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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4. 리테일 공간 혁신 트렌드

'팝업스토어 가 봤니?' 체험과 스타일 파는 소매공간이 뜬다

정연승 | 232호 (2017년 9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리테일 공간은 관람객들에게 매번 환상적인 무대공간으로 새로운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공연 이벤트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리테일 공간은 최근 4차 산업혁명을 통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 소매 유통시장의 경쟁 심화, 소비자 태도 변화 등으로 인해 큰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브랜드 체험, 타깃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집중, 옴니 채널,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쇼핑 등의 키워드로 축약될 수 있는 최근의 변화와 더불어 기업들이 기억해야 할 가장 큰 전략은 ‘선제공격’이다. 즉 경쟁사는 물론 고객도 깨닫기 전에 소비자의 ‘숨겨진 니즈’를 발굴해 라이프스타일을 선도적으로 제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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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공간은 소비자들의 방문과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주요 진열상품 카테고리와 상품 머천다이징, 매장 내·외부 인테리어, 매장 동선, 소비자 이용방식 재구성 등 지속적인 개선과 리뉴얼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어찌 보면 소매공간은 공연마다 관람객들에게 새롭고 환상적인 무대공간을 통해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공연 이벤트와 유사하다. 더불어 최근 소매유통시장의 경쟁이 심화되고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하는 한편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소매 공간의 혁신이 이어지고 있다. 제품 판매보다는 브랜드 체험을 중시하고, 카테고리 집중보다는 타깃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집중하는 흐름이 확연히 관찰된다. 또 소비자들의 편의를 극대화하는 옴니채널 서비스를 활성화하고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증강현실(AR)·가상현실(VR)을 쇼핑에 도입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리테일 혁신 트렌드의 구체적 내용과 사례들을 살펴보자.




체험의 확대: 브랜드 체험매장

플래그십 스토어, 팝업스토어, 편집숍 등 소비자들이 브랜드의 정체성과 개성 등을 직접 경험·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브랜드 체험매장(콘셉트 스토어)이 늘어나고 있다. 단순한 제품 구매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험과 체험을 중요시하는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이런 매장의 중요성 역시 커지고 있다.

먼저 플래그십 스토어는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특정 상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브랜드의 성격과 이미지를 극대화한 매장이다. 2000년대 초반 마케팅의 중심이 제품에서 브랜드로 이동하면서 럭셔리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확산된 모델이다. 그런데 이 플래그십 스토어가 10년이 지난 오늘날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변화, 디지털·스마트 기술 진보, 4차 산업혁명의 본격화 등으로 인해 이제는 기존과 다른 방식의 고객 커뮤니케이션이 요구되고 있다. 즉 플래그십 스토어는 새로운 시대를 맞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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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차세대 브랜드 체험 플랫폼

플래그십 스토어의 효시이자 대표 기업인 애플스토어(Apple Store)는 고객의 총체적인 경험을 세밀하게 관리해 애플 제품만의 차별적 강점과 고객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브랜드 철학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왔다. 고객은 직접 보고, 듣고, 만지고, 지원을 받는 총체적인 경험을 통해 애플의 강점을 인지할 수 있다. 그 결과, 전통적인 유통매장에서 전달하기 어려웠던 감성적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

201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문을 연 애플유니온스퀘어(Apple Union Square)는 애플의 새로운 체험 공간 전략으로 만든 2세대 애플스토어다. 그 규모와 기능에서 혁신성이 드러나는데 일단 상업공간을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퍼블릭 커뮤니티 공간’으로 진화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명품 매장과 상가가 즐비한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핫플레이스에 문을 열면서 애플의 브랜드 콘셉트를 잘 살려 심플한 느낌의 인테리어 디자인 요소와 친환경, 예술적 요소를 함께 녹였다. 애플유니온스퀘어의 시그니처 디자인이라 할 만한 유리슬라이딩도어는 높이가 무려 42피트(약 12.8m)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유리문이다.

또 애플유니온스퀘어 내에 자리 잡은 ‘애비뉴(Avenue)’는 애플의 제품과 서비스를 체험하는 인터랙티브 디지털 공간이다. 매장 방문객이 기기에 대한 정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매장의 동선을 따라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가 세워져 있다. 마치 거리처럼 조성된 길을 따라 방문객이 이동하면서 제품을 체험하고 정보도 얻게 한 것이다.

