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전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기업으로 손꼽히던 회사가 노키아였습니다. 생산, 운영관리 등 효율성 측면에서 노키아는 베스트 프랙티스의 산실이었습니다. 그런데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자 노키아는 매우 적극적인 경비 절감 노력을 펼쳤습니다.
우선 직원들의 1회용 컵 사용을 중단시켰습니다. 또 여러 청소 용역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거나 대폭 줄였습니다. 덕분에 회사 유리창은 매우 지저분해졌습니다. 회사 복도의 꽃들도 치웠고 사무실 조명 숫자도 줄였다는군요. 화장실에 비치된 휴지도 질이 떨어지는 제품으로 교체했습니다. 심지어 공장의 직원 식당에서 팬케이크와 함께 제공됐던 휘핑크림마저 없앴습니다.
이런 눈물나는 노력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종업원들은 불만을 쏟아냈고 전 세계 언론은 ‘화장실 휴지’와 ‘휘핑크림’으로 대표되는 노키아의 비용절감 조치에 대해 조롱이 담긴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아마도 경영진이 일괄적인 비용절감 목표를 하달했고, 위계적인 조직 구조하에서 별다른 비용 편익 분석 없이 목표 달성에만 치중하다가 생긴 일로 풀이됩니다. 비용 절감 효과는 미미했고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나 몰입도 등은 약화됐습니다. 결국 적극적인 비용절감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키아의 사정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지난 196호 에디터 레터에서 전해드린 대로 노키아의 이런 위계적 문화는 애플의 스마트폰 출시 이후 유연한 변화를 저해하는 핵심 경직성으로 작용했고, 결국 노키아는 몰락하고 말았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저성장과 혁신 사업 모델 등장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대부분 기업들이 소리 없이 비용 절감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키아 사례처럼 쉽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단기성과 위주의 비용 절감 노력에만 주력하면 부작용이 커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이번 DBR 스페셜 리포트 제작에 참여한 고경수 코스트제로 대표가 제시한 비용 절감의 원칙이 이 질문에 대한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고 대표는 비용 절감은 기업에서 ‘불필요하게’ 낭비되고 있는 비용을 찾아 절감하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종업원이나 고객 가치 창출에 기여한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에 대한 고민 없이 이뤄지는 무분별한 비용 절감은 심각한 후유증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는 또 절감 금액을 기업의 핵심 자산에 재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절감의 목적에 대한 부분인데요, 비용 절감 노력을 하는 이유는 기업의 경쟁력 강화입니다. 기업의 경쟁우위를 가져오는 요소에 대한 전략적 투자 확대에 대한 고민 없이 이뤄지는 비용 절감은 정당성을 갖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면 일부 영역에서는 비용을 줄이되, 일부 영역에서는 투자가 더 추가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고 대표에 따르면 한 병원은 비용 절감을 통해 확보한 돈으로 주차장을 개선해 고객만족도를 높여 경쟁력 강화에 장기적으로 기여하겠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는 군요. 이런 접근을 하면 비용 절감에 대한 임직원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고 더 창의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분출될 것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단기적인 성과를 내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성과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혹은 장기적 생존 기반을 강화하면서 단기적 성과를 내는 것은 무척 어려운 과제입니다. 혁신 모델이 빈발하는 지금의 경제 상황에서 고객 가치를 훼손하면서 추진되는 비용 절감 노력은 무서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에서 제시된 방법론을 활용해 장기적 성장 기반을 강화하면서 단기적 생존력을 높일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을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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