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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움이 부질없는 이유

박재희 | 48호 (2010년 1월 Issue 1)
새해를 앞둔 연말은 파티와 모임의 계절이다. 한 해의 성과를 마무리하는 동문, 동료들의 연말 회동(會同)에서는 성공에 대한 이야기가 단골 메뉴로 올라온다. 주식과 부동산으로 돈을 번 이야기, 이번 인사에서 승진한 이야기, 자식들의 학교 진학에 이르는 다양한 성공 무용담이 한상 가득 차려진다. 자리가 무르익으면 어느덧 부러워하는 쪽과 부러움을 받는 쪽으로 나뉜다.
 
허나 부러움이 지나치면 질투가 되고, 질투 역시 지나치면 갈등이나 결별로 이어진다. 부러움은 인간을 분발시킨다지만, 때론 싸운 적도 없고, 져본 적도 없는데도 패배자로 만들기도 한다. 부러움이 정말 부질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을 때도 있다. 그저 건강하게 살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무척이나 행복하다는 것을 느낄 때 진정 인생의 자유와 기쁨을 만끽하게 된다.
 
부러움의 부질없음을 말해주는 <장자(莊子)>의 이야기가 있다. <추수(秋水)> 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발이 하나밖에 없는 전설상의 동물 기(夔)가 있었다. 그런데 이 전설상의 동물 기는 발이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발이 100개나 있는 지네를 몹시 부러워했다. 그런데 기가 그토록 부러워했던 지네에게 가장 부러워하는 동물이 있었는데 바로 발이 없는 뱀(蛇)이었다. 뱀은 거추장스런 발이 없어도 잘 갈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뱀은 자신이 움직이지 않고도 멀리 갈 수 있는 바람(風)을 부러워했다. 바람은 몸체도 없이 세상 어느 곳이라도 빠르게 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바람은 가만히 있어도 어디든 가는 눈(目)을 부러워하였다. 눈은 목표를 정하기만 하면 바로 그곳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눈은 보지 않고도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는 마음(心)을 부러워했다. 마음에게 물었다. 당신은 세상에 부러운 것이 없냐고? 마음은 이렇게 대답했다. 자신이 가장 부러워하는 것은 전설상의 동물인 기(夔)라고. 세상의 모든 존재는 서로가 서로를 부러워한다. 가난한 자는 부자를 부러워하고, 부자는 권력을 부러워하고, 권력을 가진 자는 건강한 자를 부러워하고, 건강한 자는 부자를 부러워한다. 모두가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가진 상대를 부러워하느라 자신이 가진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점을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아니 어쩌면 평생 깨닫지 못할 수도 있다.
 
부러움은 결국 마음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그 마음도 내가 있기 때문에 있는 것이다. 내가 없으면 마음도 없다(無己無心). 마음의 주체인 나를 버리는 무기(無己)의 상태가 되면 결국 마음이 소멸할 것이고, 마음이 소멸하면 나를 힘들게 하는 부러움의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장자>의 <추수> 편에는 나의 마음을 완전히 소멸시킨 리더의 모습을 대인무기(大人無己)라고 한다. “크게 완성된 사람은(大人), 나를 버린 사람이다(無己).” 나를 버리는 방법에 대해 장자는 세 가지 항목을 들며 설명한다. 바로 공간(space)과 시간(time), 지식(knowledge)의 폐기다. 이 세 가지로부터 자유로울 때 나를 버릴 수 있고, 나를 버리는 순간 부러움, 고집, 편견 같은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저 우물 안 개구리에게는 바다의 크기를 말해줄 수 없다(井蛙不可以語於海). 자신이 사는 우물이란 공간에 구속되어 있기 때문이다(拘於虛也). 저 여름 벌레에게는 얼음을 설명할 수 없다(夏蟲不可以語於氷). 자신이 사는 여름이라는 시간에 구속되어 있기 때문이다(篤於時也). 저 시골동네 선비에게는 진정한 도를 설명할 수 없다(曲士不可以語於道). 자신이 배운 것에 구속되어 있기 때문이다(束於敎也).”
 
장자가 말하고자 했던 우물이라는 공간, 여름이라는 시간, 가르침이라는 지식은 모두 우리 마음을 잡는 편견들이다. 그만그만한 공간에서 짧은 시간을 살다가면서 자기 생각이 그저 옳다고 아우성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장자는 자유를 상실한 인간의 모습을 본 것이다.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시작되는 연말연시이기에 장자의 이 이야기는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출발을 하는 과정 속에서 나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결국 나에게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란 요즘 청소년들의 화두가 가슴에 더욱 와 닿는다.
 
 
필자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교수,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 <경영전쟁 시대 손자와 만나다> <손자병법으로 돌파한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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