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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응과 유엔 COP26의 한계

‘탄소 춘추전국시대’ 코앞… 양자 체제로 대비를

백광열 | 340호 (2022년 03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유엔 주도의 COP 체제에는 만장일치의 함정과 개도국의 불신이라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이와 별개로 한국은 탄소중립을 추진하기 위한 국제 금융기관들의 연합인 지팬즈(GFANZ)의 행보를 눈여겨보는 한편 실질적인 탄소배출권 거래가 가능하도록 국가 간 양자 체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업 또한 앞으로 국제적으로 ‘탄소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질 가능성을 주의 깊게 지켜보며 장기적으로 원전 금지에 대비하고 국제 기준에 따른 그린워싱에 주의해야겠다.



2021년 11월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Conference of Parties)에서 알록 샤마(Alok Sharma) 의장은 이번이 “마지막이자 최선(Last and Best)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는 애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이 미 하원에서 노예 해방 정책 지지를 요청하는 연설에서 나온 단어이다. 두 단어 모두 최상급으로 문법적으로 보면 마지막이거나, 최선이거나 둘 중 하나만 가능하다. 하지만 평소에 영어 문법에 민감하기로 유명한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도 샤마의 단어 선택에 토를 달지 않았다. 이번 총회는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각국이 탄소 감축 목표치를 발표하기로 약속한 자리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그야말로 ‘마지막이자 최선’의 기회라는 데 공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당사국 총회(COP26)는 유엔의 고질적인 국가 및 지역 간의 마찰, 중국의 상식에 벗어나는 무리수, 유럽과 미국의 기후금융 헤게모니 충돌 등으로 이 ‘마지막이자 최선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지난 20년간 정부, 기업, 학계, 국제기구에서 일하면서 COP를 지켜본 필자가 보기에 이는 예견된 결과였다. 지난 20년간 단 한 번의 예외 없이 COP 시작 전에 나오는 단어는 ‘결정적인, 중대한(Crucial, Imperative)’이었으나 끝난 후 반응은 늘 ‘실망스러운, 심각한 (Disappointing, Dire)’이었다. 심지어 탄소배출 감축의 제도화를 방지하려는 원자바오 당시 중국 총리의 전무후무한 무례와 훼방으로 엉망이 됐던 2009년 코펜하겐 COP의 결론은 ‘파멸적(Disastrous)’과 ‘종말(End)’이었다.

지난해 말 열린 COP26의 결과 또한 맥이 빠지는 수준이었다. 200여 개 국가가 서명한 최종 선언문에는 2030년까지 메탄을 포함한 온실가스(GHG) 배출을 ‘신속하고 심오하며 지속적’으로 감소시킬 필요성을 인식하고 석탄 발전 및 화석연료 보조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며 취약 국가에 대한 기후변화 적응 재정을 늘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모든 국가가 2022년까지 국가감축기여도(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NDC)로 알려진 현재의 2030 배출 감소 목표를 재검토 및 강화하겠다고 동의한 것이 가장 중요한 결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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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의 근본적인 한계는 유엔의 리더십이 기후변화의 근본적인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한다. 기후변화는 3E(Energy, Environment, Economics) 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 즉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화석 ‘에너지’를 대체하는 새로운 ‘경제 산업’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환경’을 살리는 것이다. 기후변화의 근본적인 이유인 경제, 금융, 산업의 이해나 변화 없이는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없다. 다음에서 COP26의 한계를 짚고 한국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유엔체제의 한계

먼저 COP는 200여 국가가 모두 동의해야 하는 치명적인 구조적 결함을 갖고 있다. 한 예로 미국이 주도한 2015년 파리 총회(COP21) 마지막 날, 모든 참가국이 합의한 후에 미국과 앙숙인 니카라과가 COP21 선언문 채택에 제동을 걸었다. 이에 미국이 다급하게 당시 국교를 막 정상화한 쿠바에 협조를 요청했다. 1980년대 산다니스타 혁명 시 미 중앙정보국(CIA) 자금과 무기로 무장한 반란군과 전쟁을 치른 다니엘 오르테가 당시 니카라과 대통령은 COP를 계기로 미국 주도 협정에 끝까지 반기를 들었다. 그러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의 압력을 받고 나서야 반대를 철회했다. 이처럼 국가와 지역 간의 마찰이 만연한 가운데 전 국가의 만장일치를 이뤄내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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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광열[email protected]

    연세대 경제대학원 기후금융 겸임교수

    필자는 캐나다 토론토대에서 경제학을, 맥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캐나다 재무부 장관 수석 경제 고문과 총리 수석 정책 고문을 역임했다. JP모건이 인수한 세계 최대 탄소배출권 기업인 에코시큐러티즈(EcoSecurities)에서 기후금융 수석 전략 고문을 맡아 탄소배출권 정책을 분석, 예측하고 상품을 개발했다. MIT-연세대 기후변화와 경제 프로젝트 공동 대표와 연세대 기후금융연구원장을 맡았다. 인도네시아 폐목 발전, 태국 조림, 캐나다 삼림 파괴 방지 등 여러 유엔배출권 프로젝트를 직접 진행했으며 현재 글로벌 IT 기업들의 탄소 정책을 자문하고 있다. 연세대 경제대학원 기후금융 겸임교수, 국제기후채권기구(Climate Bonds Initiative)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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