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전쟁에서 가장 참혹한 전투로 알려진 게티즈버그 전투에서 북군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바로 뷰퍼드 장군이 이끄는 기병 부대의 선제적인 방어선 구축이었다. 기병들은 준비가 안 된 상태에도 불구하고 전술적 필요성에 따라 보병을 자원해 진지를 구축했다. 이처럼 경쟁이 치열할수록 꼼꼼한 준비보다 적절한 타이밍에 치고 나가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 반면 쿠르스크 전투에서 독일군이 패한 것은 공격을 연기하면서 상대편에 방어 역량을 구축할 시간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편집자주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이자 책 『역사가 당신을 강하게 만든다』의 저자로 역사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최중경 한미협회장이 전쟁사에서 인생의 교훈을 발견하는 새로운 연재를 시작합니다. 역사 속 한 장면으로부터 현대인의 삶에 유효한 지혜를 얻어가시길 바랍니다. 당신은 신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그런데 경쟁사도 비슷한 신제품을 출시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언제 언론을 통해 신제품 출시 계획을 공개해 기선 제압하는 것이 좋을까? 너무 일찍 알렸다가 실제 출시가 늦어지면 신뢰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더군다나 경쟁사의 신제품이 먼저 시장에 나오면 스타일을 완전히 구기게 된다. 그렇다고 너무 신중하게 접근해 신제품이 완성 단계에 이를 때까지 기다리면 경쟁사가 먼저 선수를 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신제품의 생산 시점과 그것을 시장에 공개하는 메시지의 타이밍은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까? 이런 상황에 필요한 행동 규칙은 무엇일까?
최선의 전략은 경쟁사보다 먼저 외부에 공개하고 시장 출시도 먼저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늘 계획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비록 시장 출시가 늦어질 위험이 있더라도 경쟁사보다 먼저 공개하는 것이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때론 충분한 준비가 반드시 정답이 아닐 수 있다. 준비가 부족하더라도 일단 중요한 타이밍에 치고 나가는 게 정답인 경우도 있다.
이번 글에서는 역사상 전쟁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인 전투 중에서 타이밍을 잘 맞춰 성공한 사례와 타이밍을 놓쳐 실패한 사례를 하나씩 소개하고자 한다. 두 전투 모두 많은 교훈을 남겼지만 그중에서도 준비와 타이밍의 관점에서 오늘날 의사결정자들에게 시사점이 크다.
최중경 한미협회장은 33년간 고위 관료와 외교관을 지냈고 동국대 석좌교수, 고려대 석좌교수, 미국 헤리티지재단 방문연구원, 한국공인회계사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미 협력을 증진하는 민간 단체인 한미협회 회장과 자선단체 평가 업무를 수행하는 NGO인 한국가이드스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미국 하와이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저서로는 『청개구리 성공신화』 『워싱턴에서는 한국이 보이지 않는다』 『역사가 당신을 강하게 만든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