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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2. 리테일 혁신 방법론

상가의 모든 층을 1층처럼 붐비게? 부동산 공식을 깨니 해답이 보인다.

박지원,김성순 | 232호 (2017년 9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리테일 공간에서 혁신의 목표는 무엇일까. 결국은 수익성 창출로 귀결된다. 최근 혁신적인 리테일 공간이라 평가받는 대형 상업공간은 모두 ‘리테일 수익구조의 고정된 공식을 깼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모든 층을 가시성, 접근성이 높은 1층처럼 운영하기 위해 쇼룸형 단독 엘리베이터를 도입한 일본 도쿄 긴자의 ‘니콜라스 G.하이예크 센터’, 팝업스토어 형태의 레스토랑 운영으로 활기를 찾은 영국 런던의 ‘킹리코트’, 스토리를 입힌 도시재생 프로젝트 ‘베터시’ 등은 기존 리테일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핫’하고 ‘쿨’한 장소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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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테일 부동산의 비즈니스적 의미

리테일 부동산 비즈니스에서는 공간이 돈이다. 우리가 평소 지나다니면서 보았던 모든 건물들이 ㎡를 기본으로 하는 면적 단위로 분해돼 면적당 매매 혹은 임대가치가 평가되고 있는데 건물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건물주 입장에서야 임대 면적을 극대화하고 싶지만 각국 정부는 스카이라인 보호 등의 명분으로 건폐율, 용적률 등 다양한 잣대를 들이대 이런 ‘욕망’을 규제한다. 건물주뿐 아니라 이 건물에 입주하는 임대인들 역시 정해진 면적 안에서 최대한의 효율을 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렇다면 먼저 상업용 부동산, 즉 리테일 건물의 임대 수익이 통상 어떤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는지 알아보자. 임대 수준 계산 시 필요한 네 가지 요소는 기준가 도출, 층별 팩터(Floor Factor), 가시성 팩터(Visibility Factor), 사이즈 팩터 등 4가지다. 먼저 기준가는 시장 논리에 의해 도출된다. 기준점이 되는 가격은 바로 옆 건물의 가치, 즉 건물이 위치한 시장의 시세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입지, 건물의 연식 등에 따라 결정된다.

그 외 3가지 요소들은 건물 내부에서 차등적으로 적용된다. 먼저 기본적으로 층마다 가격이 당연히 달라진다. 쿠시먼앤드웨이앤드필드의 글로벌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일반적인 쇼핑몰에서 1층의 임대 가격은 2층의 약 두 배에 달한다. 또 이론적으로 가장 높은 층의 임대 가격 수준은 1층의 약 25%까지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메커니즘 때문에 리테일 건물주들은 대체로 1층으로 갈수록 최대한 많은 임대인을 유치하려고 한다. 이에 따라 유닛(임대 단위)의 크기는 작게, 동선은 최대한 좁게 해 임대할 수 있는 공간을 극대화하려 한다.

또한 같은 층이라도 가게의 간판이 얼마나 잘 보이는지, 접근이 얼마나 유리한지가 임대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이것이 가시성·접근성 요소(visibility·accessibility factor)인데 쇼핑몰 기획자들은 최대한 모든 숍들의 간판이 골고루 보이도록 애쓴다.

마지막으로 임대차 시장에서도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 논리가 적용된다. 혹시 영업이 잘 안 돼 망해서 나가는 일이 생기면 우선 입점 업체가 큰 피해를 보지만 신규 임차인을 유치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쇼핑몰 운영기업도 고생을 하게 된다. 따라서 임차인이 사용하는 면적이 커지거나 계약기간이 길어질수록 이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임대가격을 할인해주는 경우가 많다. 이를 ‘사이즈 팩터’로 부른다.

사실 리테일 혁명의 최종 목적은 한정된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른바 ‘최고최유효(Highest & Best Use)’ 개발 사례에 대한 혜안을 찾는 것은 리테일 혁명을 고민하는 유통업자들이 꼭 짚어봐야 할 문제다.

기존 임대차 시장의 기본 공식을 다시 한번 나열한 것은 이러한 오랜 통념을 파괴하고도 성공적인 상업 건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롤모델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강력한 콘셉트로 건물의 매력도롤 높여 부동산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높인 사례들을 소개한다.

