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
포스코는 글로벌 철강 기업 중 최초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생산공정을 도입하는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새로운 개념의 철강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 빠르게 실행해 나가고 있다. 특히 새로운 도전을 효과적으로 이뤄내기 위해 조직의 실행력을 단계별로 높여 나가 ‘블루오션 시프트(Blue Ocean Shift)’를 충실히 이행했다. 제조업계가 눈여겨볼 만한 포스코의 혁신전략 ‘스마타이제이션(smartization)’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저비용, 고품질 제품 및 솔루션 개발 등 포스코 고객의 가치 혁신을 위한 목적을 명확히 정하고 디지털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2) 포스코 자체 플랫폼 ‘포스프레임(PosFrame)’을 개발해 누구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업무를 혁신할 수 있는 인프라를 조성했다.
3)전사 교육과 경진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해 직원들이 포스코의 새로운 시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혁신 과정에 동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철강 산업의 상징은 용광로와 쇳물이다. 장대한 설비를 갖춘 대규모 공장에서 기계와 사람이 힘을 합해 제품을 생산하는 대표적인 제조업이다. 디지털 혁명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위계적 질서 속에서 보수적인 조직 문화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철강 산업이 과거 한국의 산업화를 이끈 주역이었지만 우리 산업의 미래를 이끌기는 힘들 것이란 인식도 존재한다.
포스코가 지난해부터 대대적으로 추진한 ‘스마타이제이션(Smartization)’은 이런 선입견을 깨뜨렸다. 포스코는 지난해 세계 철강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AI(인공지능)를 도입한 생산공정을 개발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일부 생산공정 수율을 90%까지 끌어올리는 등 생산성도 크게 높였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포스코는 완전히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있다. 포스코가 자체적으로 구축한 ‘포스프레임(PosFrame)’이라는 플랫폼이 대표적인 예다. 포스프레임에 저장된 데이터를 활용해 AI 기법을 적용, 새로운 생산공정 개발은 물론 고객사를 위한 최적의 솔루션까지 제공할 계획이다. GE의 산업인터넷 플랫폼인 프레딕스(Predix)와 같이 디지털 솔루션까지 제공하는 제조기업으로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포스코의 자신감 넘치는 행보는 다른 기업들에도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실제로 빌 루 GE디지털 사장이 지난해 8월 포항제철소를 방문해 포스코의 디지털화 현장을 직접 챙겨봤을 정도다. 루 사장은 포스코를 GE디지털이 개발한 프레딕스 플랫폼에 참여하는 여느 협업기업 중 하나로 보지 않았다. GE디지털이 아직 시도하지 않은 철강 산업에서 디지털 솔루션을 어떻게 개발할 수 있는지 참고하기 위한 ‘확인 차원’의 ‘방문’이었다. GE는 포스코를 GE의 프레딕스 플랫폼을 확장할 수 있을 만한 새로운 영역의 전략 파트너로 여겼다.
포스코는 어떻게 ‘레드오션’이 된 철강산업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아낼 수 있었을까? 첫째, 디지털 기술에 집착하지 않고 포스코가 추구해야 하는 ‘핵심 가치’에 집중했다. 더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생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더 좋은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그리고 이 해결책을 찾는 데 디지털 기술을 활용했다.
둘째, 포스코의 새로운 전략에 전 직원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신속한 업무 혁신이 가능해졌다. 포스코는 지난해 3월 ‘스마타이제이션’을 선포하고 전 직원이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업무방식을 혁신하고 있다. 사무직이든, 엔지니어든 관계없다. 기존에 포스코가 확보한 데이터를 활용해 자신의 업무를 1%라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전사 교육, 경진대회 등 새로운 시스템과 프로그램을 도입해 포스코 전 직원의 조직문화를 상향식(Bottom-up)으로 바꿔나갔다.
포스코 사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나라 제조업계가 어떻게 블루오션 전략을 적용하고 실제로 실행하기 위해서 어떠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그 모범 답안을 제시한다. 블루오션 전략에선 디지털 기술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어떻게 소비자나 고객의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출발한다. 또한 새로운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기 위해선 조직을 제대로 움직여야 한다. 직원들이 두려움보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포스코가 시사하는 ‘블루오션 시프트(Blue Ocean Shift)’다. DBR이 포스코의 ‘스마타이제이션’을 심층 취재, 분석해봤다.
DBR mini box I
포스코 현황
글로벌 철강 산업의 성장세는 갈수록 둔화하는 추세다.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중국의 공습, 엔저로 맞서는 일본, 미국과 유럽을 필두로 높아져 가는 무역장벽 등 경영 환경은 포스코에 매우 적대적이다. 언젠가는 세계 1위 자리를 내줄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고조됐다. 하지만 포스코는 정면 승부로 이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글로벌 철강 전문기관 월드스틸다이내믹스(World Steel Dynamics·WSD)는 포스코를 2010년부터 2017년까지 8년 연속 세계 경쟁력 1위 철강기업으로 꼽았다. (영업이익도 회복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포스코의 영업이익률이 10%를 달성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이는 해외 경쟁사들 평균 영업이익률의 약 2배 수준이다. 포스코 월드프리미엄(World Premium·WP) 제품 판매 비율이 높다. WP에는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탄소배출량을 최소화한 ‘기가스틸’ 같은 고품질, 고수익 제품이 포함된다. 포스코의 WP 누적 판매 비율은 2017년 3분기 기준 54.1%, 판매량은 1416만 톤으로 2016년 WP 제품 비율(47.3%)을 훨씬 상회했다. 목표치였던 52%도 훌쩍 넘어섰다. 올해 포스코는 WP 비율은 60% 돌파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스마타이제이션의 궁극적인 목표는 낮은 비용으로 더 좋은 품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아연도금강판 생산공정 외에도 포스코 WP 제품 비중을 늘리는 데 스마타이제이션이 앞으로 더 큰 기여를 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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쇳물에서 고객까지… 일하는 방식을 바꾸다
1)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가치다
“우리 회사에선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를 공식적으로 쓰지 않는다. 우리가 별도로 정립한 ‘스마타이제이션’이라는 용어로 통일해 사용한다. 보다 명확한 우리의 비전과 전략을 전 직원들과 공유하기 위해서다.” 박진수 포스코 정보기획실 스마트솔루션추진 팀장의 답변이다. 대표 철강기업인 포스코가 어떻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는 용어부터 바로잡고 나섰다. 포스코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 자체가 너무 넓은 범위의 개념이라고 판단했다. 그들이 가진 미래 성장 전략과 앞으로의 목표를 제대로 나타내기 위해선 좀 더 새로운 용어가 필요했다. 그래서 탄생한 용어가 바로 ‘스마트(smart)’에 ‘화(∼ization)’을 붙인 스마타이제이션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3월 스마타이제이션을 공식 선포했다. 세계 1위 철강업체로서 쌓아온 탁월한 생산기술, 비즈니스 노하우에 빅데이터, IoT(사물인터넷), AI 등 3대 Smart IT(정보기술)를 접목해 제품 품질을 높이고 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고객사의 니즈에 맞는 제품을 더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기 위해서다.
