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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신상 이슈, 책임 여부부터 따져라

김호 | 51호 (2010년 2월 Issue 2)

국내뿐 아니라 세계 최대 전자 기업으로 올라선 삼성전자의 부사장이 1월 26일 새벽 자살했다. 최고 학벌과 초고속 승진을 해오던 그가 인사 조치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하자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사람들은 놀랐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했다.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었음은 물론이다.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전현직 임원들이 조문했고, 직원들은 빈소에서 조문객 이외의 취재진 출입을 통제했으며, 홍보실 직원들도 바쁘게 언론을 대응했다고 한다. 최고경영자(CEO)나 임원의 자살은 때때로 일어난다. 2003년 8월 4에는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이 서울 종로구 계동 사옥에서 투신자살했고, 2009년 11월에는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이 자택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현직 임원이 자살하면 해당 기업은 여러 가지 의혹과 이슈에 휘말린다. 이때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기업이 겪는 이슈 중 임직원의 자살 문제는 예상하거나 예방하기 힘든 분야다. 이번 사건에서도 보듯 개인이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고 돌발적으로 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기업 임원의 자살은 본인의 잘못이나 실수 등의 책임성, 그리고 자살과 회사와의 관련성 여부에 따라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기업은 회사 업무와 관련이 없는 <그림1>의 유형 3, 4번의 자살에는 별다른 입장을 취할 필요는 없다. 언론들도 보도할 때 회사명을 밝히지 않는다. 개인으로 조문의 예를 표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사정이 있지 않는 한 공식적으로 위기관리를 해야 할 것이 없다.
문제는 자살이 해당 기업과 관련이 있는 유형 1, 2다. 이 상황은 실제로 ‘관련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서, 자살이 기업과 관련됐을 수도 있다는 이슈가 제기됐을 때이다. 예를 들어, 자살과 기업이 실제로 관련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유족이 관련이 있다고 얘기했다면, 기업은 일단 이 상황을 유형 1, 2 중 하나로 보고 대응해야 한다.
이 두 가지 유형의 가상 시나리오를 놓고 기업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살펴보자. 이 두 가지 유형은 각각 두 가지로 다시 나뉘는데, 실제 관련성을 떠나 회사가 ‘책임’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다.
 
유형 1자살이 본인 실수나 잘못으로 행해진 사례
시나리오 1-1대기업 A에 다니는 재무 담당 B 상무는 작년 회계 감사를 받는 과정에서 회사 공금 10억여 원을 개인적으로 유용했다. 회사는 증거 확보 차원에서 기본적인 자체 조사를 하는 동시에 B 상무를 고발 조치했다. 그는 조사받는 과정에서 갑자기 자살했다. 기업의 최고 재무 담당 임원이 회사 돈을 유용했다는 사실이 외부에 널리 알려지는 것을 꺼려해 조용히 처리되던 사건은 상무의 자살로 세상에 알려졌고,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게 됐다. 이때 기업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첫째, 임원의 횡령이라는 불행한 사건이 있었고, 상무가 조사받던 중이었다는 점을 언론에 알려 자살을 둘러싸고 있는 ‘큰 그림’을 설명해야 한다. 즉 빠른 시간 안에 자살 배경에 대한 기본적 의혹을 풀어줘야 한다. 이런 초기 대응에서 기업이 범할 수 있는 실수는 자살 ‘배경’을 알려주는 것을 넘어서서 자살 ‘원인’을 나름대로 추측하는 것이다. 자살 원인은 가족이나 검찰, 경찰이 판단해 말해주는 것이다. 기업은 배경을 설명하는 데 그쳐야 한다. 공식적으로 자살 원인을 말하면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이 “B 상무가 회사와 동료를 배신했다는 생각에 굴욕을 느껴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한다면 뜻하지 않게 가족이나 친지로부터 반발을 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기업은 법적 잘못이 없어도 또 다른 이슈에 휘말릴 수 있다.
둘째, 공금 횡령에다 자살로 큰 충격을 준 임원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겠지만, 차분하게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고, 어떤 절차를 밟아 조사를 진행해왔는지에 대한 기업 입장을 중립적으로 밝히는 것이 좋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기 전에 가족들이 B 상무의 비리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가 중요하다. 만약 모르고 있었다면 미리 정중히 알려, 충격을 완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B 상무의 자살과 대기업 A가 관련성은 있을 수 있지만, 기업 책임은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기업에게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일어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시나리오 1-2 B 상무의 자살이 세상에 알려진 뒤 이틀이 지나고 기업은 뜻밖에 신문사 기자의 전화를 받게 된다. 유서가 발견된 것이다. 유서에는 친필로 기업이 자신에게 탈세를 강요했으며,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려왔고, 조사 과정에서도 기업의 부당한 처사가 있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B 상무의 가족은 유서를 보관하고 있다가 언론사 기자에게 전달했다.
이때 기업이 탈세를 강요하지 않았으며, 부당한 처사를 하지 않았다고 치자. 다만 B 상무가 회사에 대한 불만을 품고 이러한 유서를 써놓고 자살한 것이라 가정해보자. 이 경우 기업은 언론사가 유서를 그대로 기사화했을 때 억울한 입장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해, 유서 내용 중 진위를 가릴 부분에 대해서는 제삼자에게 조사도 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그래도 기자가 보도를 강행하겠다고 하면 기업은 타이밍을 놓치지 말고 기업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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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호

    김호[email protected]

    - (현) 더랩에이치(THE LAB h) 대표
    - PR 컨설팅 회사에델만코리아 대표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공인 트레이너(CMCT)
    -서강대 영상정보 대학원 및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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