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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공동결정제도 리뷰

파트너십의 예술, 독일 공동결정제도. 2차대전 잿더미서 기적 일구다

김성국 | 161호 (2014년 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전략,HR

 

공동결정제도를 운영하는 독일에서 근로자는 경영자에게 기업경영 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 경영진이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기 전에 근로자와 사전에 협의할 뿐 아니라 인사 및 노무 관련 이슈들에 대해서는 근로자가 직접 의사결정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처럼 근로자 참여도가 높은 공동결정제도는 제1차 세계대전 이전부터 그 틀이 마련되기 시작해 2차 세계대전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진화해왔다. 최근 여러 한계에 부딪쳐 새로운 형태를 모색하는 중이기는 하나 근로자의 경영참여도를 높여 진보된 형태의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싶은 기업들이 참고할 만한 사례다.

 

 

독일의 공동결정제도(Mitbestimmung)는 독일의 경제와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기둥으로, 독일식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는 수단이 돼 왔다. 이 제도는 근로자와 경영자(사용자) 간의 협력을 촉진해서 사회의 안정과 산업평화에 기여했고 독일 경제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역사적 평가를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근로자에 의한 경영 참가(management participation)에는 세 가지 형태가 있다. 첫째는 성과 참가다. 기업이 달성한 수익 또는 이익의 일부에 대해 근로자가 일정한 몫을 배분받는 형태로 근로자가 경영의 결과에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는 자본 참가다. 이것은 종업원지주제도에서 볼 수 있듯 근로자가 자본의 출자자로서 기업경영에 참여하는 형태다. 셋째는 의사결정 참가다. 경영의 결과가 아니라 경영의 과정에 근로자가 참여하는 유형으로, 경영참가 유형 가운데 가장 발달된 형태이며 독일의 공동결정제도는 여기에 속한다.

 

독일의 공동결정제도는 근로자가 경영자로부터 기업경영 현황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고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에 대해 경영층과 사전 협의를 하거나 근로시간이나 복지제도처럼 전형적인 인사 및 노무관리 관련 이슈들에 대해 노와 사가 공동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결국 공동결정제도는 근로자가 경영진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통제를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운영의 주체로서 경영에 직접 참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독일 공동결정제도의 역사

 

독일에서 공동결정제도의 뿌리는 생각보다 깊다. 논의의 시발은 제1차 세계대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19년 발효된 바이마르공화국 헌법 165조에는 상시 근로자 20명 이상의 기업에 근로자의 사회적, 경제적 이해를 대표할 수 있는종업원평의회(Betriebsrat)’의 설치에 대한 규정이 있었다. 그리고 대기업의 감독이사회에 근로자 대표가 참석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 후 1945,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독일에 주둔한 연합국들은 바이마르공화국 시절부터의 관례를 존중해 사업장에 종업원평의회를 설치하는 것을 허용했다. 서독의 몇몇 주에서는 공동결정을 법제화하는 것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런 움직임은 독일의 신속한 전후재건에 근로자 대표인 종업원평의회의 협조가 매우 긴요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과거 나치정권 시절 전쟁 물자를 생산했던 군수산업에서 전쟁 직후 경영진이 처벌을 받고 퇴진하는 등 소유권이 불분명한 기업들이 많아 공동결정제도가 뿌리를 내리는 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독일연방공화국은 1949년 건국된 이래 자유진영인 서방에 속하면서도사회적 시장경제(soziale Marktwirtschaft)’라는 독특한 체제를 사회와 경제 체제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 사회적 시장경제란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적 이념과 자유민주적 사회주의의 요소를 합성한 것으로 경제적 자유와 사회적 정의 및 안정이라는 양대 목표를 모두 실현하고자 하는 체제다. 이는 자유경쟁과 기업 자유를 인정하는 시장경제의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분배의 정의에 입각한사회적 정의를 달성하는 것을 중시하는 복지국가 건설을 지향한다. 독일이라인 강의 기적이라고 부르는 고도의 경제성장을 달성하고도 사회복지제도가 잘 정착돼 어느 정도 분배의 정의가 확립될 수 있었던 것은 사회적 시장경제 기조 덕분이라고 지적하는 학자들이 많다. 독일은 이런 역사와 전통 위에서 근로자의 경영참가 형태 중 가장 강력하다고 할 수 있는 노사 간 공동결정제도를 도입했고 법제화하는 데 성공했다.

 

공동결정제도는 사유재산권과 기업 활동의 자율성에 일정한 수정을 가하는 경제 체제라고 말할 수 있다. 전후 공동결정제도의 도입을 두고 그 형태와 강도에 대해 노사 간 의견 충돌이 일어나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총파업 일보직전까지 가는 등 정치적인 갈등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서독에서 1951년 드디어 최초의 공동결정법이 제정되는데 법의 명칭은광업과 철강산업에 있어서 감독이사회 및 이사회 내 근로자의 공동결정에 관한 법률이다. 이어서 1952년에는 기업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경영조직법이 독일 역사상 최초로 제정되기에 이른다. 경영조직법은 그 후 많은 논의를 거쳐 1972년 확대, 개정됐으며 여세를 몰아 1976년에는 세계 최초로 공동결정법(Mitbestimmungsgesetz)이 제정되면서 2000명 이상 상시근로자를 고용하는 모든 대기업은 공동결정제도를 채택할 것을 강제하는 규정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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