간단한 목표처럼 보인다. 하지만 포스코는 스마트 기술을 단순한 IT 과제로 생각하지 않았다. 스마트 기술을 활용해 어떠한 새로운 가치창출(Value Creation)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 가치를 효율적으로 달성하는 데 IT가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새로운 용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던 이유다. ‘스마타이제이션’이란 단어에는 포스코가 추구하는 기본 방침과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박미화 포스코 정보기획실장(현 포스코 ICT 신사업 실장)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은 IT 과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최신 기술을 익히고 아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먼저 생각해야 한다. 어떤 비즈니스 목표를 세울 것인지, 이를 통해 어떤 가치를 달성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이다. IT는 이를 쉽고 편리하게 달성하게 해주는 도구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스코가 전략을 실행하는 주체를 IT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일부 조직에 국한하지 않았던 이유기도 하다. 비용을 낮추고, 제품의 품질을 제고하는 등 포스코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일부 조직의 노력만으론 부족하다. 생산직, 사무직, 엔지니어 등 모든 구성원이 스마타이제이션에 동참해 업무 혁신을 꾀해야 한다. 상당수 기업들이 추진하는 4차 산업혁명의 모습은 몇 가지 IT 기술을 생산공정에 국지적으로 도입하는 수준에 그친다는 점과 큰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스마타이제이션의 중심축은 포스코의 정보기획실과 같은 IT부서가 주무부서가 아니었다. 포스코는 실제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이를 이해하고, 자신의 일하는 방식을 바꿔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IT 관련 조직은 실무진이 그 아이디어를 잘 실현해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잘해내는 것에 집중했다.
심민석 정보기획실 글로벌프로세스운영그룹장은 “포스코가 생각하는 스마타이제이션은 다르다. 우리가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고, 차별화된 생산방식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일부 직원이 아닌 전 직원이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이해하고 이것을 적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 갈 수 있을지에 대해 먼저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스마타이제이션을 구체화하기 위해 두 가지 업무방식으로 분류했다. 스마트팩토리(Smart Factory)와 스마트 매니지먼트(Smart Management)다. 스마트팩토리는 생산에 해당한다. 설비에 장착된 센서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해 품질을 어떻게 향상시키고, 어떻게 설비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스마트 매니지먼트는 사무 업무에 해당한다. 경제지표, 회계 자료 등을 활용해 철강 마진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운송비를 낮출 수 있을지 등 개선안을 제시할 수 있다. 구체화된 계획을 세워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새로운 업무 방식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철강의 원료인 쇳물을 만드는 단계부터 제품을 완성해 고객사에 전달하는 전 과정에서 글로벌 경쟁사들과 차별화한 ‘철강 비즈니스’를 완성한다는 포부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설계도를 그린 것이다.
2) 시범 사업을 통한 검증과 설득
스마타이제이션에 대한 고민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포스코는 ‘스마트 워크’라는 막연한 개념만 있었다. 당시만 해도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미비했다.
박 팀장은 “포스코는 당시 식스시그마(Six Sigma) 생산방식을 이미 구축하고 있었다. 식스시그마도 데이터를 통계기법으로 분석해 업무 방식을 바꾼 것이다. 그래서 스마트 워크를 어떻게 정의하고, 이를 현장 직원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참 난감했다”라고 말했다.
우선 사내 데이터를 한곳으로 모으고, 이를 직원들이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했다. 그해 7월, 정보기획실과 광양제철소 엔지니어를 중심으로 20여 명의 TF(태스크포스)가 꾸려졌다. 이들은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자체를 개발하기 위해 모이진 않았다. 이들의 목표는 직원들이 어떻게 스마트팩토리에서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지 그 인프라를 설계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포스코만의 새로운 데이터 플랫폼을 만드는 것으로 아이디어가 좁혀졌다. 직원들은 누구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으면 가상환경에서 기존 데이터에 여러 알고리즘을 적용해 분석해보고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놀이터인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었다.
포스코는 2000년대 중반부터 각 공장에 식스시그마,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설비 점검 등을 도입했기 때문에 데이터 수집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기계 및 생산공정 데이터가 충분히 확보돼 있었다. 또한 빅데이터에 대한 대책을 미리 세워둔 것도 큰 도움이 됐다. 포스코는 2013년 사내 ‘빅데이터 추진반’을 신설해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활용할 방안을 모색했다. 당시 빅데이터 추진반은 기존 생산라인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수집해 품질 불량이나 설비고장을 예측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AI 분석툴은 서울대, 포항공대 등 외부 AI 전문가들과 협업해 개발했다. TF를 구성한 지 1년 만에 포스코의 스마트팩토리 플랫폼 ‘포스프레임’을 완성했다.
