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생산 거점에 관한 의사결정을 할 때는 다양한 비용 요소를 따져본다. 해외에 공장을 짓는 것(오프쇼어링)을 고민한다면 당장은 현지 정부가 우호적인 지원을 내밀 수 있지만 투자가 완료되면 협상력의 균형이 달라질 수 있다. 해당 국가의 정치적 리스크도 고려해봐야 한다. 기업은 이 같은 비용들을 따져서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게 된다. 역으로 말하면, 리쇼어링을 하기 위해서는 이 비용만큼의 혜택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글로벌 공급망의 전면적인 해체와 완벽한 리쇼어링이란 불가능할 것이다. 대신 변화된 환경에서 글로벌 공급망의 재배치(Reconfiguring)를 어떻게 현명하게 실행할지 고민해야 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여름휴가를 포기하거나 줄인 독자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잠시 구글 지도와 스트리트뷰를 켜서 태양이 작열하고 야자수가 즐비한 이국의 해변을 찾아 스크린 속의 해변을 거니는 상상에 빠져 보자. 이런 해변을 영어로 쇼어(shore)라고 부른다. 리쇼어링을 얘기하려면 빼놓을 수 없는 오프쇼어링의 바로 그 ‘쇼어’다. 즉, 오프쇼어링은 바다 건너로 보낸다(off-shor-ing)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금융에서는 본국과 다른 세율과 다른 규제의 적용을 받는 역외로 돈을 보낸다는 의미로 쓰이고, 제조업에서는 가치사슬상의 생산 활동을 바다 건너 타국으로 보낸다는 뜻으로 쓰이게 됐는데, 워낙 널리 쓰이게 돼 ‘∼쇼어링’이라는 표현이 생산 활동을 이전하는 것을 의미하는 접미사가 돼 버렸다. 이는 마치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유래한 ‘∼게이트’라는 표현이 부정부패 스캔들을 뜻하는 접미사가 된 것과 유사하다.
세계화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꾸준히 증가하던 오프쇼어링은 금융위기 이후 세계화에 반대하는 정치 세력의 부상(영국의 브렉시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함께 그 추세가 둔화되며 오히려 리쇼어링이 주목받게 됐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과 이에 더해 진정한 검은 백조(black swan) 사건이라고 할 코로나19로 인해 각국 경제가 위기에 빠지고, 특히 실업률 등 일자리 문제가 각국 정부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그러자 생산 활동을 타국으로 오프쇼어링한 자국 기업들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리쇼어링에 대한 요구는 한층 강화됐다.
특히 미국의 경우 자국 기업들이 생산 거점을 지구상 가장 큰 바다인 태평양 건너 아시아로 옮겼던 것이 화근이 돼 아주 단순한 개인용 보호 장구조차 제때 구비하지 못했다. 이런 모습을 본 미국 국민들이 오프쇼어링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지금까지 코로나19에 상대적으로 더 잘 대처한 국가들이 세계 제조업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한국•대만•베트남 같은 동아시아 국가들, 그리고 유럽 제조업의 핵인 독일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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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어링(shoring)의 구분 i i Daniels, J., Radebaugh, L., and Sullivan, D. (2016) International Business: Environments & Operations, 16th edition, Pea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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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프쇼어링(Offshoring) ii ii아웃소싱 (outsourcing): 기업이 가치사슬상의 생산 활동을 자신의 영역 밖으로 옮기는, 즉 직접 하지 않고 다른 기업에 외주를 주는 행위. 지리적인 측면에서 자국이든, 타국이든 무방하다는 점에서 오프쇼어링과 구분됨.
닫기 : 기업의 가치사슬상의 생산 활동(원자재 조달, 연구개발, 디자인, 제조, 물류, 고객 서비스 등)을 본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이전하는 행위
● 니어쇼어링(Nearshoring): 오프쇼어링을 할 때 거리상으로 멀지 않은 인접국으로 이전하는 행위
● 온쇼어링(Onshoring): 기업의 가치사슬상의 생산 활동을 본국 내에서 생산성이 더 높거나 비용이 더 낮은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행위
● 리쇼어링(Reshoring): 오프쇼어링됐던 가치사슬상의 생산 활동을 본국으로 재이전하는 행위
한편으로 중국의 부상으로 인해 냉전 종식 이후 30여 년간 지속돼 왔던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에 변화의 가능성이 생긴 것 또한 오프쇼어링에 대한 대중의 관점을 바꾸는 데 영향을 미쳤다. 미국과 선진국의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그동안 오프쇼어링으로 인해 낮아진 생산비용이 저렴한 공산품 가격과 물가 안정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일자리 부족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오프쇼어링에 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국 기업의 오프쇼어링을 통해 외국이 경제 성장과 국력 강화를 이루는 반면 자국 산업 기반이 약화되고 더 나아가 국가경쟁력이 약화된다고 생각하게 되자 오히려 리쇼어링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 관점에선 리쇼어링의 의미는 무엇일까. 또 기업들은 리쇼어링을 시도할 때 어떤 점에 주의해야 할까. 리쇼어링이 국가 정책으로 성공하기 위한 필요조건들에 대해서도 짚어보자.
문정빈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런던정경대(LSE)에서 경제학 석사,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 상하이교통대를 거쳐 고려대에 재직 중이며 연구 분야는 비시장 전략, 글로벌 전략, ESG와 지속가능 경영 등이다.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Journal of Interna-tional Business Studies』 『경영학 연구』 『전략경영연구』 등 다수의 국내외 저널에 논문을 게재했으며 『전략경영연구』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