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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먼 B. 레너드 HBS 교수 인터뷰

“공익추구가 비효율의 면죄부 될 수 없다. 사회적 기업도 기업가정신 가져야”

이방실 | 68호 (2010년 11월 Issue 1)
 
 
 
사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숭고한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으로 사업을 운영해도 좋다고 생각해선 절대 안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사회적 기업은 높은 성과를 내고 지속적으로 성장해 사회에 영향력을 끼치는 기업입니다.”
 
허먼 B. 레너드 하버드비즈니스스쿨(HBS) 교수는 “사회적 가치 추구를 핵심 존립 근거로 삼는 사회적 기업도 일반 기업과 똑같이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기업뿐 아니라 자선과 기부에 나서는 후원 주체들도 사회적 기업에 더 높은 효율성을 요구할 책무(accountability)가 있다”고 강조했다.
 
레너드 교수는 사회적 기업가정신(social entrepreneurship) 및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분야의 석학이다. 현재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사회적 기업 이니셔티브(Social Enterprise Initiative)’ 공동 의장(faculty co-chair)과 ‘비영리 경영 전략(Strategic Perspective in Nonprofit Management)’ 의장(faculty chair)직을 맡고 있으며, 정책대학원인 하버드케네디스쿨 교수로도 재직 중이다. 조직 전략, 지배구조, 성과관리, 위기관리, 리더십 등의 주제에 대해서도 활발한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소재 하버드비즈니스스쿨에 있는 레너드 교수 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사회적 기업가정신의 정의는 무엇입니까?
기업가정신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원에 구애 받지 않고 혁신과 새로운 변화에 필요한 자원을 결집해 이를 실행하는 능력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가정신은 사회적 가치 추구를 최우선에 두고 혁신 활동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이윤 추구도 하나의 동기가 될 수는 있겠지만, 주 목적은 반드시 사회적 가치 추구여야 합니다. 주 목적을 이익 창출에 두면서 동시에 사회적 가치도 함께 추구하는 것이라면, 그건 사회적 기업가정신이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혹은 기업 시민 활동(corporate citizenship)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영리 조직과 영리 조직 중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에 더 적합한 조직 형태가 있을까요? 또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가장 바람직한 수익 모델은 무엇인지요?
사회적 기업에 대해 얘기할 때 가장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주제입니다. 어떤 이들은 사회적 기업을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영리’ 조직(for-profit socially oriented organization)으로 좁혀서 정의합니다. 또 어떤 이들은 사회적 기업이 지속 가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시장 거래(market transaction)’에 기반한 수익 모델을 확립하는 것뿐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런 주장의 근저에는 영리 조직 형태가 비영리 조직 형태보다 본질적으로 우월하며, 뭔가를 팔고 그 반대 급부로 돈을 버는 시장 거래에 기반한 사업 모델이 자선이나 기부에 의존한 사업 모델보다 효과적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두 가지 다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떤 조직 형태, 어떤 수익 모델도 본질적으로 더 우월한 것은 없습니다. 비영리 조직이냐 영리 조직이냐 여부가 사회적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논할 때 결정적 요소도 아닙니다. 시장 거래 방식이 사회적 기업을 지속시키기 위해 더 유효한 방법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비영리 조직의 대표격인 종교 단체들이 시장 거래 없이도 수천 년간 영속해오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됩니다. 물론 영리 조직 형태로 시장 거래에 기반한 수익 모델을 갖출 경우, 단기간 성과를 창출하고 몸집을 키우는 데 유리한 점은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영속성 측면에서 따져보면 반드시 시장 거래가 우월하다고 보기 힘듭니다. 시장은 지속적으로 변하고, 조직은 그에 따라 명멸을 계속합니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많은 사회적 기업들 중 자발적인 기부금으로 재원을 충당하고 있는 사례가 훨씬 많습니다.
 
결국 사회적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오랜 기간 지속되고 반복될 수 있는 ‘재원 충당 전략(funding strategy)’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어떤 조직이든 기업이 존속하려면 끊임없는 자본 흐름이 필요하고 투자 대비 수익을 창출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채택한 수익 모델에 따라 그에 맞는 적절한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시장 거래에 기반한 수익 모델이라면, 당연히 시장에서 원하는 양질의 제품을 적시에 내놓는 데 초점을 맞춰야겠지요. 하지만 기부금에 의한 재원 충당이 주 수익 모델이라면,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와 사명에 대해 공감을 불러일으킬 ‘스토리’를 개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 기부금에 의존해 영속적 사업을 영위하는 많은 사회적 기업들의 공통점은 감동적인 ‘스토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각 나라마다 적합한 사업 모델에는 차이가 있지 않을까요? 기부 문화가 정착돼 있지 않은 사회에서 기부에 의존한 수익 모델이 현실적일까요?
사회적 기업이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기부 아니면 시장 거래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기부와 시장 거래 두 가지를 혼합하는 모델도 가능합니다.) 기부와 시장거래라는 두 가지 재원 조달 과정에 얽혀있는 이해 관계자는 각각 개인, 기업, 정부 등 3개 주체로 세분해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은 개인 수준에서 자선과 기부의 역사적 전통이 상대적으로 약한 편입니다. 일부 기업들에서 자선·기부 활동을 하긴 하지만, 그것도 순수한 동기에서 이뤄졌다기보다는 정부로부터 어떤 대가를 바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규제 완화가 됐든, 특정 사업에 관한 특혜든, 어떤 저의를 가지고 자선에 나서는 경우가 많은 듯 합니다. 결국 자선 사업의 주요 주체는 정부 밖에는 남지 않는 경우입니다.
 
 
이처럼 순수한 자선 사업의 역사적 전통이 낮은 경우, 사회적 기업이 지속 가능한 사업모델 수립을 위해 우선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은 시장 거래에 기초한 전략이 되겠지요. 이 때 중요한 것은 시장 거래 상대방(개인, 기업, 정부)에게 각각 어떤 수준과 방법으로 재원을 조달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입니다. 박물관에서 소장 그림을 프린트한 컵을 방문객들에게 판매(對 개인)한다든가, 기업체에 종업원 교육비를 청구(對 기업)한다든가, 정부로부터 민간 위탁사업 관련 계약을 체결(對 정부)하는 등의 예처럼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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