스마타이제이션을 완성하기 위한 노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실제로 AI를 적용해 어느 정도의 스마트팩토리를 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뤄졌다. TF는 포스프레임을 개발하면서 광양제철소 후판공장을 시범공장으로 선정하고 파일럿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후판공장은 규모는 작지만 쇳물부터 완제품까지 모든 생산공정 설비가 갖춰져 있는 ‘미니어처’ 형태의 제철소다. 비교적 새로운 제조 기술을 실험하기에 적합했다. 1년 동안 후판공장에서 스마트팩토리에 적용 가능한 과제 39개를 꼽았다. 이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빅데이터 분석을 비롯한 여러 가지 분석 기법을 활용해봤다.
또 포스코는 광양제철소 엔지니어, 포스코 기술연구원, 포스텍,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연구진 등과 함께 AI를 활용한 새로운 공정 기술개발에 나섰다. 2017년 2월, ‘용융아연도금(CGL, Continuous Galvanizing Line)’생산공정에서 확실한 결과가 나왔다. CGL은 자동차에 쓰이는 아연도금 강판을 생산하는 핵심 생산공정이다. 철광석을 녹여 강판 형태로 만든 후 여기에 녹인 아연을 도금한다. 고객사가 요청하는 제품 사양에 따라 도금의 두께가 달라지기도 하고, 강판의 상태, 온도 등에 따라 품질에 차이가 날 수 있다. 게다가 보통 엔지니어가 수작업으로 도금설비를 제어하기 때문에 숙련도에 따라서 제품 상태가 달라져 균일하지 않다. 적정량의 아연 도금량을 맞추지 못해 원료를 버리거나 품질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우선 과거 CGL 공정을 통해 생성된 데이터를 수집했다. 강판의 상태, 아연의 성분, 도금의 두께, 도금을 하기 위해 아연이 녹아 있는 도금 통에 들어가 있는 시간 등 여러 데이터를 취합했다. 여기에 AI 학습을 통해 강판 생산에 필요한 최적의 설정값을 결정했다. 그 결과, 제품별 최적의 아연 도금량을 찾았다. 기존 수동조업에서 1㎡당 7g이었던 생산 제품의 도금량 편차가 0.5g까지 줄었다. 약 70∼80% 수준이었던 수율이 95%까지 향상됐다. AI를 생산 공정에 적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확실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증명해냈다.
이 외에도 포스코는 스마트팩토리를 적용해 지난해에만 157억 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선박을 만들 때 쓰이는 두껍고 평평한 후판 제품과 관련한 생산 공정이 대표적이다. 후판은 철강을 1000도 이상의 높은 온도에서 강한 힘으로 눌러 평평하게 만드는 ‘열간 압연’을 통해 생산된다. 교육을 받았던 한 팀에서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해 보다 평평하고 균질한 형태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끔 만드는 생산공정 기술개발을 제시했다. 이 밖에도 슬래브(쇳물을 녹여 덩어리 형태로 굳힌 반제품 상태)의 적정 온도와 주입되는 가스의 농도 등을 알아내는 데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안 등이 현업에 적용됐다.
포스코 관계자는 “AI, 빅데이터 등 생소한 개념이 적용되자 프로젝트 자체가 성공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AI를 활용해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생산공정이 향상되자 현장 직원들을 비롯한 전사 직원들이 최신 기술을 업무에 적용하는 것이 왜 중요하고 필요한지 피부로 느끼게 됐다”라고 말했다. 성과가 입증된 도금량 제어 솔루션은 포스코의 다른 CGL 생산공정에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포항제철소는 물론 포스코가 소유한 인도, 멕시코, 중국 등 13개 공장에도 적용됐다. AI가 적용된 포스코의 자동차 강판 생산량은 총 580만 톤으로 전 세계 시장의 약 10%를 차지한다. 경쟁사보다 한발 더 앞서고 있다는 것을 숫자로 증명해낸 것이다.
3) GE만 하는 게 아니다..철강 비즈니스의 새로운 시작경영진이 포스코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 3월 초 미국 GE(General Electric)와 독일 지멘스(Siemens) 등 선진 제조 기업을 직접 방문했다. 포스코가 글로벌 제조기업들의 디지털화 방향과 어떻게 다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포스코가 구축한 포스프레임은 GE의 프레딕스(Predix)와 유사하다. 플랫폼을 구축해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공장 운영을 지원한다. 고객사, 제휴사와 함께 데이터를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필요한 새로운 서비스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디지털화를 통해 ‘솔루션 서비스’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전략이다.포스코의 포스프레임도 회사 내부 데이터뿐만 아니라 고객사의 제품, 서비스와 관련된 데이터를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광양제철소 후판공장에서만 하루에 1테라바이트(TB, 데이터양을 세는 단위, 1TB=고화질 영화 약 1000편의 양) 이상의 데이터가 포스프레임에 저장된다. 전체 공장, 사무실 등을 합하면 하루 50테라바이트. 한 달이면 1.5페타바이트(PB, 1PB=TB의 1000배) 규모다. 고객사와 협력업체의 데이터까지 확대되면 그 양은 어마어마하게 불어난다. 이 데이터를 AI와 빅데이터 기법을 활용해 분석하면 고객사가 원하는 제품과 기술을 제공하는 솔루션 서비스 사업도 더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궁극적으로는 경쟁 철강업체들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철강업의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포스코가 철강 솔루션 서비스의 선두주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포스코는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인 철강이라는 소재를 생산해 제조업체에 제공한다. 이 제조업체들이 원하는 철강제품은 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GE나 다른 제조업체들보다 훨씬 더 정교한 분석이 필요하고, 소재에 대한 이해도 높아야 한다. 포스프레임 모델이 성공하면 경쟁 철강업체에서도 다른 플랫폼이 아닌 포스프레임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멘스와 GE에서도 포스코의 전략 방향을 적극 지지했다. 롤랜드 부시(Roland Busch) 지멘스 부사장이 포스코 CEO 아카데미 강사로 직접 나서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포스코의 전략에 적극적으로 조언했다. 빌 루 GE 디지털 사장도 포스코 기술콘퍼런스 기조연설자로 참석해 빅데이터의 중요성과 솔루션 서비스에 대한 지식을 공유했다.