매장 중심부의 제품수리점인 ‘지니어스그로브’는 고객들이 기다리는 동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다. 포럼(Forum)은 다양한 문화행사를 위한 공간으로 고해상도를 자랑하는 비디오벽(Video wall)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공간에서 재능 있는 아티스트와 사진작가, 뮤지션, 게이머, 개발자 및 기업가들이 애플 고객들에게 영감을 심어주고 필요한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보드룸은 애플 직원들이 벤처 창업가나 개발자, 중소기업 고객들에게 직접적인 조언을 해주고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또 프라자(Plaza)는 대중에게 24시간 공개되며 무료 와이파이(Wi-Fi) 및 좌석을 제공해 다양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했다. 플라자는 공원을 연상케 할 정도로 쾌적하게 꾸며놓은 야외공간으로 주말마다 정기적으로 유명 아티스트들의 공연이나 문화행사가 진행된다. 야외 테라스에는 자연친화적인 느낌을 줄 수 있도록 50피트(약 15.24m) 높이의 ‘녹색벽(green wall)’도 마련돼 있다.

체험 마케팅의 대가인 번트 슈밋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고객의 다양한 경험 관련 요소(감성, 감각, 인지, 행동, 관계)를 파악하고 충족시키기 위해 7가지의 체험제공물(커뮤니케이션, 아이덴티티, 제품의 외형, 공동 브랜딩, 공간적 환경, 웹 사이트, 인적요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슈밋 교수가 제안한 7가지 요소의 대부분은 플래그십 스토어 같은 브랜드 체험 플랫폼을 통해 제공이 가능하다.

 

희소한 경험 제공, 팝업스토어

팝업스토어는 인터넷에서 갑자기 생겼다가 없어지는 팝업 창처럼 붐비는 특정 장소에서 짧은 기간 신상품이나 한정판 등을 전시·판매하다 사라지는 매장이다. 이제는 많은 기업 또는 브랜드들이 시도해 콘셉트 자체는 신선하지 않아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애자일 방식1  을 활용해 큰 리스크를 지지 않고 특정 상품 또는 브랜드를 고객들에게 시험해보고자 하는 기업들과 새로운 자극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니즈가 맞물려 당분간 리테일 혁명의 한 축을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체험 경제의 선구자이자 심리학자인 크리스티안 미쿤다의 저서 <마음을 훔치는 공간의 비밀>에 따르면, 팝업스토어는 매우 독특한 상품(한정판, 일반 유통채널에서 판매되지 않는 상품)과 독특한 매장 인테리어(강렬한 인상을 주는)를 이용해 소비자들에게 특별하고 희소한 경험을 제공한다. 팝업스토어는 판매보다는 브랜드 이미지 각인, 신제품에 대한 시장 반응 확인이 목적이므로 마케팅 도구로서의 역할이 더 크다. 따라서 브랜드 론칭 행사, 신제품 테스트, 재고품 처리, 인지도 제고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팝업스토어 콘셉트를 제대로 활용한 것으로 평가받는 몇 가지 국내 사례를 소개한다.

게임마니아의 천국, 리그 오브 레전드

라이엇게임즈는 지난해 7월, 세계 최초로 판교 현대백화점에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한 달 동안 5만 명이 넘는 방문객들로 북적거렸다. 개장 첫날에는 1시간 전부터 팬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백화점 내의 일반 매장 대비 상대적으로 매우 많은 고객들이 몰려들어 백화점 전체의 매장 전략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될 정도였다고 한다. 이곳에는 각종 게임 캐릭터의 피규어들이 전시됐으며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도 판매됐다. 특히 한정 판매품 ‘미스터리 박스’는 피규어와 인형, 마우스 패드 및 모자 등이 무작위로 1종씩 들어 있는데 최소 6만 원 이상의 상품을 4만 원에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큰 인기를 끌었다.

체코 마을을 재현하라, 코젤다크

‘체코 마을로의 여행’을 콘셉트로 한 코젤다크의 팝업스토어는 코젤다크가 탄생한 체코 염소 마을을 그대로 재현해 이국적인 분위기에서 신선한 체코산 생맥주를 즐길 수 있는 경험을 제공했다.

이태원에 위치한 ‘러스티 스모크하우스’에서 2016년 12월부터 약 2개월간 진행된 코젤다크 팝업스토어는 오픈 한 달 만에 1만 잔 이상을 판매하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우고 온라인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또한 이태원의 첫 번째 팝업스토어의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2017년 5월에는 합정동에 두 번째 팝업스토어도 마련했다.

체코를 대표하는 맥주답게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체코 전통 음식인 콜레뇨, 스마제니시르, 굴라시 등을 함께 제공해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시나몬 아트, 염소수염 인증샷 이벤트도 진행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또한 주말에는 매번 다른 스타일의 전문 캐리커처 작가들이 직접 참여자의 얼굴을 염소 캐릭터로 의인화해주는 ‘나만의 염소 캐리커처 이벤트’도 운영했다. 2   특히 맥주 거품 위에 자신만의 염소 표정을 표현하는 ‘시나몬 아트’는 팝업스토어를 방문한 소비자의 50% 이상이 참여하며 자발적인 입소문의 진원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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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연승

    정연승[email protected]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연세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비스마케팅학회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유통학회장을 지낸 바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마케팅, 유통채널전략, B2B, 서비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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