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은 소수 천재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특히 조직심리학에서 말하는 창의성은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는 능력을 넘어 ‘새로움과 활용성을 고루 갖춘 아이디어, 제품 또는 해법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뜻한다. 한 분야에서 높은 창의성을 보이는 사람은 해당 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과 확산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으며 일을 즐기는 내재적 동기를 갖춘 경우가 많았다. 또한 종종 신입 사원이 더 높은 창의성을 발휘하는 이유는 그들이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발산할 수 있는 확산적 사고방식을 채택하기 때문이다. 반면 경험이 많은 직원들은 익숙한 방식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어 창의성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창의적인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팀워크와 열린 토론 문화가 중요하다. 팀 내에서 모든 의견이 존중되고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교환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때 팀은 더 혁신적인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다.
독자들에게 감명을 주는 글을 짓는 소설가, 독창적인 감각을 캔버스 위에 마음껏 펼쳐내는 화가, 학계의 예상을 뒤엎는 이론을 만들어 낸 과학자처럼 흔히 창의력은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해 내는 특정 직업에 필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창의성 연구의 권위자인 테리사 아마빌레 하버드대 교수에 따르면 창의성의 중요성은 몇몇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11Amabile, T. M. (1998). How to kill creativity. Boston, MA: Harvard Business School
닫기 오히려 평소에 창의력이 덜 요구되는 분야에서 창의성을 보여준다면 그것이 차별화되는 전략이 될 수도 있고, 그 효과가 클 수 있다. 다른 기업들이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제품, 서비스, 또는 전략에 성공적으로 접목하는 기업은 다른 기업들이 이미 다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나 전략을 따르는 기업에 비해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할 확률도 그만큼 높다. 예를 들어 가전제품을 만드는 회사도, 노인 대상의 복지 사업을 추진하는 공기업이라도 혹은 문구용품을 만드는 회사라도, 직원들이 창의성을 한껏 발휘한다면 다른 기업들에 비해 성공할 확률이 더 높을 것이다. 조직심리학에서 말하는 창의성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창의성의 정의인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는 능력’을 넘어 ‘새로움과 활용성을 고루 갖춘 아이디어, 제품 또는 해법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거나 시도하지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라도 활용성이 떨어진다면 결국 그 기업의 성공에는 기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토스트기가 달린 슬리퍼, 알람과 동시에 뺨을 때리는 시계 등과 같은 발명품들은 아이디어 면에서는 기발하고 새롭지만 활용성은 떨어져 결국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기업의 창의성이 어디서 나오는지 이야기할 때 우리는 종종 천재적인 혹은 괴짜 같은 한 개인이 어떻게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됐는지를 떠올린다. 대학교를 중퇴한 스티브 잡스가 캠퍼스를 서성이다 우연히 등록한 캘리그래피 수업은 그가 나중에 만들게 된 아이폰의 디자인에 영감을 줬다. 3M 사원이었던 스펜서 실버는 다른 동료들에게 자신이 접착제를 개발하다 실패한 일화를 이야기했고 그의 동료인 아서 프라이는 그 접착제가 성가대 악보의 책갈피로 좋겠다 싶어 우연히 포스트잇을 만들게 됐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 목욕을 하려고 욕조에 들어가던 중 밀도와 부피의 원리를 깨닫고 기쁨에 뛰쳐나와 유레카를 외치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처럼 우리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괴짜들의 일상에 뜻밖에 생겨나는 것이라고 여기기 십상이다. 하지만 정말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몇몇 천재에게서 우연한 기회에만 나올 수 있는 것일까?
박귀현 교수는 조직심리학자로 산업 및 조직심리학과 조직행동을 연구하고 있다.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경영학과 심리학을 전공했고 동 대학에서 산업조직심리학으로 석사학위를, 조직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싱가포르경영대를 거쳐 현재 호주국립대 경영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집단의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