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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를 통해 본 세상

종속-관계기업 구분하는 지배력 기준 논란

최종학 | 318호 (2021년 04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재무제표 작성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상대적 해석의 여지가 적었던 K-GAAP와 달리 ‘경제적 실질’을 기준으로 회계 처리를 하도록 바뀌면서 기업의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생긴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기아차에 대한 실질 지배력이 없다며 2011년 기아차를 종속기업에서 관계기업으로 전환, 연결 대상 기업에서 제외했다. 그리고 1999∼2010년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장부가로 처분하고, 경영권을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시가로 매입한 것처럼 회계 처리해 처분 손익을 이익잉여금으로 계상했다. 마찬가지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독자적인 경영권을 잃었다고 판단해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고,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을 장부가에서 시가로 재평가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이 같은 회계 기준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평가손익은 영업이익이나 기업의 본질적 가치와는 무관하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2011년 국제회계기준(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IFRS)을 도입해 상장기업들에 적용하고 있다. 2010년까지 모든 기업이 사용하던, 그리고 현재는 비상장기업들만이 사용하는 회계 기준을 K-GAAP라고 부른다. IFRS가 도입되면서 여러 변화가 일어났다. 모든 기업이 다 큰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일부 기업의 경우 재무제표에 상당히 큰 변화가 있었다.

그런 사례의 하나가 연결재무제표 작성을 위한 지배력에 대한 판단이다. A 회사가 B 회사의 지분 중 일부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를 살펴보자. 이 경우 B가 투자기업 A의 피투자기업이 된다. 과거 IFRS가 도입되기 이전에는 A가 B의 (1) 의결권 있는 주식을 50% 이상 소유하는 경우, (2) 의결권 있는 주식의 30%를 초과하여서 소유하면서 최대주주인 경우, (3) 이사회의 과반수 이상을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경우 A 회사가 B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 경우 A를 지배기업, B를 종속기업이라고 부른다. 이 경우 A는 A 스스로에 대한 재무제표(개별재무제표)뿐만 아니라 A와 B를 합친 연결재무제표도 작성해야 한다.

만약 위의 세 가지 조건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2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면 A가 B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이 경우에는 B를 종속기업이 아니라 관계기업이라고 부르며, A는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지는 않지만 지분법을 사용해 회계 처리를 한다. 지분법이란 이익(손실)의 발생이나 배당 지급 등의 이유로 관계기업의 가치가 변할 때, 관계기업에 대해 가진 모회사의 지분비율만큼 관계기업 순자산 가치의 변동을 모회사가 인식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A가 B의 주식 중 20%를 보유하고 있는데 만약 B가 100억 원의 이익이 발생했다면 이 중 20%인 20억 원을 지분법 이익으로 A가 기록하는 것이다.

그런데 IFRS가 도입된 이후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기준이 크게 변했다. IFRS 제1027호와 제1110호에서는 다음과 같은 경우 피투자기업을 투자기업이 연결해서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4) 투자기업이 직접적으로 또는 종속기업을 통해 간접적으로 피투자기업 의결권의 과반수를 소유하고 있는 경우, (5) 투자기업이 피투자기업 의결권의 절반 또는 그 미만을 소유하더라도 이사회의 과반수를 임명하는 등과 같은 실질 지배력을 보유하는 경우, (6) 법규나 약정에 따라 피투자기업의 재무 정책과 영업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투자기업에 있는 경우의 세 가지 조건 중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다. 그런데 이 경우 ‘실질 지배력’이나 ‘재무정책과 영업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말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이 규정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따라서 기업들이나 회계법인마다 이 규정에 대한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K-GAAP와 IFRS의 차이에 대한 이 사례를 보면, 두 기준의 차이점을 이해할 수 있다. 미국 회계 기준에 기반을 둔 K-GAAP는 상대적으로 해석의 여지가 적다. 회계 기준을 읽으면 누구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상대적으로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IFRS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므로 사람마다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A와 B의 상황에 대해서도 실질 지배력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IFRS의 철학은 ‘경제적 실질’에 따라 회계 처리를 하라는 것인데 경제적 실질이 무엇인지는 해당 기업이 가장 잘 알고 있으므로 기업이 판단해서 회계 처리를 하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기업은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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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가 현대차의 종속기업이 아닌가?

K-GAAP를 적용하던 2010년까지 현대차는 기아차의 지분 중 34%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였다. 이는 위에서 설명한 (2)의 조건에 해당하는 경우다. 따라서 현대차는 기아차를 종속기업으로 간주해 두 회사를 합한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1년 IFRS가 도입되자 현대차는 기아차를 종속기업이 아니라 관계기업이라고 판단해 연결대상 기업에서 제외한다. 지분비율이 34%이므로 (4)의 조건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실질 지배력도 없으며(조건 (5)) 재무 정책과 영업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능력(조건 (6))도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1 기타 주주들 중에서 주주총회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정도로 지분을 보유한 집단은 국민연금(6%)뿐이며 나머지 지분은 다수의 소액주주에게 분산돼 있었다. 이 정도의 지분비율과 주식의 소유 분포, 그리고 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석률이나 안건에 대한 찬성률을 고려하면 현대차가 기아차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해도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현대차가 기아차에 대한 실질 지배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판단이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당연히 현대차가 기아차를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어쨌든 현대차는 지배하지 못한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그런데 이 경우 회계 처리가 무척 복잡해진다. 현대차는 1999년 IMF 금융위기 여파로 위기에 처한 기아차를 인수해 그룹의 계열사로 편입할 때부터 (2) 기준에 따라 기아차를 현대차에 연결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있었다. 즉, 시가 변동과 무관하게 기아차의 회계장부에 적힌 금액(장부가)이 현대차의 재무제표에 가산됐다. 그런데 2011년부터는 연결재무제표 작성 대상에서 기아차가 빠지게 됐다. 이 경우 회계 기준에 따라 기아차가 연결대상에 포함돼 있던 동안의 시가 변동을 일시에 현대차의 재무제표에 반영해주는 회계 처리를 하게 된다. 즉, 1999년부터 2010년까지 현대차의 개별재무제표에는 기아차의 주식을 ‘지분법적용투자주식’이라고 분류하면서 장부가로 회계 처리했다. 그런데 2011년에 연결대상에서 빠지게 되자 개별재무제표에서도 2011년 기초 시가로 기아차 주식의 가치를 바꿔 적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장부가와 시가 사이의 차이는 처분손익으로 기록한다. 즉,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던 주식 34%를 처분하고 경영권을 보유하지 않은 주식 34%를 새로 매입한 것처럼 회계 처리하는 것이다. 따라서 장부가(처분금액)와 시가(매입금액)의 차이는 처분 손익으로 기록된다.

다음은 2011년 현대차의 사업보고서에 포함된, 이와 관련된 일반적인 회계 처리 방법을 설명하는 공시 내용이다.

지배기업이 종속기업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한 경우, (i) 수취한 대가 및 보유한 지분의 공정가치의 합계액과 (ii) 종속기업의 자산(영업권 포함)과 부채 및 비지배지분의 장부 금액의 차이 금액을 처분손익으로 계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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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학

    최종학[email protected]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최종학 교수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권과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 가치평가』 『사례와 함께하는 회계원리』,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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