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d on “Corruption and Investment: Theory and Evidence from China” by C. Zheng and J. Xiao, Journal of Economic Behavior and Organization(2020)
무엇을, 왜 연구했나?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발표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상에서 매년 뇌물로 쓰이는 자금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에 해당하는 약 2조 달러(약 2400조 원)에 달한다. 부패의 일개 부류에 불과한 뇌물이 주는 경제적 피해가 이 정도인데 부패 전체가 세계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은 얼마나 가공할까. 국민권익위원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부패는 자금 조달 비용과 투자비용을 증가시켜 민간 투자와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키고 진입장벽을 높여 혁신을 가로막는 원흉이다. 유엔이 2003년에 반부패협약을 제정하고 유럽연합, 중국, 인도, 싱가포르 등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이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이에 적극 부응하는 이유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패한 국가 중 하나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중국의 경제는 과거 30년 동안 연평균 10%p씩 급격히 성장했다. 경제자유화와 시장경제개혁을 거름 삼아 싹 트고 만연한 부패와 공생하며 급성장한 사회기반시설(Infrastructure, 인프라)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그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부패에 기생한 인프라 투자가 만들어낸 피상적이고 일시적인 긍정적 외부 효과(Positive Externality, 경제 성장)가 부패를 정당화할 수 없다. 오히려 부패를 기반으로 한 투자와 경제 성장의 역효과는 치명적이다. 무엇보다도 지속가능성과 수익성이 현저히 낮은 인프라 건설에 너무 많은 자금을 낭비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이뤄진 대규모 인프라 투자의 비효율성은 국가적 손실로 이어졌다.
중국 정부의 2014년 보고서에 따르면 인프라 과잉 투자(중국 총투자의 약 37%)로 인한 손실은 미화로 6조8000억 달러(약 8160조 원)에 달했다. 여기서 아이러니한 점은 투자 수익률은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GDP 대비 투자액 비율은 고성장을 거듭했다는 점이다. 이른바 ‘동아시아 패러독스(East Asian Paradox)’의 대표적 현상이다. 보통 부패는 저개발 국가에서 만연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많은 나라에선 만연한 부패에도 불구하고 고속 성장을 거듭하는 상황을 가리킨다. 이와 관련, 상하이 재무경제대학의 연구팀은 주주-대리인모형(Principal-Agent Model)을 기반으로 동아시아 패러독스라고 알려진 부패와 경제성장 간 관계를 규명하고 그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테네시대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근무한 후 현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 시장과 규제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