자신감을 얻은 포스코는 스마트팩토리, 스마트매니지먼트 등 포스코의 미래 비전도 명확하게 정의했다. 그리고 이 미래 비전을 ‘스마타이제이션’으로 명명했다. 권 회장은 2017년 3월 말 임원진을 대상으로 하는 토요 학습에서 “포스코에서 스마타이제이션이란 최고 수준의 철강 비즈니스 전문성에 스마트 솔루션을 더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업무 하나하나에서 가치를 창출하고, 수익을 내는 것이 진정한 스마타이제이션”라고 말했다. 스마타이제이션 공식 선포 후 포스코는 관련 조직을 정비하는 등 실행에 박차를 가했다. 기존 TF 조직은 스마트솔루션추진팀과 스마트팩토리팀으로 공식 출범했다. 회장 직속으로 각 그룹사 대표 임원이 스마타이제이션 방향과 전략을 논의할 수 있도록 가상 조직인 스마트솔루션위원회(Smart Solution Council)도 신설했다. 또한 포스코ICT, 포스코대우 등 전 그룹사 직원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교육에 나섰다.
스마타이제이션, 전 직원의 ‘자신감’으로 움직이다 - 참여와 공유1) ‘빅뱅’식 전사 교육으로 잠재력 깨우기2017년 4월 포스코의 빅뱅식 전사 교육이 시작됐다. 전 직원이 AI를 활용해 새롭게 일하는 방식을 터득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일반적으로 기업에선 소수 전문가를 선발해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기술이나 업무지식을 교육한다. AI를 활용해 비즈니스화하는 네이버, 카카오 같은 IT 기업은 물론 일부 국내 제조기업들도 마찬가지 방식을 취한다. 포스코의 스마타이제이션은 첫걸음부터 접근방식이 달랐다.
지난해에만 2400여 명의 직원이 포스코인재창조원을 다녀갔다. 송도에 위치한 인재창조원은 포스코그룹의 직원 교육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2018년 말까지 100여 차례 교육을 통해 주요 포스코그룹사 임직원 50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전사 교육을 마무리하겠다는 게 포스코의 계획이다.
스마타이제이션 교육 기간은 총 3일이다. 권 회장을 포함한 임원급 32명이 이 교육의 첫 수강생이 됐다. 이후 교육은 그룹장에서 사원급으로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효과적으로 교육하기 위해 한 번에 교육받는 인원을 70명 이하로 제한됐다. 사실 30명 정도의 소수정예 교육을 하고 싶었지만 이는 불가능했다. 최대한 빨리 전 직원이 관련 지식을 습득하고 이해해야 급속도로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가 생각하는 기한은 길어야 2년이었다. 여러 번의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 2018년까지 전사 교육을 완료하기 위한 최소 교육 인원은 70명이었다. 이렇게 그룹사의 직원들은 원형으로 만들어진 강의실에서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갑자기 인공지능을 배우라니… 정말 내 업무랑 관련이 있을까?’ 처음엔 반신반의한 직원들도 많았다. 불과 3일 후 직원들의 생각은 달라져 있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은 자신의 일상 업무 속에서도 충분히 응용 가능한 일이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대체 포스코 인재창조원에선 무슨 교육이 진행됐을까. 첫째 날은 포스코의 스마타이제이션이라는 개념과 추진 방향을 설명하는 데 할애한다. 광양제철소 CGL 생산공정 혁신 사례를 시작으로 최신 IT를 활용해 어떻게 포스코가 더 발전할 수 있는지를 몸소 체감하게 한다. 둘째 날은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이 데이터를 AI와 어떻게 접목할 수 있는지 기초적인 원리를 가르친다.
여기까지는 일반 교육과 크게 다른 점이 없어 보일 수 있다. 중요한 건 마지막 날이다. 셋째 날에는 GE, 지멘스 등 선진 기업들이 스마트팩토리를 어떻게 운용하고 있는지 설명한다. 이미 양사와 교류를 통해 확보한 노하우, 상세한 사례 연구 등이 충실히 공유돼 직원들이 보다 현실감 있게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사무직 직원들이 어떻게 AI를 활용할 수 있는지도 사례로 보여준다. 과거 계약, 회계장부 등의 기록들을 분석해 향후 의사결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자칫 놓칠 수 있는 고려사항이나 정보를 확인해 회사의 비용을 현격히 줄일 수 있다. 또 고객사의 정보를 데이터화해 시장 확대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소개했다.
이제 직원들은 실전연습에 들어간다. 이때부터 6∼7명으로 조를 나눠 조별로 수업을 진행한다. 미래 사업 구상 및 사업부의 큰 그림을 고민해야 하는 임원 및 담당자(그룹장 및 리더)는 실무에 AI를 적용해 새로운 사업과제를 도출하게끔 했다.
아이디어 교류의 장이 열리니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철 구조물이 해상에 세워졌을 때 얼마나 빨리 부식이 되는지, 뒤틀림 현상이 있는지 이런 정보를 얻으면 좋지 않겠냐는 아이디어가 대표적이다. 어떻게 보면 먼 미래의 이야기다. 하지만 고객에게 솔루션을 제공하려고 하는 포스코의 목표가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다. 해상에서 오래 견딜 수 있는 제품이 개발된다면 고객의 고민까지 해결한 맞춤형 제품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무직에서도 AI를 활용해 철강 마진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렇게 무려 200여 개 아이디어가 도출됐다. 이 아이디어들은 1회용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 아이디어들은 정보기획실로 넘어가 2단계 심사를 받는다. 첫 번째 단계의 ‘스크리닝’은 정보기획실에서 맡는다. 최종 프로젝트 선정은 스마트솔루션 전문위원회에서 한다. 회의를 통해 실제로 현업에 적용할 수 있는 과제들이 있는지를 판단했다. 17개 아이디어가 선정돼 현업 과제로 구체화하는 작업을 거치고 있다.
김상락 포스코 글로벌리더십센터 리더십 교육그룹장은 “부서장급 이상은 실무진에게 새로운 업무방식을 전파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이 현업에 돌아가 어떤 분위기를 조성하는지 따라 업무 방식의 변화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그렇기에 이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일반 직원들은 포스프레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배웠다. 이들은 샘플 데이터 및 과제/업무와 관련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포스프레임 활용법을 연습했다. 자연스럽게 포스프레임을 업무 툴로 인식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전종연 포스코 리더십교육그룹 리더는 “일반 직원은 새로운 업무수행을 위해 개발된 포스프레임을 업무툴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판단하에 일반 직원 교육과정을 차별화했다”라고 전했다.
