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추워, 로맨스가 그립네…마음이라도 따뜻하게”
“Warm It Up with Love: The Effect of Physical Coldness on Liking of Romance Movies” by Jiewen Hong and Yacheng Sun (2012,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August, pp.293 - 306)
연구의 배경
이 연구는 최근 소비자행동 분야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체감(bodily feeling) 효과’에 대해 다뤘다. 체감은 신체적, 감각적 경험을 의미하는데 최근 여러 연구에서 소비자 판단과 의사결정에 중요한 정보원으로 활용됨을 보여주고 있다. 슬픔, 기쁨, 화남 등과 같은 감정적 느낌이 이후 다른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가벼움, 부드러움, 차가움 등과 같은 몸의 느낌이 이후 선택이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전 연구들을 살펴보면 소비자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체감 정보로 온도, 무게, 질감, 근육움직임, 좌우 방향 지각, 공간 지각 등 다양한 체감이 중요한 판단 정보로 활용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딱딱한 타일 또는 부드러운 카펫 위에 서있는가, 좁은 공간 또는 넓은 공간에 앉아있는가, 손가락 마디에 느껴지는 감촉이 어떠한가, 주변에 풍기는 냄새가 어떠한가에 따라 타깃제품에 대한 판단, 행동이 달라지게 된다. 몸의 느낌이 특정 생각을 활성화해 판단이나 행동을 유도한다는 의미이며 우리의 행동은 무의식 중에 우리 몸이 느끼는 바에 따라 영향받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번 연구는 우리 몸이 느끼는 온도가 이후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차가운 몸의 느낌이 ‘심리적 따뜻함(psychological warmth)’이라는 동기를 작동시켜 이후 영화 선택에 있어 따뜻함과 연결된 로맨스 영화를 선호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 연구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러한 체감효과는 왜 작동하며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해 규명하고 있다. 우선 체감효과의 발생 이유는 동기(motivation) 작동에 있음을 보여준다. 슬픔을 느끼면 그 슬픔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동기로 인해 이후 선택 행동이 영향을 받는 것과 같다. 이는 최근 한 실험 결과와도 맥을 같이한다. 좁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초콜릿 선택 시 더 다양한 초콜릿을 선택했다. 공간제한이라는 체감이 심리적 반발 동기를 일으켜 좀 더 자유롭게 다양성을 추구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이 연구는 이러한 체감효과가 무의식 중에 발생하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체감을 인지하게 되면, 즉 내가 어떤 느낌을 받고 있는지 의식하게 되면 이후 선택에 영향이 나타나지 않기에, 체감은 무의식적 효과라 할 수 있다.
연구의 주요 발견점
● 첫 번째 실험에서 우선 한쪽 그룹은 따뜻한 차를, 또 다른 그룹은 차가운 차를 마시게 했다. 그리고 차를 마시는 동안에 제목, 시놉시스, 평가 등이 포함된 영화정보를 들려줬으며 이후 각 영화에 대한 7점 만점의 선호도 평가를 했다. 그 결과, 로맨스 영화에 대한 선호는 따뜻한 차를 마신 그룹(3.80)에 비해 차가운 차를 마신 그룹(4.57)에서 더 높은 선호가 나타났다. 그런데 이러한 차이는 액션, 코미디, 스릴러 장르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 두 번째 실험에서는 실험실 실내온도에 따른 영화 선호 차이를 살펴봤다. 한쪽 그룹은 섭씨 15∼16도 실내 온도에, 또 다른 그룹은 22∼23도 실내 온도의 실험실에 앉아 있게 했다(바깥 온도는 18∼20도; 참고로 실험이 진행된 홍콩의 연평균 최저기온은 15도임). 이후 영화를 소개하고 0에서 200홍콩달러 범위 내에서 관람을 위해 지불하고 싶은 가격(willingness to pay)을 선택하도록 했다. 로맨틱 영화의 경우 실내온도가 높은 그룹(36.55달러)에 비해 낮은 그룹(48.99달러)에서 더 높은 지불의향 가격을 선택했으며 이러한 차이는 다른 장르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첫 번째 실험 결과와 맥을 같이한다.
