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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를 통해 본 세상

전환사채가 널리 활용되고 있는 까닭은?

최종학 | 299호 (2020년 6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전환사채를 둘러싼 다양한 비판이 존재한다. 많은 소액주주는 전환권 행사, 전환가 재조정, 상환청구권 행사 등으로 주식 가치가 희석되거나 기업이 상환 부담에 시달리는 등 부당한 피해를 입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들은 대개 오해다. 전환사채와 그에 부가된 조건들이 널리 활용되는 까닭은 어디까지나 기업들이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일반 사채를 발행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거나, 발행하더라도 높은 수준의 이자율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일 때 낮은 금리로 자금 조달할 수 있는 창구이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벤처기업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자금을 지원하려면 인센티브와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무조건 비판만 하기보다는 기업과 기존 주주의 이익이 같이 간다는 생각으로 전환사채 발행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지난 몇 년간 전환사채(convertible bond, CB)에 대한 뉴스가 종종 언론에 보도됐다. 전환사채란 사채의 형태를 띠지만 특정 시기가 되면 투자자(즉 사채를 매수해 보유하고 있는 채권자)가 이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옵션이 달린 특수한 경우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회사의 경영 실적이 개선돼 주가가 오르면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한 뒤 주식시장에서 매각할 수 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계속해서 채권으로 남기면 된다. 상환청구권(풋옵션)이 부가된 전환사채라면 채권 발행사의 경영 상태가 좋지 않아 채권자 입장에서 만기까지 기다리기가 불안할 때 만기 전 상환청구권을 행사해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만기까지 이자를 받다가 만기가 됐을 때 원금을 돌려받는다. 따라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일반 채권에 투자하는 것보다 다양한 옵션을 가질 수 있으니 유리하다. 발행사 입장에서는 일반 채권을 발행할 때보다 이자율을 낮춰도 채권을 매각할 수 있으니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사람이 알지 못하고 잘 사용되지도 않던 전환사채가 최근 자주 뉴스에 오르내리는 것은 놀랄 만한 일이다. 그런데 전환사채가 꾸준히 뉴스거리가 되는 것은 맞지만 뉴스에 보도되는 내용은 시기에 따라 전혀 달랐다. 첫째, 2018년에는 전환사채 발행 빈도가 크게 늘고 있다는 뉴스가 중심을 이뤘다. 둘째, 2018년 하반기부터 2019년 중반까지는 주가가 오르는데도 불구하고 전환사채 때문에 큰 손실을 기록한 기업들,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돼 주가가 하락했다는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주로 뉴스에 보도됐다. 셋째, 2019년 하반기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는 기업들의 성과가 악하되어 주가가 하락하자 전환 가격 재조정(refixing, 리픽싱)이 이뤄졌다는 소식, 투자자들이 전환사채에 대한 상환청구권을 행사하는 빈도가 늘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그런데 이 뉴스에는 재미있는 점이 있다. 첫째 유형은 단순히 발생한 사실을 보도한 것이지 전환사채에 대한 찬반을 담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둘째와 셋째 뉴스는 서로 다른 내용의 뉴스인데도 불구하고 둘 다 전환사채를 비판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비판의 근거는 거의 정반대일 정도로 완전히 다르다. 왜 이런 이상한 내용이 포함된 뉴스들이 보도됐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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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벤처펀드제도의 도입과 전환사채

2018년 4월, 금융위원회는 새로운 코스닥 벤처펀드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벤처기업이 발행하는 주식이나 주식과 연계된 채권(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 사채 등)을 15% 이상 운용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면 코스닥 시장에 신규로 상장하는 기업들의 공모주 중 30%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는 펀드다. 이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는 일부 투자금에 대한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즉, 이 제도는 위험도가 높아 벤처기업에 투자하기를 꺼리는 투자자들에게 일부 인센티브를 부여해 벤처기업에 좀 더 투자하도록 유도하고, 그 결과 벤처기업들이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도록 마련한 것이다.

코스닥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의 상당수는 벤처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주저한다. 앞으로 성공할지, 실패할지가 불확실한 벤처기업들의 주식을 인수하면 큰 위험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성공한다면 큰돈을 벌 수 있겠지만 실패한다면 원금을 거의 회수하지 못한다. 더욱이 실패할 경우 펀드매니저 입장에서는 펀드에 투자된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서 펀드의 운용이 어렵게 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의 자리까지 위험해진다. 따라서 펀드매니저들은 초기 단계인 벤처기업보다는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사업 모델이 안정화된 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를 선호한다. 대박을 터뜨릴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큰 손실을 볼 가능성도 작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적당하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벤처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자금이 공급돼야 한다. 그렇지만 대개 자금 수요가 있는 벤처기업과 자금을 공급하는 투자자 사이의 눈이 맞지 않아 자금이 벤처기업으로 흘러가기 힘들다. 이를 ‘자금 수급의 미스매치(mis-match)가 발생한다’고 표현한다. 상대적으로 우량인 기업에 대해서는 서로 투자하겠다고 자금이 몰리는데, 반대로 불확실하거나 위험한 기업에 대해서는 아무도 자금을 대주려고 하지 않는다. 따라서 금융위원회는 새로운 제도 도입으로 펀드매니저들에게 당근을 제시해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증가시키려 한 것이다. 벤처 투자가 늘어나야 그 자금을 이용해 사업을 벌여 크게 성공하는 회사가 탄생할 수 있고, 그래야 일자리도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제도 도입 결과 벤처기업들의 전환사채 발행은 이전보다 크게 증가했다. 언론 보도를 보니 제도 도입 이후 3개월 만에 총 9000억 원 정도의 물량이 발행됐다. 왜 더 많은 펀드매니저가 주식을 바로 인수하지 않고 전환사채를 인수하게 됐을까? 그 까닭은 전환사채 인수가 주식 인수보다 덜 위험하기 때문이다. 회사가 망해서 청산할 경우, 잔여 자산은 채권자와 주주가 나눠 가진다. 이때 채권자에게는 주주보다 먼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우선권이 있다. 벤처기업은 망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 위험을 고려하면 아무래도 주식을 가진 주주보다는 채권을 가진 채권자가 되는 것이 더 안전하다. 그런데 벤처 펀드의 규정에 따르면 주식이나 주식 연계 채권을 인수해야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일반 채권은 해당이 안 된다. 따라서 대표적인 주식 연계 채권인 전환사채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했고, 이에 맞춰 기업들도 전환사채의 발행을 늘렸다.