유선희 포스코 인재창조원 글로벌리더십센터장은
“이번 전사 교육은 특정 계층을 타깃으로 하는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오히려 조직문화 차원에서 스마타이제이션을 바라본 것이다. 세상이 변화하고 있는 것을 직원들과 공감하고, 새로운 업무 방식을 익혀 현업으로 돌아가 실전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거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다. 일종의 변화관리 차원에서 접근했다”고 평가했다.2)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전사 교육과 함께 AI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도 동시에 진행됐다. 전사 차원에서 포스코의 스마타이제이션 전략을 구체화하고, 현장 직원들의 아이디어나 프로젝트를 현실화할 수 있는 조력자가 필요하다는 경영진의 판단에서다. 전 그룹사에서 20여 명이 선발돼 집중 교육 과정을 수료했다. 5년 이상 현업 경험이 있는 엔지니어나 컴퓨터공학 등의 배경지식이 있는 우수 인재를 대상으로 선발했다.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은 총 10개월 동안 이뤄졌다. 2개월 동안 포스텍에서 AI, 빅데이터와 관련한 집합교육을 받는다. 전공이나 관심 분야를 고려해 지도 교수도 배정된다. 지도 교수 1명이 담당하는 학생은 평균 2∼3명이다.
처음에 포스텍 교수들은 물론 직원들도 적잖이 당황했다. 교수들은 AI와 관련된 기초 지식을 습득한 정도의 수준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어떤 교육 프로그램을 짜야 할지 난감했다. 직원들도 어려운 학업 수준을 따라가는 게 매우 힘에 부쳤다.
하지만 점차 교수들과 직원들은 장점을 보기 시작했다. 교수들은 학문적 지식은 풍부했지만 현장 경험이 부족했다. 직원들은 풍부한 현장 경험을 토대로 자신이 배워야 하는 학습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었다. 결국 서로가 도움이 되고 그것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유 센터장은 “한 기업의 직원들을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프로그램은 우리가 처음이었다. 처음에는 교수들도 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교육을 해야 할지 난감했다고 한다. 그러다 교수들도 직원들이 가진 현장 노하우가 매우 전문적이고 풍부하다는 사실을 알고 여기에 집중했다. 결국 산업계와 학계의 시너지를 제대로 낼 수 있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을 받은 직원들은 현업으로 돌아가 2개월 동안 자신이 배운 지식을 토대로 현업 과제를 발굴한다. 이때 현업 과제는 개인이 정하지 않는다. 교육받는 직원이 소속된 부서와 상의해 정한다. 각 과제는 관련 그룹장급들이 모여 심사한 후 최종 결정한다. 각 부서의 공식 과제로 인정받는 셈이다. 현재까지 과제는 회사 기밀로 부쳤다.
다시 3개월 동안은 풀타임으로 포스텍으로 돌아가 교육을 받으며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남은 3개월은 실전이다. 집중적으로 과제에 몰입해 결과물을 내야 한다. 1기 교육생들은 지난해 교육을 마무리하고 수료했다. 이들은 원소속 부서로 복귀하거나 일부는 스마타이제이션 전담팀으로 배치돼 현장 직원들과 소통하며 AI를 활용한 현업 과제를 발굴하는 데 조언해줄 수 있다. 또한 전문가들만이 이해하는 용어를 현장의 언어로 바꿔 현장 인력들을 이해시키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반대로 전문가들이 미처 생각지 못했던 현장의 문제를 찾아낼 수 있다. 즉, 현장과 전문가를 잇는 통로 역할을 한다.
직원에게도, 회사에도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일단 AI 전문가 수준까지 실력과 지식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상당한 집중력이 요구됐다. 현업 과제와 직결되면서 실패에 대한 부담감도 커졌다. 회사 입장에서도 우수 인재를 1년이 가까운 시간 동안 현업에서 제외해야 하기에 인력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직원 입장에서는 자신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고, 포스코 입장에선 회사의 인재 수준을 업그레이드해 포스코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이점이 더 컸다. 경영진의 의지도 강력하게 작용했다. 직원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각 부서장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유 센터장은 “이번 교육은 상향식(Bottom-up) 조직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개발한 프로그램이지만 역설적이게도 하향식(Top-down)의사결정도 중요했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이번 교육의 필요성을 전 그룹사에 전파했고 모든 임직원이 적극적으로 협력할 수 있었다. 스마타이제이션은 상향식을 활성화하기 위한 하향식의 절묘한 조화로 가능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3) ‘참여형’ 프로그램 개발로 스마타이제이션 확산
포스코는 직원들이 빅데이터, AI 등 새로운 IT를 일상 업무에 접목하는 문화를 자연스럽게 조성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경진대회’가 대표적 예다.
포스코는 2017년 한 해 동안 두 차례 빅데이터 경진대회를 열었다. 상반기에는 시범 운영 형태로 광양제철소에서만 열렸고, 하반기에는 광양제철소, 포항제철소 2곳에서 모두 열렸다. 엔지니어를 포함한 부서 직원들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자신이 담당하는 공정이나 기계 설비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게 골자다.
지난해 4월, 광양제철소 직원들은 이 빅데이터 경진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적잖이 당황했다. 생산공정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업무 개선이 가능한 부서가 참여 대상이었다. 당시만 해도 부서 내 빅데이터를 실제로 다룰 수 있는 직원들이 소수에 불과했다. 최신 IT 관련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무슨 아이디어를 내야 할지도 막막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회사가 ‘스마타이제이션’에 대해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광양제철소 내 CGL 생산공정 사례와 같이 빅데이터, AI 등을 활용해 실질적인 성과를 낸 사례를 눈으로 본 것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동기가 됐다. 경진대회를 새로운 업무 방식을 도입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로 인식한 것이다.