● 다음 실험은 로맨스 영화와 심리적 따뜻함 간 연결 인식의 개인차 측정이 추가됐다. 실험 결과, 평소 로맨스 영화에서 따뜻함을 강하게 느끼는 사람의 경우 첫 번째 실험과 동일한 결과가 나타났지만 로맨스 영화와 따뜻함의 연결 인식이 약한 사람의 경우 그 효과가 사라졌다. 이는 낮은 체감 온도에서의 로맨틱 영화 선호가 ‘심리적 따뜻함 욕구(need for psychological warmth)’에 기인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 다음 실험에서는 체감 온도 질문과 영화 선호도 질문의 순서를 서로 달리해 비교했다. 그 결과, 영화 선호도를 먼저 질문한 경우 이전 실험과 같은 체감효과가 나타났지만 체감 온도를 먼저 질문한 경우에는 체감의 영향을 인지함으로 인해 그 효과가 사라졌다. 이는 체감효과가 의식이 아닌 무의식 상황에서 발생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 마지막으로는 미국의 온라인 영화 대여 서비스의 2002년에서 2005년 사이 데이터와 같은 기간 미국의 기온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해봤다. 그 결과, 기온과 로맨스 영화 선호 간에는 반비례 관계가 나타났다. 즉 기온이 올라갈수록 로맨스 영화 선호가 낮아지고 기온이 내려갈수록 선호가 높아짐을 의미한다. 기온이 떨어질수록 로맨스 영화를 많이 찾게 된다는 것을 실제 데이터로 증명한 것이다. 다른 장르의 영화는 기온과의 상관성이 유의하지 않았다.
연구의 시사점
본 연구는 소비자의 선택행위를 영화 선택에 국한해 실증한 점이 다소 아쉽지만 온도 체감의 효과를 일관되게 보여주고 그 작동 메커니즘까지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특히 영화 관련 기업들에 장르별 개봉 시기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로맨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영화 장르는 기온에 별 영향을 받지 않으니 계절에 무관하게 개봉해도 상관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로맨스 영화는 낮은 온도와의 높은 상관성으로 인해 개봉을 기온이 떨어지는 시기와 맞춰 진행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한편 로맨스 영화 외에도 심리적 따뜻함, 훈훈함과 연결된 상품이라면 동일하게 응용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기부행위는 심적 따뜻함과 연결돼 있을 것이다. 기부행위 프로모션이 기온이 낮은 시기에 실행된다면 심리적 따뜻함 추구 동기와 강하게 연결돼 더 많은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업들은 마음의 따뜻함, 훈훈함을 만들어내는 스토리텔링, 즉 사랑, 우정, 가족애, 미담 등을 소재로 하는 마케팅 활동은 추운 계절에 더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겨울이 되면 친구들과의 모임이 많아지고 기부행사도 많아지며 연애도 많아진다. 어쩌면 이 모든 행동들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계절이라는 시간적 효과에 기인하기보다는 추운 겨울이 만들어내는 우리 몸의 신체적 차가움이 심리적 따뜻함이라는 반발적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데서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필자는 고려대 경영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등 저명 학술지에 논문을 실었다. 저서로 <한국형 마케팅 불변의 법칙 33> <역발상 마케팅> 등이 있다.
여준상동국대 경영대학 교수 [email protected]
무례한 상사, 부정적 분위기의 악순환 부른다
Based on “Overlooked but not untouched: How rudeness reduces onlookers’ performance on routine and creative tasks” by Porath, C. L., & Erez, A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2009년 vol. 109: 29-44)
왜 연구했나
요즘 신문을 보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언어적, 물리적인 폭력에 관한 기사를 접할 수 있다. 직장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에 실시한 미국의 직장인 8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직장에서 무례하거나 모욕적인 언사가 일어나는 것을 매일 본다고 응답한 사람이 25%에 달했다고 한다. 무례하고 모욕적인 취급을 당한 경험은 피해자에게 잊혀지지 않는 마음의 상처를 남기게 된다. 더 큰 문제는 가해자의 행동이 피해자뿐만 아니라 무례한 언사를 목격한 주변 사람들에게까지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팀장과 팀원들 간의 상호작용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팀 내에서 이 같은 현상이 자주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상사나 동료의 무례하고 모욕적인 행동을 목격한 주변 사람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까?
무엇을 연구했나
선행 연구들은 대부분 무례하고 모욕적인 언사의 대상인 된 피해자에게 초점을 두고 상사의 학대나 무례함이 부하 직원의 과업 성과를 저해하고 이타적인 행동을 감소시키며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밝혔다. 반면 포라스(C. Porath)와 에레즈(A. Erez) 교수는 무례하고 모욕적인 언사의 피해자 대신 이를 목격한 주변 사람들에게 초점을 두고 이들에게 어떠한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지를 탐색했다. 우선,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무례하고 모욕적으로 행동했을 때 이를 목격한 사람들의 과업 성과, 창의성, 이타적 행동의 수준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다음으로 동료가 동료에게 무례하고 모욕적으로 행동했을 때 목격한 사람들의 과업 성과와 생각, 행동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실험을 통해 검증하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효과가 피해자와 목격자가 서로 경쟁관계인지 협력관계인지에 따라 달라지는지, 즉 피해자와 목격자가 협력관계일 때 목격자에게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는지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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