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에게 일의 의미는 꾸준히 변화해왔다. 때로는 생존을 위한 ‘노동’으로 가득한 삶을 살아야 했다. 한강의 기적을 만들자는 국가적 차원의 ‘작업’에 동원되기도 했고, 이에 저항하는 ‘행위’를 통해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오늘날 일의 의미는 더욱 큰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공채 제도가 막을 내리고 있고, 플랫폼이 자본의 지배적인 사업 방식으로 부상하면서 플랫폼을 통해 일이 거래되는 긱 이코노미가 확대되고 있다. 노사관계 역시 변화하면서 온라인에서 펼쳐지는 구성원 행동주의 현상인 ‘디지털 목소리’가 등장했다. 인공지능(AI), 특히 생성형 AI의 등장은 일의 세계에 더욱 큰 위협이 되고 있다. AI는 우리가 일을 하는 방식과 방법을 뒤흔들 뿐 아니라 많은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
우리는 거대한 전환의 시대 속에 살아가고 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보건 위기, 산업 고도화로 촉발된 기후 위기, 인구 구조의 변화와 같은 외부 충격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경제적 체제와 그 토대를 뒤흔들고 있다. 특히 자동화(automation)와 인공지능(AI)에 기반한 기술 발전은 우리가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일의 현재 모습에 근본적인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 정치경제학자 칼 폴라니가 주목했던 거대한 전환(Great Transformation)이 19세기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근대사회와 근대 시장의 결합으로 탄생한 20세기 시장 사회(Market Society)를 의미했다면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21세기의 거대한 전환은 그 결합의 전제였던 현대 국가 체제와 현대 시장 체제를 뿌리부터 뒤흔드는 폭발력을 갖고 있다.
일의 미래는 큰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일의 형태, 일하는 시간과 공간, 일하는 방식 등 모든 방면에서 일의 현재가 해체되고 일의 미래가 새롭게 탄생할 것이다. 새롭게 탄생할 일의 현실은 가상(virtual), 그리고 확장 현실(augmented reality)까지 포함해서 전개될 것이며 우리의 대응 방식에 따라 그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이러한 도전에 현명하게 대응하기 위해선 우리가 지금 서 있는 좌표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화가 폴 고갱이 그린 ‘우리는 어디서 왔고, 우리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작품의 제목처럼 일이 우리에게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그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 종합적으로 전망할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가 서 있는 곳에서 미래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필자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사회과학 학제과정(Social Studies)을, 케네디스쿨에서 정책학(Public Policy) 석사 과정을 마치고 스탠퍼드대에서 사회학(Sociology)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제사회학의 대가인 마크 그라노베터(Mark Granovetter) 교수의 제자다. 사회과학 분야 국제 학회인 사회경제학회(Society for the Advancement of Socio-Economics) 2017년 신진 연구자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일터 민주주의, 디지털 전환 등을 포함한 일의 미래를 화두로 삼고 연구하고 있다. 앞으로 AI와 일의 미래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