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의 산택손괘와 풍뢰익괘는 투자로 큰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시대의 흐름을 주시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위험도 감수하되 불필요한 지출은 최소화해야 한다. 노년에는 공격적인 투자보다 안정적인 투자를 지향해야 한다. 투자 종목에 이상 신호가 감지되면 과감하게 손을 떼야 한다. 의사결정에 구조는 단순히 하며 중용을 지키면서 언론이나 정치도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큰돈을 벌면 겸손한 태도로 사회와 나눠야 덕을 칭송받는다.
기업 활동의 결과를 수치로 표시한 손익계산서의 ‘손익’이라는 개념도 주역에서 유래했다고 볼 수 있다. 주역 64괘 가운데 산택손(損)괘와 풍뢰익(益)괘의 괘 이름인 손과 익을 합친 것이 손익이다. 하지만 현대 경영학에서 사용되는 손익의 개념과 주역에서 말하는 손익의 개념은 조금 다르다. 경영학에서는 손익을 ‘손실(loss)’과 ‘이익(profit)’이 합쳐진 의미로 사용하지만 주역에서는 자본의 이전이나 분배, 투자의 의미로 쓴다. 자본 흐름의 결과로 기존의 자원에 결함이나 보충이 생긴다는 측면에서는 손실과 이익의 의미를 내포하는 듯하다. 그러나 주역에서는 사라지는 현재적 가치보다는 새롭게 생성되는 미래적 가치에 더 큰 비중을 둔다.
산택손(損)괘는 위에 있는 산이 자신의 내부 기운을 덜어내어 아래의 연못에 보태주고, 연못은 자신의 물을 덜어내어 산에 보태주는 형상이다. 풍뢰익(益)괘도 바람과 우레가 자신의 에너지를 이용해서 상대를 더 강화하며 상승 작용을 일으키는 형상이다. 손괘와 익괘에 담겨 있는 공통적인 핵심 메시지는 나의 것을 덜어(損) 타인에게 보태주는(益) 것이다. 나를 약화시키고 나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나를 강화시키고 나에게 이득이 되는 효과를 거두는 것이 주역에서 말하는 진정한 손익의 의미이다. 주역에 의하면 손실은 손해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인 것이다.
필자는 서울대 사회교육학과와 동 대학원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중앙대에서 정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승강기대 총장과 한서대 대우 교수, 중부대 초빙 교수 등을 지냈다. 동서양의 고전을 현대적 감각과 트렌드에 맞게 재해석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다. 저서에 『다시, 논어』 『욕심이 차오를 때 노자를 만나다』 『존재의 제자리 찾기; 청춘을 위한 현상학 강의』 『그리스, 인문학의 옴파로스』 『주역으로 조선왕조실록을 읽다』 『실리콘밸리로 간 노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