니라 브랜드 태도도 부정적이었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좋게도 기억될 수 있지만 나쁘게도 기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좋게 기억된다면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게 최상이지만 인지도가 높다고 늘 좋게 기억되는 것은 아니다. 나쁘게 기억될 수도 있다. 여기서 광고를 하는 궁극적인 목표를 고려해야 한다. 광고의 목표는 브랜드 자산의 가치를 높여 기업의 가치를 올리려는 것이다. 그런데 브랜드가 나쁘게 기억되면 이런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나쁘게 기억되느니 차라리 인지도가 떨어지는 게 낫다. 브랜드가 좋게 기억돼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해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이 지극한 상식이 잘 통하지 않는다. 이 연구의 결과처럼 두드러진 간접광고는 브랜드에 대한 평가에 부정적이다. 줄거리와 관계없을 때는 최악이다. 브랜드 인지도는 확실하게 높아지지만 태도는 거의 변화가 없거나 심지어 광고에 접하지 않은 사람들보다도 더 나빠지기도 한다. 광고 효과가 가장 좋은 사례는 브랜드가 줄거리에 잘맞아 떨어지면서 미묘하게 배치되는 경우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다. 간접광고의 비용을 책정할 때 광고가 두드러지게 배치될수록 광고 단가가 올라간다. 역설적으로 광고주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저렴한 비용으로 효과적인 광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드러진 간접광고는 어느 누구에게도 좋을 게 없다.영화나 드라마 제작자들에게는 간접광고가 작품을 망치는 요인이다. 당연히 시청자들은 갑자기 등장하는 광고가 불편하다. 광고주는 아무런 효과 없이 돈만 낭비하는 셈이다. 이사람 저 사람 마음만 상하게 하면서 말이다.
안도현 경희대 공존현실연구팀 선임연구원
필자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Colorado State University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석사, University of Alabama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설득에 미치는 영향이다. 심리과학의 연구성과를 기업경영 등 현실에 접목하는 과학커뮤니케이션(기고, 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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