부서마다 회의가 열렸다. 직원들은 우선 자신의 생산공정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아 나섰다. 기계 설비의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키거나,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료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 최적의 원료배합을 찾을 수 있는 방법 등이 다양하게 나왔다. 각 부서에선 이 아이디어들을 면밀히 검토한 후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으면서 개선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과제를 선정했다.
부서마다 2인1조로 경진대회에 참가했는데 1명은 관련 생산공정을 오랫동안 관리해 상대적으로 기술 이해도가 높은 과장급 이상의 실무진이 배치됐다. 다른 1명은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 습득이 상대적으로 빠른 젊은 사원이나 대리급 직원이 선발됐다. 총 18개팀, 36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3개월 동안 제출한 과제를 수행해 결과물을 내야 했다.
포스코는 이들이 과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우선 빅데이터에 대한 교육부터 실시했다. 또한 과제를 수행할 때 사용해야 하는 ‘포스프레임’을 이용하는 방법도 상세히 알려줬다. 이뿐만이 아니라 포스코는 제철소 내 ‘분석지원센터’를 설치해 이들을 도와줄 전문인력 10여 명을 상주시켰다. 일부는 포스코ICT에서 파견 나온 직원들이었고, 나머지는 빅데이터 분석 경험이 있는 전문가를 선정해 배치했다. 과제를 수행하는 직원들은 언제든 이들을 찾아 막힌 부분을 해결할 수 있었다.직원들은 적극적으로 과제를 수행했다. 대부분 자신의 업무와 연관이 돼 있어 업무 지식도 향상시키고 생산 공정에 대한 이해도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업무 외 시간에도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팀별로 모여 토론하고 실습하는 시간이 반복됐다. 대부분의 팀은 업무 시간 외에 하루 평균 4시간 이상을 과제 연구에 할애했다.
과제 수행 기간이 끝난 후 과제 평가가 진행됐다. 평가 기준은 당장 회사의 비용을 줄이거나 수익을 낼 수 있는지 여부가 아니었다. 빅데이터 분석 기법을 얼마나 충실히 이해했고, 제대로 활용했는지가 더 중요한 포인트였다. 심사위원들은 신중하게 검토한 후 본선 경쟁에 나설 8개 팀을 선정했다.
최종 선발된 8개 팀에 대한 심사는 공개적으로 이뤄졌다. 2017년 8월 광양제철소장을 포함한 부서장, 생산공정 관련 직원 등 2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8개 팀은 자신의 과제를 프레젠테이션 형태로 발표했다. 발표가 끝나면 심사위원들을 포함한 일반 직원들도 자유롭게 토론에 참여했다. 어떻게 빅데이터를 활용했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추가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는지 등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심사위원들은 이 토론 과정까지 다 포함해 점수를 매겼다. 이날 이들의 순위가 결정 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들이 만든 과제들 중 아직까지 연구 중인 과제들도 적지 않다. 실제 생산 공정에 적용이 가능하다고 판단된 과제들은 전문가들과 함께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만약
이 과제가 포스코가 지정한 IP 프로젝트로 선정되면 직원들은 별도의 보상도 받을 수 있다. ‘IP 프로젝트 특별보상’ 제도 때문이다. IP 프로젝트 특별보상은 연 10억 원 이상의 초과실현이익을 달성한 경우 성과에 비례해 보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특별보상금은 초과실현이익의 10% 지급이 기본이다. 총보상금이 산출되면 프로젝트 참여자의 기여에 따라 프로젝트 수행자에게 45%, 아이디어 제안자에게 5%를 배분한다. 포스코 업무 특성상 관련 부서 협조 없이는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총보상금의 50%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전 직원에게 균등 지급한다.박 팀장은 “빅데이터 경진대회는 올해 파일럿으로 시작한 프로그램으로 직원들이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누구나 시도해볼 수 있다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었다. 회사의 방향을 믿고 직원들이 참여했고, 회사도 직원들이 보다 더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지원한 것이 성과를 만들어냈다”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앞으로 빅데이터 경진대회를 정례화하고 AI 경진대회도 추가로 개최할 예정이다.
스마타이제이션은 ‘자리싸움’이 아니다스마타이제이션은 자칫 직원들에게 불편한 회사 방침으로 비칠 수 있었다. 실제로 일부 기업에선 현장 직원들이 AI, 빅데이터 등 새로운 IT를 접목하는 것을 강하게 반대하기도 한다. 공장 자동화가 이뤄지면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아갈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하지만 포스코의 상황은 정반대다. 현장 직원들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비용 절감, 품질 향상이라는 간단하면서도 명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더 나아가 새로운 생산공정이 적용되면 자신의 단순 업무가 줄어들고, 보다 생산적인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스스로 발전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공존한다.
심 그룹장은 “사실 공장에 가보면 이미 자동화가 많이 진행돼 있기 때문에 AI가 도입된다고 해서 직원들의 수가 갑자기 줄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현장에 있는 엔지니어들이나 생산직 인력들은 스마타이제이션이 보다 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새로운 해결책이라고 믿고 있다”며 “실제로 현장 직원들을 교육하기 위해 광양제철소와 포항제철소를 가보면 직원들의 남다른 열기를 느낄 수 있다. 본인의 업무와 직결돼 있다 보니 세세하고 전문적인 질문이 쏟아진다”고 밝혔다.
이는 직원 모두에게 책임감과 권한을 부여하고 회사의 성장이 곧 개인의 성장이라는 조직문화가 큰 역할을 했다. 포스코라는 세계 최대 철강사를 다닌다는 자부심, 포스코 실무진 출신의 전문 경영인에 대한 상호 신뢰가 모두 잘 어우러진 결과다. 각 생산 공정에 투입된 직원들은 자신이 관리하는 기계와 설비에 ‘마이 머신(My Machine)’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스스로 기름칠하고, 닦고 점검하면서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설비에 대한 책임감과 회사에 대한 소속감을 기른다.
