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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by Map

상권 분석, ‘상식’ 아닌 ‘지식’으로 접근하라

송규봉 | 144호 (2014년 1월 Issue 1)

 

 

편집자주

DBR은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거나 혁신에 성공한 사례를 소개하는 ‘Management by Map’ 코너를 연재합니다. 지도 위의 거리든, 매장 내의 진열대든, 선수들이 뛰는 그라운드든 공간을 시각화하면 보이지 않던 새로운 정보가 보입니다. 지도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지혜와 통찰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국물연구소와 지도연구소

 

매주 수요일 오전 내내 세미나가 열렸다. 한촌설렁탕 본사에서 1년 동안 수요세미나는 계속됐다. 한촌설렁탕은 약 50개 점포를 가진 프랜차이즈다. 2011년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진흥원이 시행한 프랜차이즈 수준 평가에서 우수프랜차이즈로 선정된 이후 같은 해 외식 부문에서 지식경제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2012년에는 농림수산식품부가 최우수 프랜차이즈로 선정했고 2013매일경제가 선정하는대한민국 100대 프랜차이즈에 뽑혔다.

 

한촌설렁탕을 주목하게 된 것은 화려한 수상 실적 때문이 아니었다. 2012년 한여름, 한촌설렁탕 CEO와의 미팅은 예정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뒤이은 약속은 연구소를 이끌어갈 신임 소장과의 면담이었다. “동석해도 괜찮겠습니까라는 질문에 호기심이 발동해그러시죠했다. 설렁탕 프랜차이즈가 운영하는 연구소

 

한촌설렁탕은 2007년 충북 음성에 중앙조리센터(CK·Central Kitchen)를 만들었다. 점포마다 제각각인 국물 맛의 표준화를 시도한 것이다. 2010년에는 국내 최초로 설렁탕 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신임 연구소장은 유명 라면 브랜드에 근무한 베테랑 연구원이었다. 라면의 국물 맛을 연구해온 전문성을 설렁탕에 적용하려는 것이었다. 그저 연구소장 한 명을 스카우트한 줄로만 알았다. 연구성과는 뛰어난 개인 한 명이 아니라 팀으로 구축돼야 한다는 신념대로 한 팀을 모두 스카우트했다.

 

그날이 계기가 돼 수요세미나가 시작됐다. 수요세미나에는 뚜렷한 주제가 있었다. 우수 점포와 실적이 부진한 점포 간 입지상권의 특징이 있는가? 변화하는 시장에서 새로 주목해야 할 지역은 어디인가? 이 두 가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것이었다. 부모님이 운영하던감미옥이라는 설렁탕집부터한촌설렁탕브랜드를 만들어온 약 30년의 세월 동안 CEO의 예상 매출액은 대부분 적중해왔다. 26개의 출점 체크리스트를 채워 후보입지를 심사하고 분야별 점수와 총점으로 예상 매출액을 산정해왔다. 이런 자체 진단법으로 실제 매출에 대부분 근접한 결과를 얻어온 것이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소비지형이 크게 바뀌면서 예전의 진단법이 조금씩 빗나가기 시작했다. 수요세미나는 이런 환경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경험과 직관만으로 출점을 결정할 것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론을 시도하자는 중간결론을 내렸다. 국물과 김치의 맛을 분석하고 정량화해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식품기술연구소를 운영하는 것처럼 상권분석과 출점전략을 정립하기 위한 ‘IT기술연구소를 지난 10월에 정식 등록했다. ‘국물연구소에 이어지도연구소의 문을 연 것이다.

100년 가게의 비밀

 

한촌설렁탕은 백 년을 꿈꾼다. 부모님의 가게를 물려받은 2세 경영인으로서 3대 너머를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KBS가 방영한백년의 가게를 사례연구의 교본으로 삼는 건 당연해 보였다. ‘백년의 가게에 소개된 식당 중에 가장 오래된 곳은 일본의헤이하치자야(平八茶屋)’로 역사가 437년이나 된다. 1576년 처음 가게를 열었을 당시 육로를 지나는 행인들에게 보리밥에 마를 갈아 얹어주는 덮밥과 차를 팔았다. 이제는 일본 전통 정식요리인 가이세키 요리(會席料理) 전문점으로 진화했다.

 

현재 21대 사장이 경영하고 있는헤이하치자야 430여 년 동안 변하지 않은 메뉴는보리덮밥하나뿐이다. 단 하나의 메뉴를 제외하고는 모두 바꿔왔다. 애초 간단한 음식을 팔던헤이하치자야가 고급 요리 전문점으로 변신하게 된 이유는 교토에 철도가 개통됐기 때문이다. 원래 식당의 위치는 유동객이 풍부한 육로 옆이었다. 그러다 철도가 개통되면서 유동객의 흐름이 철도역을 중심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겪게 됐다. 가게문을 닫을 것인가 아니면 변신을 선택할 것인가 심각한 고민 끝에 요리전문점을 선택했다. 시대와 상권의 변화가 혁신을 요구한 셈이다.

 

수요세미나에서헤이하치자야의 동영상에 이어 이탈리아 피자 명가스타리타를 소개했다. 1901년에 창업한 피자가게로 현재 3대 사장인 안토니오 스타리타가 운영하고 있다. 나폴리에 위치한 이 피자 레스토랑의 메뉴는 모두 몇 가지일까? 임직원들에게 퀴즈를 냈다. “세 가지 미만일 겁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복잡한 메뉴 대신 선택과 집중을 해야만 효율적으로 매장을 운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매우 설득력이 있는 대답이었다.

 

그러나 실제 이 피자가게에는 70가지 메뉴가 있다. 11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나폴리의 피자 명가에 선택과 집중을 포기한 것처럼 보일 정도로 수많은 메뉴가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3대 사장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이탈리아에도 맥도날드 같은 수많은 패스트푸드 전문점과 새로운 입맛의 체인형 레스토랑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110년 넘은 가게라는 자부심만 가지고는 새로 자라는 어린이들의 변화된 입맛을 사로잡을 수 없다. 그래서 어린이들이 즐기고 기억하는 재미있고 맛있는 신메뉴 개발을 멈출 수 없다.” 이 레스토랑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밀가루, 치즈, 소금, 해산물만을 사용하는 110년의 전통은 유지하되 변하는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끊임없이 신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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