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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유튜브 혁명의 파도에 올라타라

김남국 | 257호 (2018년 9월 Issue 2)

인터넷에서 활약하고 있는 ‘봇노잼’이란 이름의 유튜버는 미디어의 변화와 관련해 큰 시사점을 줍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한 청년은 공부에 집중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유튜브에 자신이 공부하는 모습을 생중계하기 시작했습니다. 로봇의 ‘봇’과 재미가 없다는 의미의 ‘노잼’을 유튜브 계정 이름으로 정했는데 실제 내용도 재미가 너무 없습니다. 길게는 10시간 넘게 진짜로 공부만 합니다. 점심시간에는 텅 빈 의자와 책상이 고스란히 생중계됩니다. 한 번은 그가 공부하던 책의 한 페이지를 찢었는데 이게 봇노잼 콘텐츠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장면으로 기록됩니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이런 방송은 절대 인기를 못 얻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의 영상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공부하는 모습과 일상을 담은 영상을 올리는 그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34만 명에 달합니다. 어떤 콘텐츠는 조회 수가 100만 건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해외 팬까지 생겼습니다. 유튜브에서 구독자 34만 명은 결코 달성하기 쉬운 과제가 아닙니다. 소비재 분야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엄청난 마케팅 역량을 축적해온 통신사들 가운데 유튜브 채널 구독자를 가장 많이 확보한 SK텔레콤도 16만 명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대기업에 비해 역량이나 자원이 턱없이 부족한 개인이 낸 성과라는 점에서 봇노잼의 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만약 봇노잼의 아이디어를 기존 기업에서 누군가가 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십중팔구 이 기획안을 낸 사람이 큰 질책을 받거나, 심지어 그 회사에서의 커리어가 끝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유튜브로 대표되는 새로운 미디어는 이처럼 과거의 고정관념과 성공 공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역사를 바꾸는 동력은 무엇일까요. 정치 리더십, 경제 여건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을 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강한 동력 중 하나는 미디어입니다. 지난 1000년간 인류 역사를 바꾼 제1의 사건으로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가 꼽히는데요, 이 기술은 소수의 권력자만이 독점했던 지식과 정보를 대중화시키며 1000년간 이어졌던 중세시대를 무너뜨리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습니다. 전체주의 정치 체제에서 미디어를 강력히 통제하는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최근 등장한 소셜미디어는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에 버금가는 역사 변화의 촉매제가 될 것입니다. 금속활자 이후 다양한 기술 발전으로 수많은 미디어가 생겨났지만 생산자와 소비자의 역할이 엄격하게 구분돼 있었고 미디어 기업에서 육성한 소수만이 콘텐츠를 만들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기존 미디어에서는 정보를 편집하고 큐레이션하는 권력이 소수에게 집중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들었습니다.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누구라도 콘텐츠를 만들어 위계적 승인 절차 없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소비자에게 직접 공급할 수 있습니다. 또 편집 및 큐레이션 권력은 온전히 대중에게로 이전됐습니다. 미디어 소비자들 스스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슈를 편집하고 네트워크로 공유하면서 사회적 어젠다 결정권은 온전히 대중에게로 이양됐습니다. 하지만 많은 기업은 이런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거 미디어 체제에서 익혔던 방식 그대로 고객과 소통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런 틈새를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들이 메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튜브는 이들이 활동할 공간과 자원을 제공하며 강력한 콘텐츠 생태계를 창출, 젊은 층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미디어로 급성장했습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email protected]

DBR은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로 유튜브를 활용한 마케팅 방법론을 집약했습니다. 전문가들의 분석과 제안을 토대로 새로운 미디어에 부합하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수립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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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국

    김남국[email protected]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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