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인재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최고의 인재들을 모아 조직을 꾸리고 싶어하는 경영자도 많습니다. 하지만 핵심인재로 조직을 만들면 무조건 성공할까요. 그렇지 않은 사례는 수없이 많습니다. 미국 메이저리그나 NBA에서 천문학적 몸값을 자랑하는 선수들로 야구나 농구 드림팀을 만들어도 저조한 성적을 내곤 합니다. 당대 최고 몸값의 배우들이 뭉쳤지만 흥행에 참패하는 사례도 흔합니다. 고학력자가 즐비하지만 성과가 나쁜 기업도 적지 않습니다.
링겔만 효과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부분적인 이유를 잘 설명합니다. 독일 심리학자 막시밀리앙 링겔만이 줄다리기 실험을 해보니 혼자 당길 때에는 100%의 힘을 내던 개인들이 세 명이 당기자 85%, 여덟 명이 당기자 49%의 힘만 썼습니다. ‘나 하나쯤이야’하는 생각에 시너지는커녕 개인이 가진 역량조차 온전히 발휘하지 않은 것입니다.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려면 주인의식이 필수적입니다. 주인의식은 동기 부여와 관련이 있습니다. 동기 부여 수준을 높이는 데 금전적 보상이 유력한 수단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금전적 보상과 동기 부여 혹은 창의성 간의 관계는 일반인의 예상과 달리 긍정적이지 않다는 게 학계의 정설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동기 부여를 위한 최고의 대안 중 하나는 교육과 훈련입니다. 조직 속에서 자신의 역량이 커지는 것을 느끼는 구성원들은 성취감과 몰입도가 높아집니다. 특히 조직의 핵심인재뿐만 아니라 B급 인재도 주목해야 합니다. 어쩌면 처음부터 핵심인재였던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B급 인재풀 가운데 교육과 계발을 통해 A급으로 성장한 사례가 훨씬 많습니다.
따라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조직성과는 B급 인재에 대한 관리·계발 역량에 달려 있다고 보는 학자들이 많습니다. 토머스 들롱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회사 인력의 60∼80%를 차지하는 B급 인재가 결국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여기에 덧붙이자면 B급 인재를 A급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교육과 훈련 체계를 갖춘 기업이 성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급성장한 세일즈포스닷컴의 인사부서 이름이 ‘Employee Success’인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DBR은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로 교육 훈련 방법론을 집중적으로 다뤘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고용보험 환급 제도가 기업 교육시장을 왜곡시켰다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정부가 과도하게 기업 교육시장에 개입하면서 많은 임직원들이 수십 시간씩 실효성이 떨어지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정부의 제도적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수십 시간 교육을 받는 것보다 때로는 한 장짜리 요약본이나 짧은 동영상이 실무에 훨씬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더구나 지금은 IT기기의 발달로 다양한 형태의 교육 훈련이 가능합니다. DBR은 새로운 교육 훈련 방법론을 다각도로 제시했습니다.
이번 스페셜리포트를 제작하면서 호텔의 제왕 콘라드 힐튼의 일화가 떠올랐습니다. 그는 새로 건설한 호텔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하다 성공 비결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주변의 철근을 주워서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건물에 들어가는 철근은 5달러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철을 불에 달구고 다듬어서 말굽을 만들면 10달러50센트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 더 노력해 좋은 바늘을 만들면 3250달러를 받을 수 있고요. 시계 부품인 ‘유사(遊絲 balance spring)’를 만들면 25만 달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기업은 탁월한 인재들을 뽑았지만 먹고 살기도 힘들 만큼 저조한 성과를 냅니다. 반면 어떤 기업은 평범한 인재들을 뽑았지만 이들의 역량을 계발해 최고의 성과로 연결시킵니다. 조직원의 역량은 정태적인 요소가 아닙니다. 교육과 훈련, 체계적 학습과 훈련을 통해 발전하는 역동적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스페셜리포트가 조직원 역량 강화 전략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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