사실 벤처 펀드의 도입 이전에도 대략 2014∼2015년 무렵부터 정부의 강력한 창업지원정책 실시의 일환으로 대규모 공적 자금이 벤처업계에 공급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였고, 전환사채의 발행 빈도도 늘어나고 있었다. 그러다가 2018년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자 발행 빈도는 더 늘어나게 됐다.

전환사채의 중요한 특징들

일반적인 사채의 경우 이자율과 만기라는 두 가지 특징만 존재한다. 그런데 전환사채는 이에 추가해 여러 가지 복잡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특징은 크게 (1) 투자자나 발행자의 상환청구권 보유 여부 (2) 전환 가격의 결정 (3) 전환 가격 리픽싱(refixing) (4) 전환 시기 (5) 발행의 형태(공모 또는 사모)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 (1)과 (5)는 일부 사채도 해당되는 사항이고, 나머지는 전환사채의 경우에만 해당하는 항목이다.

첫째, 사채 중에는 상환청구권이 포함된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상환청구권을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으면 풋옵션(put option), 발행사가 보유하고 있으면 콜옵션(call option)이라고 부른다. 투자자들이 상환청구권을 행사하면 발행사는 사채가 만기 되기 전이라도 사채의 원금을 투자자들에게 상환해야 한다. 회사의 재무 상태가 불안해 사채의 만기가 되기 전에 망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이라고 판단한다면 채권자는 즉시 상환청구권을 행사할 것이다. 반대로 발행사 입장에서는 회사의 재무 상태가 호전되고 자금 사정도 좋아져서 채권을 상환할 수 있을 만큼 현금이 충분하다면 상환청구권을 행사해 채권을 갚아버릴 것이다. 전환사채의 경우 채권자가 상환청구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많지만 발행사가 상환청구권을 가진 반대의 경우는 드물다.1

둘째, 전환가격은 발행 시점에 미래 주가에 대한 예측을 기반으로 해서 정해진다. 예측치를 기반으로 해서 발생사와 채권 인수자 사이의 협상에 의해 최종 전환 가격이 결정된다. 예를 들면, 액면가가 5000원이고 현재 주가가 8000원인 시점에 전환사채를 발행하는데 ‘앞으로 3년 후 투자자가 원하면 채권 1만 원을 주식 1주로 전환한다’고 정해 놓는 식이다.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회사들이 대부분 위험도가 높은 회사이므로 이 기업의 전환사채에 투자를 하는 투자자들이 회사가 성공해 주가가 1만 원 이상으로 오른다면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해 이익을 볼 수 있도록 전환 가격을 사전에 정해 놓은 것이다. 앞의 예의 경우, 채권자 입장에서는 주가가 1만 원 이상으로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채권을 계속 보유하는 것보다 유리하다. 전환 가격이 너무 높게 책정된다면 이 전환사채에 투자하려는 투자자가 이익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투자금이 감소하고, 너무 낮게 책정되면 발행사의 주주들이 손해를 보게 된다. 따라서 양측의 치열한 협상 끝에 합리적인 수준에서 전환 가격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셋째, 전환 가격이 발행 후에 재조정(즉 리픽싱)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를 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만약 발행사의 경영 성과가 낮아 주가가 하락한다면 전환권을 행사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전환사채는 일반 사채보다 이자율이 낮으므로 이런 경우에는 일반 사채를 보유하는 것보다 전환사채의 투자자가 더 불리하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이 전환사채를 인수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주가가 상대적으로 크게 하락한다면 하락한 가격에 비례해 전환 가격도 낮추도록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즉, 전환 가격 재조정을 통해 주식으로의 전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앞에서 소개한 채권의 경우, 만약 주식의 가격이 계약 체결 시점보다 30% 하락한다면 이에 비례해 전환 가격도 1만 원에서 30% 하락한 7000원으로 재조정되거나 채권의 주식 전환 비율을 높여 더 많은 수의 주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2 리픽싱이 무한정 허락되는 것은 아니다. 한 번 재조정할 때마다 최대 30%만 전환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재조정 시기는 보통 3개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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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학

    최종학[email protected]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최종학 교수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권과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 가치평가』 『사례와 함께하는 회계원리』,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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