 

‘플로어 팩터’를 파괴한
도쿄 ‘니콜라스 G.하이예크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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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긴자의 쥬오거리에는 프라다, 펜디, 반클리프&아펠, 생로랑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글로벌 브랜드들의 매장이 즐비하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멋지게 뽐내는 건물의 전면부와 어우러져 멋진 거리 모습을 완성하는 가운데 동쪽 끝자락 자라(Zara) 건물 옆에는 거리를 향해 양방향으로 오픈돼 있으며 녹색 식물들이 벽면을 휘감고 올라가며 자라고 있는 모습의 독특한 건물을 만날 수 있다. 이것이 일본에서 온갖 건축 관련 상을 휩쓴 스와치그룹재팬의 본사 및 플래그십 스토어, ‘니콜라스 G.하이예크1     센터(Nicolas G. Hayek Center)’다.

2007년 완공된 이 건물의 건축에는 건축사무소인 ‘시게루 반’, 구조설계 전문 기업인 ‘ARUP’ 등 7개의 전문기업이 참여했으며 약 1900억 원의 건축비가 투자됐다.

C&W Research가 발표한 에 따르면 긴자 거리는 평당 최고 임대료가 월 400만 원 수준이다. 일본에서 가장 비쌀 뿐 아니라 금싸라기 땅이라 불리는 서울 명동보다도 100만 원가량 높은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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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치그룹은 이러한 긴자 쥬오거리 한복판에 공간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전통적인 방식대로 수직으로 건물을 올려서 사용할 경우 그룹 내 다양한 브랜드를 입점시키기 어렵다는 점을 깨달았다. ‘니콜라스 G.하이예크 센터’에는 스와치그룹이 소유한 총 19개의 시계 브랜드 가운데 브레게(Breguet), 블랑팡(Blancpain), 글라슈테 오리지널(Glashütte Original), 자크 드로(Jaquet-Droz), 레옹 아토(Leon Hatot), 오메가(Omega), 스와치(Swatch) 등 총 7개 브랜드 매장이 자리 잡을 예정이었다.

이 브랜드들은 명성만으로도 각각 1층 메인 자리에 위치하고도 남을 만큼 무게감이 있었다. 따라서 이 7개 브랜드들의 다양성과 가치를 한 건물 안에 살리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 과제였다.

자구책으로 찾은 것이 2층부터 4층까지 모든 층을 개별 엘리베이터로 연결해 브랜드별의 단독 매장을 구성한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모든 매장을 1층에 둘 수는 없었지만 엘리베이터만 타면 각 브랜드의 단독 매장에 닿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었다. 이는 기존의 상업용 건축물과 달리 각 층의 가치를 동일하게 유지하는 효과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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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물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개별 매장을 연결하는 엘리베이터를 단순히 고객을 실어 나르는 운반기기를 넘어 일종의 ‘쇼룸’으로 활용한 것이다. 엘리베이터 안에 브랜드별 작은 쇼룸을 차려 고객들은 어떤 층으로 가면 좋을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다.

니콜라스 G.하이예크 센터에서는 대부분 럭셔리 브랜드가 판매된다. 통상 럭셔리 브랜드 매장은 화려함과 위용을 자랑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는 심리적 부담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의 거리(Avenue Du Temps)’라는 콘셉트로 꾸며진 이 센터 1층은 건물의 안과 밖의 구분이 없기에 건물 주변을 지나는 누구나 쉽게 매장에 접근할 수 있다.

또 개별 매장으로 진입하려면 지정된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기 때문에 매장이 지나치게 붐비는 부작용도 막을 수 있었다. 개방성을 기본으로 하는 매장 디자인 철학은 5∼7층의 서비스센터, 8∼13층 사무실에서도 읽을 수 있다. 내부가 훤히 보이는 유리창 너머로 직원들이 열심히 시계를 수리하거나 업무를 처리하는 모습을 고객들이 쉽게 들여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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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지원[email protected]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과장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이랜드 중국지사 전략기획실에서 인하우스 컨설팅을 담당했다. 2014년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합류해 리테일 기획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미국 시카고에 본사를 둔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올해 설립 100주년을 맞는 글로벌 종합부동산서비스기업으로 현재 70개국에 진출해 있다. 한국지사는 2000년에 설립됐으며 서울 명동, 강남역, 가로수길 등 국내 3대 주요 상권 내 SPA 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 건립과 판교 아브뉴프랑, 광화문 D타워, 명동 눈스퀘어 등 대형 상업시설의 임대 컨설팅 등을 진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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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순

    김성순[email protected]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전략마케팅팀에서 세일즈&마케팅을 담당
    PwC컨설팅에서 금융, 공기업, 유통, 패션 등 다양한 분야의 전략/CRM 컨설팅을 수행
    2008년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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