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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同사회의 꿈, 共生

박재희 | 88호 (2011년 9월 Issue 1)


이명박 대통령은 8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새로운 경제모델로 공생(共生) 발전을 제시했다. 대기업의 독점적 성과독식을 비판하고 이윤과 탐욕의 경제발전에서 나눔과 상생의 경제발전으로 축을 전환하자는 게 골자였다. 이 대통령은 공생발전을 세 가지 축으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는 윤리적 경영, 둘째는 자본의 책임경영, 셋째는 상생 경영이다.

 

공생발전 이론은 아시아적 가치에서 바라보면 상도(商道)의 기본 철학이다. 조선의 개성상인들은 이익보다 인간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인간 중심의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윤 추구를 목표로 하는 기업은 개성상인들의 관점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개념이었다. 일본의 오사카 상인이나 중국의 휘주 상인들 역시 상생, 신뢰, 윤리, 책임 등의 경영철학을 갖고 있었다.

 

진작 이런 공생의 경제발전 철학이 이슈화되고 논의됐어야 했다. 기업이 협력업체를 힘들게 하고 고객을 속여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나 결코 그 이익이 지속적으로 유지되지 못한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경제정의다. 윤리를 저버리고 탐욕에 물든 기업은 언젠가 망하고 만다는 실례는 역사적으로 무척 많다. 윤리를 중요하게 여기고, 사회와 상생을 추구하고, 자본에 대한 책임을 가졌던 기업들은 몇 백 년을 견디며 성장했다. 경주 최부잣집의 300여 년 지속성장 비결도 이른바공생(共生)’이었다. 흉년에 남의 땅을 싸게 사지 않는다는 윤리의식과 100리 이내 사람들이 굶어죽지 않게 하겠다는 부자로서의 사회적 책임, 만 석 이상 생산을 늘리지 않아 소규모 생산자들과 공생을 추구하겠다는 게 잘 알려진 그들만의 경영 노하우였다. 이는 자본을 독식하고 소사업자의 영역에까지 무차별적인 확장을 추구하는 오늘날의 대기업과는 비교되는 공생경영 철학이다.

 

선의후리(先義後利)의 윤리경영 맹자에 나오는 기본 경영철학이다. ()를 먼저 추구하면 이익은 나중에 반드시 온다는 것이다. ()는 윤리이며 도덕이다. 장사는 사람을 남기는 것이며 그 사람이 나에게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란 생각이 선의후리(先義後利)의 경영철학이다. 한 치의 불의(不義)를 행해 이익을 탐하지 않겠다는 각오이며 내 것이 아닌 것을 구차하게 취하지 않겠다는 아시아적 가치의 상인 철학이다. ‘不義而富且貴 於我 如浮雲’, 옳지 못한 부귀라면 나에게 뜬구름과 같다는 <논어(論語)>의 구절은 홍콩의 재벌 리카싱(李嘉誠)의 경영철학이다. 가난한 완구상 점원으로 시작해 대기업의 회장이 되고 재산의 30% 6조원을 사회에 기부한 그는 선의후리의 철학으로 존경받는 대표적인 경영인이다. 돈을 벌기 위해 옳음과 윤리를 버린다면 탐욕의 끝은 너무나 자명하다.

 

반구제기(反求諸己)의 책임경영. 화살을 쏘아서 과녁에 맞히지 못하면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는 반구제기(反求諸己)의 철학은 기업 책임론의 기반이어야 한다. 빈익빈 부익부의 경제현실을 내 탓이 아니고 남의 탓이라고 책임을 회피한다면 그 화()가 결국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다. 세상이 어려운 것은 하늘 탓이고 사람이 못 사는 것은 능력 탓이라고 책임을 회피하는 경영자가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책임 있는 경영자가 돼야 한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상생경영. 입술이 없다면 이가 시리다는 말은 <춘추좌전(春秋左傳)>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가 제 기능을 발휘하더라도 그 이를 지켜주는 입술이 없다면 결국 기능이 정지될 수밖에 없다는 우()나라 현인 궁지기(宮之奇)의 상생 철학이다. 나 혼자 살기 위해서 이웃나라의 침략에 길을 빌려준 우나라는 역사 속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협력업체, 중소기업, 고객, 사회, 직원, 주주는 각 경영의 주체로서 상생을 추구해야 공존할 수 있다. 누구 한 주체만 행복하다면 결국 자멸할 수밖에 없다.

 

함께 공(), 살 생(), 공생(共生)이란 단어는 말 그대로 함께 더불어 살자는 뜻이다. 공생은 우리 조상들의 기본 경영철학이었으며 아시아적 가치의 경영철학이기도 했다.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대동(大同)사회의 꿈이 공생이다. 더불어 살자는 공생의 철학,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선거용 구호가 아닌 진심어린 실행과 실천이 뒷받침된 국정과제가 되기를 희망한다.

박재희 철학박사민족문화컨텐츠연구원장 [email protected]

 

필자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교수,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 <경영전쟁 시대 손자와 만나다> <손자병법으로 돌파한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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