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데뷔한 신예인 이경 작가가 SF 엽편소설을 연재합니다. SF 장르의 인기는 인공지능, 로봇과학과 같은 과학기술이 바꿀 미래에 대한 대중들의 큰 관심을 보여주는 문화적 트렌드입니다. ‘콩트(conte)’라고도 불리는 엽편소설은 ‘나뭇잎 한 장’에 비유할 정도로 아주 짧은 분량에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를 담아내는 문학 양식입니다. 짧은 스토리를 읽으면서 작가의 SF적 상상력을 따라가는 동시에 신선한 영감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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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 씨. 하루 이틀 일해요? 이게 도대체 몇 번째야?”
착 가라앉은 이수민 팀장의 목소리가 파티션을 넘자 온 사무실이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그리고 잠시 후 갑자기 부산해진 키보드 타자 소리와 함께 사내 메신저가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뭐야뭐야뭐야? 왜 저래요?] AM 10:23
[아 지가 시켜놓고 딴소리야~ 저 지랄도 하루 이틀이냐 진짜] AM 10:23
[와 왜 일을 이렇게 꼬아서 하냐는데 저게 할 소립니까 막말로 자기 똥은 누가 다 치워줬는데] AM 10:24
벼르던 건수를 잡은 기쁨에 단체 대화창은 팀장 뒷담화로 와르르 터져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평소와 달리 하영은 거기 끼는 대신 지은과의 개인 대화창을 열었다.
[에휴… 너무 신경쓰지마. 이따 타르트나 먹으러 가자. 내가 살게.] AM 10:26
메시지를 전송한 순간, 팀장이 뭔가를 팍 신경질적으로 책상에 내려놓는 소리가 이 사태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하영은 재빨리 대화창을 닫은 다음, 마우스를 전광석화처럼 클릭한 다른 팀원들과 마찬가지로 열심히 눈앞의 일에 집중하는 척했다. 너무 집중력이 높아 주위의 소음이 차단된 나머지 지금 나와 내 일 사이에서 일어난 일 외의 다른 일, 예를 들면 팀장이 일부러 본보기를 보이듯 지은을 제 자리에 불러다 세워놓고 큰소리로 질책한 일 따위는 눈치채지 못했다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