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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앤더슨 3D로보틱스 대표 강의 및 토론

21C 개방형 혁신, 커뮤니티 기반의 플랫폼이 답이다

이방실 | 192호 (2016년 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19세기는 기업과 기업이 경쟁하는 시대였다. 이때에는 생산 수단을 가지고 있느냐 여부가 관건이었다. 반면 20세기는 제품과 제품이 경쟁하는 시대였다. 아웃소싱을 통해 얼마든지 제품을 만들 수 있으므로 굳이 생산 수단(공장)을 확보할 필요가 없었다. 21세기는 개방형 혁신과 개방형 혁신, 생태계와 생태계, 플랫폼과 플랫폼 간 경쟁이다. , 애플이 조성한 개방형 혁신 모델/생태계/플랫폼과 구글이 만든 또 다른 개방형 혁신 모델/생태계/플랫폼이 서로 싸우는 시대다. 개방형 혁신을 끌어안고 싶다면 플랫폼에 대해 고민해야 하며 커뮤니티의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 플랫폼이야말로 혁신이 만들어지는 곳이며 재능 있는 인재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거대한 자석이다.

 

 

크리스 앤더슨 3D로보틱스 대표가동아비즈니스포럼 2015’에서개방형 혁신: 비트의 세계에서 원자의 세계로라는 주제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인터넷과 웹의 출현 이후 지난 30여 년은 개방과 협력에 초점을 맞춘 혁신을 통해 각 산업에서 새로운블루오션기회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었다. 오늘 내가 나누고자 하는 이야기 역시 혁신 모델을내부에서외부로 바꿨다는 측면에서 특정한 종류의 블루오션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내 개인적인 경험을 들어 좀 더 설명해 보겠다.

 

2007, ‘포스의 혼란(a disturbance in the force)’이 일다

 

나는 다섯 명의 자녀들이 있고, 아이들이 과학과 기술에 대해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 관심이 많다. 지난 2007년 교육용 로봇 제작 키트인레고 마인드스톰을 가지고 아이들과 로봇을 만들어 보려 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이들은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로봇을 만들기 위한 프로그래밍보다는 비디오 게임을 하며 놀기 원했다.

 

나는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로봇이 무엇일지에 대해 고민했다. 그러다 땅바닥을 굴러다니는 로봇(rolling robot)이 아니라 하늘을 나르는 로봇(flying robot)이라면 아이들도 관심을 가질 것 같아 구글에 검색했다. 검색창에 ‘flying robots’을 입력해 보니 맨 처음 검색 결과로드론(drones, 무인항공기)’이 나왔다. 다시 ‘drones’로 검색했더니오토 파일럿(autopilots, 자동조종장치)’이 나왔다. 그래서 나는 레고로 자동조종장치를 만드는 일에 착수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가 자동조종장치를 만들었던 2007년은 하드웨어 측면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던 시기였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하드웨어에 각종 센서를 장착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가속도계, 경사각 센서, 자이로스코프 센서, 나침반 센서 등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너무 비싸서 감히 쓸 수 없었던 기술과 장치들을 장난감 로봇에도 도입할 수 있게 됐다. 모션 센서를 장착한 비디오 게임닌텐도 위(Wii)’가 출시된 것도 2007년이고, 웨어러블 기기인 핏빗(Fitbit)이나 일반인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3D프린팅의 출현도 모두 2007년이었다. 아두이노(Arduino)라는 오픈소스 컴퓨팅 프로젝트 역시 2007년에 시작됐으며 제조자 운동(Makers Movement, 3D프린팅 등 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제조업 활동) 역시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애플 아이폰이 세상에 첫선을 보인 것도 바로 2007년이었다.

 

한마디로 2007년은 영화스타워즈의 명대사를 빌려 표현하자면포스의 혼란(a disturbance in the force)’이 일어나고 있던 시기였다. 과거비트(bits)’의 세계(디지털 세계)에 국한돼 적용됐던 개방형 혁신 모델은원자(atoms)’의 세계(실제 물리적 현실 세계)로 확대될 준비가 돼 있었다. 이는 웹 세상에 적용됐던 혁신 모델이 다른 모든 분야로도 확대 적용되기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했고, 개방형 혁신을 통해 디지털 세상뿐 아니라 현실 세계 역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뜻했다.

 

어쨌든 나는 레고로 무인 비행기를 만들었다. 비록 내 작품은 아이들의 흥미를 끌지는 못했지만레고로 만든 세계 최초의 무인 비행기라는 가치를 인정받아 현재 레고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그 이후로도 나는 계속해서 자동조종장치가 달린 무인 비행기를 만드는 일에 집중했다. 각종 센서나 프로세서와 관련된 책을 먼저 읽은 후에 개발 작업을 진행할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내 삶의 모토인실행을 통해 학습한다(learning by doing)’는 원칙에 따라 일단 저지르고 봤다. 계속 자동조종장치 개발에 집중했고, 소셜네트워크 사이트에 드론 제작과 관련된 커뮤니티 플랫폼 ‘DIY드론(diydrones.com)’도 개설했다.

 

커뮤니티를 만들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과거엔 비싸고 복잡해서비트의 세계에만 적용할 수 있었던 기술 및 장치들이 점점 단순화되고 저렴해지면서원자의 세계에도 손쉽게 적용될 수 있게 됐다는 걸 일찌감치 감지한 선구자들이었다. 이들이 어디에 있는 누구인지 나는 전혀 몰랐지만 DIY드론 커뮤니티를 만들자 알아서 모여든 것이었다. DIY드론은 블로그가 아니라 소셜네트워크 형태였기 때문에 창의성을 생산해 낼 수 있는 플랫폼 기능을 했다. 모든 사람들이 글을 작성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남의 글을 읽고 서로 토론할 수 있었다. 이들은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수준을 넘어 자발적으로 팀을 구성해 직접 프로그램 코드를 쓰고, 회로를 설계하고, 각종 시스템을 만드는 등 협동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누가 돈을 준 것도 아니고, 어떤 비즈니스 모델이 있던 것도 아니었지만 단지그렇게 할 수 있었기때문에 그렇게 했다. 이는 웹의 탄생 배경과 똑같이 일치한다. 웹 역시 어떤 거대한 미디어 기업이 의도적으로 만든 게 아니라 여러 개인들에 의해 하의상달식(bottom-up)으로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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