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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를 통해 본 세상

엔론 몰락 가져온 잘못된 보상 체계

최종학 | 43호 (2009년 10월 Issue 2)
최근 맥쿼리 펀드가 보유한 SK E&S의 주식 49% 중 절반을 SK E&S가 인수 후 소각(消却)하고, 나머지 절반은 SK C&C가 인수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이는 SK E&S가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와 SK C&C의 100% 자회사로 바뀐다는 뜻이다. SK그룹 지배구조의 틀이 완전히 확립되는 셈이다. 이번 지분 인수로 SK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속도가 더욱 빨라질 전망이며, 경영 투명성 또한 향상될 거라는 기대가 높다.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SK E&S는 대한도시가스, 부산도시가스, 충남도시가스 등 국내 8개의 도시가스 회사와 LNG 복합발전소를 운영하는 종합 에너지 기업이다. 에너지 기업의 특성상 SK E&S는 경기 변동에 별로 민감하지 않고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 SK E&S의 과거 이름이 SK엔론이었다. 즉 2001년 파산한 미국 엔론과 SK그룹이 1999년 만든 합작회사가 바로 SK엔론이다. 엔론이 파산한 후 SK의 합작 파트너는 엔론의 후신인 프리즈마 에너지로 바뀌었다. 2006년에는 맥쿼리 펀드가 프리즈마의 지분을 약 3500억 원에 사들인 후 회사명에서 엔론을 없앴다. 대신 종합 에너지 및 서비스 기업으로 발전한다는 뜻에서 회사명을 ‘에너지(Energy)’와 ‘서비스(Service)’를 합친 SK E&S로 바꿨다.
 
미국 동부의 조그마한 가스 파이프 운송회사였던 엔론은 맥킨지 출신 컨설턴트인 제프리 스킬링을 영입한 후 급속도로 성장했다. 파산 직전까지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던 스킬링은 엔론을 미국 재계 서열 5위 기업으로 수직 성장시켰다. 이 빠른 성장 덕분에 엔론은 여러 경영 서적이나 강의에 빈번히 등장하는 초우량 기업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10위 안에 뽑혔고, 사회적 공헌을 많이 하는 가장 양심적인 기업 10위 안에 포함된 적도 있었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많은 정치인들, 심지어 환경보호 단체들조차 엔론으로부터 엄청난 기부금을 받았다.
 
스킬링은 끊임없는 인수합병(M&A)으로 엔론을 성장시켰다. 워낙 M&A를 자주 하다 보니 자금이 필요했는데 엔론은 이 자금을 외부로부터 조달했다. 즉 주식이나 사채를 빈번하게 발행해 돈을 마련했다. 주식이나 사채를 성공적으로 발행하려면 회사의 이익이 많거나, 신사업의 성장 가능성이 높아야 한다. 그런데 엔론이 M&A로 인수한 기업이나 신규로 진출한 사업들은 대부분 엔론의 기존 업종인 가스 및 에너지 공급업에 비해 마진이 높지 않았다. 심지어 손실을 볼 때도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신규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 이게 바로 엔론이 회계 조작을 시작한 이유다. 엔론은 분식회계를 통해 이익이 많다고 투자자들을 속인 후 시장의 기대 수준을 초과하는 업적을 발표하는 형식으로 주가를 끌어올렸다. 동시에 그 기회를 이용해 사채나 주식을 발행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끌어들였다.
 
엔론이 사용한 분식회계 방법은 특수목적법인(Special Purpose Entity·SPE)을 만들고 이 법인에 부실을 떠넘겨 숨기는 방법이었다. SPE는 엔론의 부실 자산을 비싼 값으로 사주고, 엔론이 이익을 보게끔 낮은 가격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방법으로 엔론의 이익을 부풀렸다. 이에 따라 SPE는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이 손실은 모두 엔론이 지급 보증을 해줬으나, 이런 내용을 재무제표에서 숨긴 셈이다. 이 와중에 내부 고발로 분식회계가 탄로나자 엔론은 곧 파산했다. 분식회계가 밝혀진 지 불과 1년 만에 미국 재계 랭킹 5위의 대기업이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렸다. 스킬링은 증권사기죄로 무려 25년 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나머지 고위 임원들도 대부분 1∼6년 형을 선고받았다. 분식회계로 부풀린 이익에 대해 받았던 성과급도 대부분 몰수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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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학

    최종학[email protected]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최종학 교수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권과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 가치평가』 『사례와 함께하는 회계원리』,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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