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지배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인 M&A가 증가함에 따라 그 대상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M&A를 통해 ‘글로벌 과점화’를 이뤄 나가며 전 세계의 시장지배력과 생산요소 장악력을 확대시키겠다는 전략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주요 산업의 선두 기업들은 경쟁사 대비 월등하게 많은 M&A를 실행해 성장을 구현해왔다. 최근에는 과점 구축형 M&A가 신흥시장으로 확산돼 선진시장과 신흥시장 사이의 M&A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선진국 기업들의 신흥시장 및 자원 확보를 위한 국경 간 인수합병(cross-border M&A)과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 국가들의 선진기술 확보 및 선진국 시장 접근성 강화를 위한 해외기업 인수 등으로 이들 지역을 포함하는 M&A가 크게 증가하고 있고 중국과 인도는 세계 M&A 시장의 영향력 있는 참여자로 부상하게 됐다.
한국 기업들에도 cross-border M&A가 어느새 새로운 트렌드가 됐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기업의 cross-border M&A는 매우 부진했다. 가장 큰 원인은 해외 진출에 대한 인식 부족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단독 투자에 의한 해외법인 설립을 선호해왔다. 이는 다국적 기업에 비해 폐쇄적인 기업문화와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경험 부족, 그리고 언어와 문화 차이에서 비롯되는 이질감 등의 장애 요인 때문이다. 또한 일부 업종에서는 협소한 국내 시장에만 치중한 기업 간 경쟁으로 해외 진출 유인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의 글로벌 경쟁 시장에서 국가라는 경계는 이미 무너졌다. 기업들은 자국 시장의 한계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 선도 업체가 돼 글로벌 과점화를 이뤄나가고 있다. 시장 지배력을 키우지 않으면 도태돼 경쟁 업체에 M&A를 당하는 상황이다. M&A를 통한 진출방식이 직접투자를 통한 진출보다 절대적 우위에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해외 진출 시 M&A를 통한 진출이 비용과 위험 측면에서 어느 정도 유리하다는 게 일반화된 인식이다. 이에 따라 최근 국내 기업들도 cross-border M&A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근래의 세계적 경기 침체 속에서도 역동성과 성장성을 잃지 않는 우리 기업들의 자신감 표출일 것이다.
하지만 해외 기업을 M&A 하는 것은 문화와 비즈니스 관행이 서로 다른 나라에 속하는 기업과의 결합이므로 국내 기업들 간 M&A와 비교해볼 때 체계적인 인수 후 통합(PMI) 작업의 필요성과 어려움이 훨씬 크다. 그만큼 체계적인 방법론을 기반으로 PMI를 추진해야 당초 기대했던 시너지를 누릴 수 있다. 본 글에서는 영업, 생산, 구매 등 전반적인 비즈니스 운영 및 재무·회계 영역에서 성공적인 PMI를 위해 염두에 둬야 할 점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영업 PMI : 개인의 영업역량이 아닌 회사 전체의 영업역량 강화에 초점
말도 통하지 않고 직접적인 사업 경험도 없는 타국에서 어떻게 고객을 확보하고 수익을 낼 것인가? 아마도 M&A에 대한 이사회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질문이 바로 영업에 관한 것일 것이다. 많은 경우 M&A 딜(deal)을 추진하는 담당 부서에서 수차례 피인수 대상 기업이 있는 현지 시장을 방문하고 믿을 만한 소식통을 통해 정보를 수집, 장밋빛 연평균 성장률(CAGR)을 적용해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내곤 하지만 진출 첫해의 성과가 당초 예상과 상당히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이사회에서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아무리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했다 하더라도 우리가 직면하는 현실은 예상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관시(觀視)’에 의한 영업이 성행하고 있다는 점은 웬만한 한국 기업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고객에게 고급 외제차까지 선물해야만 영업이 이뤄질 정도라는 등 ‘관시 비즈니스’의 세세한 사항까지 모두 예측하기란 어렵다. 만약 피인수기업 경영진이 영업력 유지를 위해 이러한 행위를 계속해야 한다고 요구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영업력 상실을 무릅쓰고서라도 비윤리적 행위로 규정해 금지할 것인가? 아니면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라는 격언을 받아들일 것인가? 또한 중국에서는 영업 인력이 에이전트(agent)화돼 있는 경우도 많다. 보수의 대부분을 성공보수 형식의 성과급으로 받는 전문 에이전트가 영업을 담당할 경우 이들은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낮고 경우에 따라서는 수주된 물량을 경쟁사에 넘기기도 한다. 이때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에이전트들을 과감히 정리하고 자체 영업조직을 신설할 것인가? 아니면 현실을 받아들일 것인가?
이러한 난제에 직면한 기업들이 보이는 양상은 대체로 유사하다. 기존 영업 관행을 인정하고 영업 인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들을 핵심 인재로 분류한 후 다소 사치스러운 인력 유지 프로그램(retention program)을 적용하곤 한다. 가끔은 비싼 대가를 지불하고 유망한 영업인력을 타사로부터 영입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은 윤리경영에 대한 불안을 여전히 제거할 수 없다. 기존 에이전트화된 영업 조직에 대한 의존도도 갈수록 커지게 되며 불필요한 손실의 발생도 막을 수 없다. 이런 낭비 요소들이 결국 제품 품질과 수익성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해외 진출 기업이 현지에서 영업력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현지 영업 경험이 있는 경영진을 배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본격적인 진출에 앞서 먼저 소규모 판매법인 또는 지점을 설치해 인적 역량 확보 및 영업 정보 축적을 도모한다. 이후 M&A를 통한 본격 진출과 동시에 기존 판매법인을 흡수 통합해 운영하기도 하고 때로는 기존 판매법인은 그대로 둔 채 생산만을 담당할 공장을 M&A하기도 한다.
영업 조직이 갖춰진 후에는 수익성에 기반한 성과급제를 정착시켜야 한다. 영업 실적에 따라 차등 보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되 제품 원가뿐만 아니라 영업과정에서 발생한 비용도 반영해 제품별 수익성 관리 체계를 도입하고 이에 대해 영업직원과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실제로 자신이 판매하는 제품의 원가 및 비용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영업사원이 많아 이들에 대한 원가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최근의 추세이기도 하다. 국내 대기업인 S사가 전 세계 모든 영업사원을 대상으로 ‘재미로 배우는 원가’ 교육을 수행한 것이 좋은 보기다.
현지의 영업 관행은 설령 불합리한 부분이 많더라도 일시에 바꾸려고 하기보다 단계적으로 개선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때 윤리교육을 병행해 직원들의 마인드를 바꾸는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영업 차원에서 개인 대 개인으로 이뤄졌던 관계를 회사 대 회사의 영업 관계로 전환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고객사의 경영진을 공장으로 초청하거나 고객사 경영진과의 교류 대회(운동회, 워크숍, 야유회 등 단합을 목적으로 한 행사) 등을 통해 고객과 직접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가능한 많이 만드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