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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1. 라이프 사이클로 본 장수 전략

‘쇠퇴기’는 언제든 올 수 있다. 단계별 혁신플랜으로 장수 전략 세워라!

김선화 | 245호 (2018년 3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사람이 태어나서 유년기, 청년기, 장년기와 노년기를 거쳐 사망에 이르는 것처럼 기업도 크게 생존기, 성장기, 도약기, 성숙기의 4단계로 라이프 사이클을 구분할 수 있다. 다만 기업의 라이프 사이클은 사람과 다르게 각 단계가 반드시 순차적으로 오지 않는다. 기업은 어느 단계에서든지 쇠퇴기에 빠질 수 있다. 라이프 사이클 분석은 경영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기업의 하부 조직이나 각 사업부에도 별도로 적용해 볼 수 있어 유용하다. 성장단계별 특징과 도전 과제, 해결 방안은 다음과 같다.

1. 생존기 = 창업자의 절대적인 헌신을 바탕으로 일정한 현금 흐름을 조성해 죽음의 계곡을 넘어라.
2. 성장기 = 원맨 경영의 함정을 경계하고 내부 전문 경영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라.
3. 도약기 = 기업 문화를 구축하고 전지전능 신드롬을 경계하는 한편 신성장 동력 발굴에 나서라.
4. 성숙기 = 혁신을 통한 재도약과 세대교체를 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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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대교체를 앞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장수기업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기업이 대를 이어 생존하는 비율은 30%밖에 되지 않는다.1 70%의 기업이 창업자들의 사망과 함께 문을 닫는다는 의미다. 기업이 실패하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경영자들이 기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경영자를 포함해 수많은 직원이 모인 집합체다. 시장 상황에 따른 여러 가지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유기체이기도 하다. 기업에도 수명이 있다. 코스피 상장기업 기준으로 본다면 2006년 33년이었던 기업의 평균수명이 최근에는 29년으로 4년 감소했고 그 추세는 점점 더 짧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비상장 기업까지 포함하면 평균 수명은 11년으로 뚝 떨어진다.2 어떤 기업은 100년이 넘도록 생존하는데, 왜 어떤 기업은 불과 수년 만에 사라지는 걸까? 기업이 각종 위기를 극복해 장수하는 비결은 라이프 사이클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람이 태어나서 유년기, 청년기, 장년기와 노년기를 거쳐 사망에 이르는 것처럼 기업도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기업의 성장과정을 구분하는 것은 연구하는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생존기,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 4단계로 구분한다. 그리고 성장기와 성숙기 사이에 도약기를 넣어 구분하기도 하는데 이 과정을 통틀어 기업의 라이프 사이클이라고 한다. 기업별 특성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큰 흐름은 비슷하다. 이러한 변화는 경제나 사회 문제와 같은 외부 환경의 변화에 의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기업이 성장함에 따라 내부의 복잡성이 증가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측면이 더 크다고 본다. 사람이 건강한 삶을 이어가려면 성장 단계마다 겪게 되는 변화에 잘 대처해야 하는 것처럼 기업도 성장 단계마다 그에 적합한 조직 구조나 관리방식, 전략 등을 변화시켜야 생존을 이어갈 수 있다.

다만 기업의 라이프 사이클이 사람의 성장 과정과 다른 점이 있다면 각 단계가 반드시 순차적으로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존기가 지났다고 해서 그다음 단계가 무조건 성장기나 성숙기가 되리란 보장이 없다. 어떤 기업은 창업한 지 수십 년이 지나도 여전히 생존기에 머무를 수 있고, 어떤 기업은 10여 년 만에 성숙기에 이를 수 있으며, 어떤 기업은 당장 망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차이점은 사람의 생명은 유한하고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기업들은 수 대에 걸쳐 100년, 200년 생존하기도 한다. 장수기업은 경영자들이 라이프 사이클의 단계에 따라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를 잘 수행하고 또 위기 속에서도 기업이 쇠퇴기로 가지 않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전략을 세웠다. 기업이 실패할 것인가, 장수기업으로 살아남을 것인가의 차이는 결국 기업이 성장 과정에서 어떤 변화를 꾀했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이 글에서는 기업 라이프 사이클의 단계별 특징과 경영자들이 해결해야 하는 도전과제는 무엇인가 살펴보기로 한다. 기업의 라이프 사이클은 [그림 1]처럼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생존기, 성장기, 도약기, 성숙기의 4단계로 구분해 단계별 특징과 수행해야 할 과제들을 파악하고자 한다. 쇠퇴기를 마지막에 놓지 않은 것은 경영자가 각 단계에 필요한 과제들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어느 단계에서든지 쇠퇴할 수 있음을 설명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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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기 죽음의 계곡 넘기

생존기는 창업 직후부터 생존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일정 수준의 정기적인 매출과 수익이 확보된 시기를 말한다. 제조업의 경우 연간 약 10억 원 정도의 안정적인 매출을 달성한 시기가 이에 해당된다.