심 그룹장은 이어 “우리와 협력하는 한 대기업에서 포스코제철소 현장에 와서 현장 직원들이 스스로 스마타이제이션에 대해서 설명하고, 생산 공정을 전문적으로 소개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이란 미래 비전까지도 덧붙이는 것을 듣고 상당히 놀랐다고 했다. 이런 내용은 혁신 전문 조직이나 팀장, 부장급이 하는 얘기들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일반 생산직원들이 자연스럽게 회사의 목표와 비전을 체화하고 있으니 놀란 것”이라고 전했다. 회사의 방향이 정당성을 확보하고, 직원들이 회사를 신뢰할 때 나올 수 있는 시너지가 포스코의 스마타이제이션을 촉진한 가장 큰 비결인 셈이다.
성공 요인 및 시사점포스코는 소위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최근의 격변하는 사업 환경에서 전통적인 한국의 제조업체가 어떻게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AI, 빅데이터, IoT 등 디지털 기술의 혁명적인 발전은 특히 전통적인 제조업체들로 하여금 놀라움을 넘어 두려움을 자아낼 정도다. 20여 년 전에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기존 기업들이 하나같이 이른바 ‘인터넷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허둥대던 시절과는 또 다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제는 그야말로 ‘생존’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아마존의 확장에 따라서 올해는 어떤 유통업체가 문을 닫을지를 예측하는 뉴스가 시사주간지 타임(TIME)에 파산 가능성 확률과 함께 제시될 정도다. 한국의 전통적인 강점 분야인 제조업 역시 일대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포스코가 진행하고 있는 ‘스마타이제이션’이 현재까지 성공해온 요인을 추론해보면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 불확실성하에서의 전략 수립 접근방법 측면에서 올바른 길로 가고 있다. 불확실성은 글자 그대로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다. 과거의 경험치가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칫 과거의 성공 경험이 이제는 확 바뀌어 버린 환경에서 오히려 그릇된 의사결정을 할 우려가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의 상황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리더도 앞으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명확히 구분해 내기 어렵다. 우리에게 익숙한 톱다운식의 용의주도한 전략 계획이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의미이다. 완벽한 계획이란 있을 수 없고, 조심스럽지만 과감하게, 간혹 작은 실패를 감수하면서, 새로운 환경에서의 생존 가능성을 탐색적으로 찾아가야 한다. 포스코의 스마타이제이션은 전략적 방향을 공유하면서 조직의 상층부부터 실무진에 이르는 조직의 구성원들이 함께 새로운 환경변화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해 기본적인 개념적 학습을 같이하고 용어도 통일해 가면서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와 같이 거대한 조직이 이렇게 대규모로 학습을 하면서 구체적인 전략 대안을 모색해 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 기업, 더구나 상명하달식의 군대식 조직문화로 알려졌던 포스코에서 이러한 참여형 전략수립 접근방법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두 번째, 위에서 언급한 내용적인 측면에서의 장점과 함께 어떻게 보면 더 중요하다고도 할 수 있는 것이 전략을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포스코가 이뤄내고 있는 성과다. 즉, 포스코의 스마타이제이션은 조직 전체가 근본적인 변화를 어떻게 추진해 나가야 하는가를 교과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흔히들 말하는 ‘변화관리(change management)’ 측면에서의 성공요인이다.
디지털 기술의 도래는 대다수의 포스코 임직원들에게 불편함과 두려움을 자아냈다. 필자가 참여한 실무진 워크숍에서 느꼈던 분위기가 이를 생생히 보여줬다.AI, 빅데이터 등의 생소한 용어들과 ‘알파고’ 쇼크의 후유증은 전통적인 제조업의 앞날에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었다. 포스코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직 전체의 대규모 교육과 학습을 통해 하나하나 차근히 풀어가는 분위기를 형성한 것은 구성원들의 불안감을 줄여나가는 데 큰 효과를 봤다. “그렇구나, 철강업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구나! 기술은 도구에 불과하다”라는 확인과 함께 정신없이 등장하는 기술이 적이 아니라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위에서 강압적으로 변화를 명령받은 것이 아니라 기술 환경의 변화를 이해함으로써 구성원들이 스스로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변화를 원하게 하는 식의 과정이 전개됐다. 결국 변화는 스스로 이루는 것이다. 강압적으로 이뤄지는 변화는 피상적인 변화일 뿐 근본적인 변화가 아니다. 포스코는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질 수 있는 길로 들어선 것으로 생각된다.
세 번째, 리더십의 중요성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불확실한 사업 환경에서 조직을 이끌어 가야 하는 리더는 매우 어려운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오랜 현업의 경험과 남다른 성실성, 뛰어난 지적 역량으로 조직의 수장에 오른 출중한 리더라고 하더라도 4차 산업혁명과 같은 근본적인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는 전략적 해결안을 명쾌하게 제시하고 조직을 이끌기가 어렵다. 자신도 해답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가에 대한 느낌이 있고 나름대로의 판단을 할 뿐이다. 포스코의 리더는 이러한 상황을 전체 조직 구성원들에게 공유하고 같이 고민해 나가자고 제안하면서 구성원들의 참여를 가능하게 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해서 같이 공부하고, 어떻게 하면 우리가 이러한 환경에서 잘해낼 수 있을지 고민하자고 하는 열린 리더십이 포스코 성공의 중요한 요인이다. 21세기에 적합한 리더십은 ‘나를 따르라’식이 아니고 생각을 공유하고 참여를 제안하는 개방형이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속출하고 있다. 정보의 흐름이 자유롭고 개인의 자아가 중요해지는 이유는 물론이고 사업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전략대안 개발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조직 구성원 개개인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서 전략을 만들어가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포스코의 스마타이제이션은 성공적인 블루오션 시프트를 위한 세 가지 핵심 요소를 모두 충족하고 있다. 즉, 포스코가 이제까지 추진해 온 변화의 내용과 과정은 (1) 블루오션 관점을 견지하고 있고, (2) 구체적인 변화 추진 방법론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진행해 오고 있으며, (3) 특히 변화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먼저, 포스코의 스마타이제이션은 다른 회사 혹은 경쟁사를 벤치마킹한 것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일련의 거대한 환경의 변화를 포스코의 시각에서 해석하고 나름대로의 의미를 정리해 용어부터 새롭게 하면서 추진하고 있다. 경쟁사를 바라보고 그들보다 더 잘하겠다는 식의 사고방식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의 놀라운 발전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포스코의 본업을 어떻게 하면 획기적으로 향상시킴으로써 고객, 나아가 사회에 더 크고 의미 있는 가치를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사고방식이 블루오션 관점이다. 디지털 전략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포스코 본연의 업무를 디지털의 맥락에서 다시 들여다보면서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다. GE, 지멘스는 참고가 될 뿐이지 어차피 포스코식의 AI, 빅데이터 활용 전략이 다를 수밖에 없다. 본질적인 가치 창출을 위한 새로운 길을 개척하겠다는 생각, 바로 블루오션 관점이다.
