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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얼마나 불안하십니까? : 누가 나를 보호해 줄까
불안은 불확실한 외부상황에 대한 반응이다. 집단적인 불안감1 은 시대적인 불확실성이 커질 때 더 증폭된다.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가 2012년 4월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집단적인 불안감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비교적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자신(61.3%)보다는 가족(80.3%)이 범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었다. 가족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권력이 일상적인 범죄로부터 자신을 지켜주고 있다고 생각할까? 범죄 사건이 발생할 때 경찰이 즉시 출동할 것이라는 가정에는 21.4%만 동의했다. 42.1%는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적절한 치안서비스의 부재를 경찰만의 문제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경찰의 처우문제나 근무상황에 대한 동정적인 여론도 적지 않았다. 경찰의 처우 개선에 대해선 59.9%가 동의했다. 적절한 치안서비스의 부재에 대한 부정적인 답변은 경찰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다는 국가 공권력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80.9%는 정부가 하는 일은 믿을 수 없을 때가 많다고 응답했다.
법 집행의 공정성이나 정부의 사업,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원칙’에 대한 부분에 대해 냉소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원칙보다는 편법이 더 잘 통한다는 응답이 84.3%에 달했다.
사회적 불안감은 복고를 낳는다? : 복고를 통해서 떠올리고자 하는 ‘안락했던 기억’
소비자의 정부와 사회에 대한 낮은 신뢰감은 치안문제에만 국한되지 않고 정책 집행과정, 인사 등 모든 분야에 대한 비관적인 태도로 이어졌다. 78.9%는 정부의 위험이나 위기관리 능력을 ‘믿을 수 없다’고 응답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성공하는 것에 대해서도 거의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87.4%는 돈과 연줄이 없는 사람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봤다. 79.9%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부자가 되기 힘들다고 답변했다.
공공성에 대한 광범위한 불신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는 단서를 제공한다. 미래는 기본적으로 불확실성을 내포한 통제 불가능한 대상이다. 미래에 대한 대응이 원칙이 없거나 상식적이지 않으면 사회적인 불확실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높아진 사회적 불안감과 낮은 사회적 신뢰감이 확산되면 개인은 상시적인 긴장감과 피로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사람들은 일상적인 긴장감과 피로감을 어디서 해소할까? 긴장감과 피로감의 원인이 대부분 미래의 불확실성에서 비롯된다면 자연스럽게 ‘편안하고, 안락했던 과거’를 회상할 수밖에 없다. 그 시절의 경험을 공감하는 사람들과 과거의 기억을 공유하고 이런 행동은 긴장감과 피로감을 줄일 수 있다. 2012년 조사 자료에 따르면2 영화, 드라마, 음악 등 대중문화에서 유행하고 있는 ‘복고’의 분위기는 사회적인 피로감에 찌든 개인에게 위안이 되고 있다. 복고 유행의 이유는 아날로그 시대에 대한 향수와 정감(47.7%), 공감대 형성(37.2%), 세상이 각박한 탓(29.4%) 등이었다. 대체로 돌아가고 싶은 시기는 ‘20대 초반의 대학생 시절’이었다.
이런 복고의 분위기는 얼마나 유지될까?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49.3%)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다’고 응답3 한 것을 고려할 때 ‘옛 대중문화’의 재경험을 통한 ‘정서적 위로’를 찾는 소비자의 행렬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집단적인 불확실성과 사회적 불안감이 높은 시대가 미래의 불확실성을 끌어안기보다는 과거의 안락함을 더 찾게 만드는 것 같다.
윤덕환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 콘텐츠사업부장 [email protected]
필자는 고려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심리학과에서 문화 및 사회심리학으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엠브레인에서 리서치팀장으로 근무하면서 다수의 마케팅리서치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현재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서 콘텐츠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디지에코) Issue & Trend, Issue Crunch 코너의 고정 집필진이다. 저서로는 <소비자는 무엇을 원하는가> 소비자트렌드읽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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