창업할 때 충분한 자금을 가지고 시작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은 퇴직금이나 담보 대출을 받아 초기 투자 비용을 마련하는데 회사 운영비나 재료 구입비, 시제품 생산비, 유통비 등 투자 요소들을 신중하게 따져서 촘촘하게 예산을 짠다. 하지만 창업 초기는 새로 태어난 아기에게 수유해야 하듯이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많다. 회사가 언제부터 수익을 낼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초기 자본금이 있더라도 자금 압박을 돌파할 궁극적인 방법이 없다면 생존은커녕 당장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 실제 이런 이유로 신생 기업 10곳 중 절반가량이 2년 안에 문을 닫는다.

3∼5년 차 정도 되는 신생 기업들이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과정에서 자금을 유치하지 못해 도산 위기를 맞는 것을 이른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라고 한다. 산업 환경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큰 틀에서 봤을 때 창업자들이 생존기에 직면하는 어려움은 어느 나라에서나 다 비슷하다. 그들은 모두 초기 자금을 확보하려고 고군분투하고, 인재 영입에 곤란을 겪으며, 신생 기업은 잘 상대하지 않으려는 은행에 외면받고 숨이 턱턱 막히는 정부의 관료주의와 싸워야 하는 공통적인 문제를 겪는다. 이처럼 이 시기는 생존에 대한 압박 때문에 매우 불안한 시기이기도 하다.

창업을 한다는 것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현실에서 구현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한계에 부딪쳐 보고 보이지 않는 위험 부담도 떠안아야 한다. 그러므로 창업자의 절대적인 헌신이 필요한 시기다. 만약 창업의 동기가 단지 돈을 버는 것이라면 이 시기 기업을 지속적으로 이끌어나가기 어렵다. 창업자가 적극적이면서 확신을 가지고 움직이려면 이 시기부터 스스로 ‘왜 비즈니스를 하는가’에 대한 분명한 목적의식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결심은 흔들리고 금세 포기하게 된다.

2012년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 신생 기업의 생존율은 1년 후 61%, 2년 후 48%, 3년 후 40%, 4년 후 35%, 5년 후 29%다.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는 생존율을 보면 살아남는 것 자체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짐작할 수 있다. 경영자가 이 시기에 가장 집중해야 할 문제는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율을 높이는 것이다.

성장기로의 진입을 위한 과제

기업의 생존율을 높인다는 것은 창업자들이 죽음의 계곡을 잘 건너야 함을 의미한다. 결국 수익을 내 자금 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려면 다음 두 가지를 잘 수행해야 한다. 첫째, 경쟁력이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초기에는 대부분 한 가지 제품으로 비즈니스를 시작하므로 상품 경쟁력이 떨어져 판매할 경로가 막히면 시간이 지나도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시일이 길어지면 자금 압박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싶다면 품질 좋은 제품과 서비스가 기본이다.

둘째, 핵심 고객에게 반복적인 구매를 유도함으로써 일정한 현금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신규 거래처를 늘리는 일에 전념해야 한다. 원가 절감을 통한 합리적인 가격, 품질 개선 등 제품 자체만으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효과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 반복적으로 구매하는 핵심 고객을 만드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결국 이 시기는 고객이 원하는 바를 충족시켜줄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데 모든 에너지와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제품과 시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어 내야만 다음 단계인 성장기로 진입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시기에 살아남더라도 계속 안정성만 추구한다거나 포화 시장에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지 못한다면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 동안 이 단계에 머물다 언젠가는 [그림 2]의 ①과 같이 쇠퇴기를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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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기 기업성장과 경영 전문화

생존기를 무사히 넘긴 기업은 상품이 다양해지고 사업 분야가 확장되며 중소기업 규모로 커지는데 이 시기를 기업의 성장기로 본다. 생존 자체보다는 급격히 확장되고 있는 회사를 어떻게 전략적으로 더 키워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하지만 이 시기에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들이 맞닥뜨리는 가장 큰 문제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공급량이 눈에 띄게 늘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자원이나 운영 방식이 한계에 부딪히는 것이다. 기업의 성장 속도가 관리 역량을 추월하게 되면서 내부적으로 큰 혼란을 겪게 되는데 이를 기업의 성장통(Growing Pain)이라고 부른다. 인적 자원 회계 분야의 창립자인 에릭 플램홀츠(Eric Flamholtz)는 “성장통을 겪는다는 것은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무엇인가 내부적으로 잘못되고 있다는 신호이며 회사가 앞으로 재정적인 문제를 포함해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경고”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성장통은 기업이 급격하게 성장하는 시기에 나타나지만 기업의 내부 시스템이 성장 속도를 뒷받침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이 시기에 경영자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전문화된 경영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만약 경영자가 기업 몸집 키우기에만 연연한다면 기업에 균열이 생기고 붕괴하게 된다. 이는 마치 기초가 약한 2층짜리 건물을 지어놓고 보강 공사 없이 그 위로 계속 건물을 지어 올리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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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선화

    김선화[email protected]

    ㈜에프비솔루션즈 대표

    필자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sSSIST)에서 가족기업 승계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에프비솔루션즈의 대표 컨설턴트로 가업승계, 가족기업의 지배구조, 가족 갈등 및 분쟁조정, 전략기획 등의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 FFI(Family Firm Institution)의 정회원으로 FFI Asia Circle의 한국대표다. 저서로 『100년 기업을 위한 승계전략』과 『가업승계, 명문장수기업의 성공전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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