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경영의 특징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단어가 바로 ‘합리성’입니다. 현대사회에서 인정받는 경영자가 되려면 냉철하고 논리적이며 이성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모름지기 최고의 컨설턴트로 평가받으려면 첨단 과학 기법과 합리성에 바탕을 둔 각종 경영 도구를 활용해 정교하고 치밀한 논리를 펴야 합니다.
경영대학에서 가르치는 이론과 방법론의 대부분은 합리성에 토대를 두고 있습니다. 경영대학들은 외부의 기회와 위협 요인을 파악하고 내부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는 절차를 거치면 매우 논리적이고 치밀한 전략을 도출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마케팅 계획을 짤 때도 시장 세그멘테이션을 분석하고 특정한 계층에 타깃팅을 해서 포지셔닝 전략을 짜는 게 정석으로 여겨집니다. 이런 방법론에는 경영자의 감(感)이나 직관, 사명감이나 열정, 우연이나 행운 같은 다양한 요소들은 들어갈 틈이 없습니다.
하지만 시장과 고객은 합리적일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합리적 예측을 토대로 수립한 전략이 시장에서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대인들은 산악이나 험로를 달릴 일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4륜구동에 강력한 파워를 가진 SUV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전문가들에게 호평을 받은 탁월한 기술 혁신이 시장에서 외면받기도 하고, 반대로 대다수 전문가의 혹독한 비판을 받은 엉뚱한 기술이 시장을 장악하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 사회과학 분야 최고의 거장으로 꼽히는 제임스 마치 스탠퍼드대 교수는 합리적 도구들이 우리 행동의 결과가 무엇인지에 대한 예측력을 높이는 데 기여했지만 그 결과에 대한 선호도(preferences)를 예측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합니다. 즉, 우리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지성의 기술(technology of intelligence)’로 예측이 가능하지만 그 결과에 대한 선호도를 예측하려면 이와 반대되는 바보스러움의 기술(technology of foolishness)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인간의 선호도를 예측하기 힘든 이유는 이성이 아닌 욕망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철학자 데이비드 흄의 말처럼 이성은 욕망의 노예에 불과합니다. 버트런드 러셀은 “한 사람의 행동이나 신념은 그 사람이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욕망에 의해 전적으로 지배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에게 욕망 때문이 아니냐고 물으면 그는 단연코 아니라고 반박한다… 우리는 욕망에 관해서 자신을 속이는 데 능숙하다. 더 나아가 우리가 욕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이 모르게 하기 위해 거짓 믿음의 체계까지 만들어낸다”고 강조했습니다.
욕망은 우리의 선호도와 행동, 믿음의 체계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입니다. 모든 불확실성의 원천에는 욕망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서구 경영학자들이 발전시켜온 합리성 도구로는 욕망을 파악하고 측정하고 이에 부합하는 전략을 제시하기 어렵습니다.
DBR은 심리학자, 경영학자, 컨설턴트 등 전문가들과 함께 인간 행동과 선호도의 원천인 욕망을 집중 탐구했습니다. 욕망의 구조와 패턴, 욕망을 토대로 한 전략 수립 방법론 등을 제시해드립니다.
스티브 잡스가 남긴 가장 위대한 유산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하고 있는 기업 혹은 경영자는 그렇지 못한 기업이나 경영자에 비해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실제 보여준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가 인간에 대한 한 차원 높은 이해를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특히 합리성에 바탕을 둔 기업 전략 및 마케팅 방법론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욕망 기반 관점(desire-based view)’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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