또한 스마타이제이션은 막연히 개념적인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 아니고 매우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방법론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실무진에 의해 이뤄진 워크숍의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전체 3일 차 교육의 마지막 날 오후 세션으로 진행되는데 4시간에 걸쳐서 총 5단계로 구성돼 있다. 1단계는 소위 ‘디지털 아이디어’의 제안이다. 이틀 반 동안 공부한 내용을 기반으로 개인별로 생각한 혁신 아이디어를 나름대로 제안하고 분과별로 토론을 거쳐서 해당 분과의 대표적인 아이디어를 정하는 단계다. 2단계는 현황 파악이다. 현재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이뤄지는 상황을 정리함으로써 우리의 현 상태를 그대로 인지한다. 3단계는 이상적 이미지 구상이다. AI, 빅데이터, IoT 등을 활용하면 우리가 어느 정도까지 혁신이 가능한지를 토론을 통해 그려내는 단계다. 4단계는 전 단계에서 그린 이상적인 이미지에 도달하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일들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을 담는다. 끝으로 5단계에서는 실제로 실행에 옮기기 위해 조직상으로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는가를 예측하는 내용을 토론한다. 변화에 대한 걸림돌을 정리해보고 해결안을 모색해 보는 것이다. 포스코의 5단계 접근방법은 『블루오션 시프트』에서 제시하는 단계적 방법론과 맥을 같이한다. 다만 『블루오션 시프트』에서 소개하는 구체적인 분석적 틀 등이 다소 미진할 뿐이다. 요컨대 포스코가 이제까지 변화에 성공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체계화된 방법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끝으로, 스마타이제이션은 『블루오션 시프트』에서 강조하고 있는 ‘인간다움(humanness)’이 변화 추진과정에 잘 녹아 들어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커다란 개념을 포스코식으로 풀어내어 ‘스마타이제이션’이라고 용어부터 정리했고,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서 과연 최근의 디지털 기술혁명은 그 내용이 무엇인가 쪼개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학습을 했다. 나아가 워크숍을 통해서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고 변화의 필요성을 개인별로 스스로 느끼게끔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학습한 내용을 토대로 포스코의 해결 대안은 무엇인가를 구성원들의 토론을 거쳐 제안하게 만들었다. 제안된 내용은 그대로 실무 차원에서 검토해 채택된 혁신안을 곧바로 실행에 옮기게 하고 있다. 『블루오션 시프트』에서 제시한 바와 기본적으로 같은 과정이다. 결국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변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두려움을 집단적 자신감으로 바꾸어 근본적인 변화를 가능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DBR mini box II
POSTIM, 집단지성의 시작
포스코 직원들에게 경진대회는 그리 생소하지 않다. 이미 포스코 사내에는 직원들의 아이디어 제안 문화가 보편화돼 있기 때문이다. POSTIM(Posco Total Innovation Methodology)이 대표적인 예다. 2014년 도입된 POSTIM은 포스코 내 임직원이 수익 창출, 비용 절감 등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개진하고 직원들끼리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하는 온라인 시스템이다. 직급도, 부서도 관계없다. 제품을 혁신하는 방식이든, 고객사를 확대할 수 있는 방식이든, 생산 공정상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식이든 포스코의 성과에 도움되는 제안이면 된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누구나 POSTIM에 접속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다른 직원들과 공유한다. 이 아이디어에 관심이 있는 다른 직원들은 하나둘씩 아이디어에 의견을 보태 프로젝트를 구체화한다. 포스코는 이 과정을 ‘굴리기’라고 표현한다.
첫해부터 직원들의 참여가 활발했던 건 아니었다. 그런데 실제로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평가하고, 이 중 가능성 있는 아이디어가 채택되고, 포스코 공식 프로그램으로 추진되자 직원들의 생각이 바뀌었다. 프로젝트가 성과를 낼 경우 확실한 보상도 보장됐다. 앞서 소개한 경진대회의 ‘IP 프로젝트 특별보상 제도’는 사실 POSTIM의 일부로 먼저 시행됐다.
2016년 포스코는 아이디어 제안 분야를 3가지로 세분화해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도록 유도했다. 1) 임원들이 아이디어를 솔선수범해서 낼 수 있는 ‘임원 플러스’ 2) 품질 불량, 조업 장애, 안전재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QSS(Quick Six Sigma Plus), 3) 업무 방식을 보다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는 SWP(Smart Work Place)로 구분된다.
그 결과 직원들의 참여가 점차 확대됐다. 2016년 아이디어가 실제 프로젝트로 연계된 사례는 직전 해에 비해 3배가량 늘어났다. 직원들의 아이디어로 본사와 제철소, 연구소 등이 협업해야 하는 대형 프로젝트 7건도 포함됐다. 직원들의 아이디어의 ‘질’도 함께 향상돼 프로젝트 수행 인원들이 창출하는 1인당 재무성과도 직전 해에 비해 42%나 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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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경민(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이미영 기자 [email protected]
김동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mail protected]
김동재 교수는 서울대에서 경영학 학사와 석사를 취득한 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The Wharton School)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2년 맥킨지앤컴퍼니 한국 사무소 초대 멤버로 합류한 그는 1994년 일리노이 어바나샴페인대(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다. 2009년 한국전략경영학회 회장 맡는 등 경영학계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