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은 고객 정보를 신규 사업 개발이나 고객 정보 분석 등에 활용하려 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얻을 수 없었다. 정보 공개권의 제약과 고객정보를 사업 기회에 연결시키는 혜안의 부재가 큰 이유다. 그러나 대부분의 개인정보기기가 스마트화되리라는 전망과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는 유틸리티 서비스가 본격화하면서 고객 정보는 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자 고객에 대한 새로운 접근 창구로 거듭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미국의 대형 카드사인 아메리칸익스프레스다. 이 회사는 최근 127개 국 9000만 고객의 카드 이용 행태를 분석해 제품 판매업체를 상대로 한 컨설팅 사업을 시작했다. 고객이 어떤 제품을 언제 어디서 사는지 파악해 그 정보를 제조 및 유통업체에 제공하는 것이다. 제조·유통업체는 이렇게 얻은 고객의 카드사용 정보를 신제품 개발과 고객 유지, 신규 고객 유치에 활용하고 있다.
다른 예로는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회사 제너럴모터스(GM)가 있다. GM은 2007년 보험회사인 지맥(GMAC)과 함께 GM자동차 구매 고객 중 상대적으로 주행거리가 짧은 사람들의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런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은 GM의 텔레매틱스(Telematics) 서비스 ‘온스타(OnStar)’ 덕분이다. 온스타는 자동차와 무선통신을 결합한 신개념 서비스로 GM은 이를 통해 고객에게 다양한 정보와 차량 점검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고객들의 운행 거리도 파악할 수 있다. GM은 고객의 운행 정보를 보험료 산정에 활용해 고객을 늘리고 기업 이미지까지 개선했다. 고객 정보가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고급 자산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고객정보를 성장 동력으로 삼고자 할 때는 정보의 가치를 고려해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첫 번째 원천자료 (Raw Data) 단계는 상대적으로 가장 적은 노력이 들어가지만 기대 수익도 적은 단계다. 미국 우정공사(postal service)는 기업이 주소 데이터베이스 최신 자료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대가로 연간 17만5000달러(약 1억9495만 원)를 벌어들이고 있다. 또한 미국 몇몇 주에서는 면허증이나 주행 기록에 있는 이름이나 주소, 생년월일, 면허증 번호 등 개인 정보를 팔아 매년 수백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두 번째 통찰력(Insight) 단계로 진화하면 정보의 가치가 상승한다. 영국의 대형 슈퍼마켓 테스코(Tesco)는 2011년 고객구매행동 분석 데이터를 소매업체와 제조업체에 판매해 5300만 파운드(약 945억 원)의 이익을 올렸다. 그리고 구글은 독감 의심증상에 대한 검색이 늘어나면 얼마 후 실제 독감이 유행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보건 당국에 통보해 독감 유행 방지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궁극적인 고객정보의 성장동력은 거래(Transaction) 단계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영역은 현재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분야다. 사용자의 검색 패턴을 광고주와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구글의 새로운 광고서비스 모델이 이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시도 중 하나라 볼 수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선현의 지혜가 이처럼 잘 맞아떨어지는 영역도 많지 않다. 고객의 행동 하나하나가 새로운 사업기회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은 신사업을 구상하는 CEO나 차별화된 비즈니스 경쟁력을 위해 고민하는 사업부장에게 꼭 필요하다.
박영훈 액센츄어 코리아 경영컨설팅 대표 [email protected]
저자는 서울대 경영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전략 컨설팅 전문가인 박 대표는 삼성물산, 삼성전자, 보스턴컨설팅그룹, 모니터그룹을 거쳐 현재 액센츄어코리아 경영컨설팅 대표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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