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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by Map

류현진이 마운드에서 내려오자 野神 김성근은 승부를 시작했다

송규봉 | 135호 (2013년 8월 Issue 2)

 

 

편집자주

DBR은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거나 혁신에 성공한 사례를 소개하는 ‘Management by Map’ 코너를 연재합니다. 지도 위의 거리든, 매장 내의 진열대든, 선수들이 뛰는 그라운드든 공간을 시각화하면 보이지 않던 새로운 정보가 보입니다. 지도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지혜와 통찰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추신수와 류현진의 첫대결

 

첫 대결은 류현진의 우세로 끝났다. 2013 728 LA다저스 구장. 투수 류현진과 타자 추신수의 대결에서 추신수는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다. 류현진은 1회에서 추신수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3회에는 1루수 앞 땅볼로 처리했다. 6회 세 번째 맞대결은 류현진의 승리였다. 초구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2구는 볼을 던졌다. 3구째 변화구는 볼. 4구째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유도했고 5구째는 파울이었다. 6구째 낮게 떨어지는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경기 후 추신수는 류현진에게왜 직구를 던지지 않았냐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는 철저한 분석에 따른 결과였다. 추신수는 빠른 공에 강하고 변화구에 약하다. 추신수는 올 시즌 특히 좌투수의 슬라이더에 극히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슬라이더가 들어왔을 때 타율이 124리에 불과하다. 여러 구종 중 가장 성적이 좋지 않다. 류현진은 추신수를 상대로 3타석 동안 총 13개의 공을 던졌는데 이 중 슬라이더가 6개다. 특히 6회 맞대결에선 슬라이더를 3개 던졌고 커브를 결정구로 활용해 삼진을 유도했다. 류현진은 추신수의 강점은 피하고 약점에 집중했다.

 

<그림 1>은 올 시즌 추신수가 좌투수와 대결할 때 안타를 가장 많이 쳐낸 강점존(Hot Zone)이다. <그림 2>는 같은 팀 왼손 타자 제이 브루스의 좌투수 대상 강점존이다. 추신수는 스트라이크 존 2곳에서만 강점을 보였다. 팀 동료 브루스의 경우 좌투수 대상 스트라이크 존 6곳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브루스는 좌투수에 강하다. 2010시즌부터 좌투수 상대 홈런 41개로 리그 전체 좌타자 중 가장 많은 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류현진과 추신수의 첫 대결이 있던 날도 유일하게 류현진에게 홈런을 뺏은 타자다.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의 시각화된 데이터는 선수의 특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1

 

기회를 만드는 데이터베이스

 

류현진은 한국에 있을 때도 가장 공략하기 어려운 투수였다. ‘야구의 신이라 불리는 김성근 감독은 류현진을 공략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썼을까? 김성근 감독은 류현진이 마운드에서 내려간 후 중간계투가 나올 때 주로 경기의 승부를 걸었다. 야구는 상대보다 1점을 더 내면 이기고 1점이 부족하면 진다. 상대팀에 류현진은 한 명이다. 류현진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경기에서 이겨야 한다. 그러니 나머지 투수들을 철저히 분석해서 승리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인 것이다.

 

 

 

야구는 확률이고, 확률은 경향이고, 경향은 데이터 속에 숨어 있다. 선수들의 작은 습관까지 꿰고 있어야 미세한 변화를 잡아낼 수 있고 그것으로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 2008년 한국시리즈 5차전 9회 말 1사 만루 상황에 두산의 4번 타자 김현수가 타석에 들어섰다. SK 20으로 앞섰지만 위기에 놓였다. 9회 말 투수 채병용은 약속대로 마지막 결정구를 싱커로 던졌다. 타구는 투수 앞으로 굴러갔다. 내야수 출신 채병용은 정확하게 홈으로 공을 던져 3루 주자를 아웃시켰다. 포수는 다시 1루에 공을 던져 타자를 아웃시켜 병살타를 만들었다. 경기의 흐름이 바뀐 순간이다.

 

2008년 시즌 김현수는 대한민국 최고 타자였다. 357리로 타격왕이었다. 타격왕 김현수는 한국시리즈 동안 21타수 1안타로 주저앉았다. 이것은 그저 운이 좋지 않아서였을까? SK 전력분석실은 김현수의 1년치 타격영상을 철저히 분석했다. 야구를 운에 맡길 수 없기에 데이터를 분석한 것이다. 5차전 9회 말 투수가 마지막 결정구로 던진 변화구 싱커는 한국시리즈 내내 김현수에게 한 번도 던진 적이 없는 종류의 구질이었다.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사용하려고 SK 포수 박경환이 아껴두고 아껴둔 공이었다. 9회 말 1사 만루, 절체절명의 위기에 사용하기 위해 끝까지 숨겨둔 비밀무기였다.2  경기는 20으로 끝났고 SK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 지었다.

 

프로야구 감독은 선수들에 대한 세세한 기록은 대부분 코치들에게 맡긴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은 직접 수첩에 일일이 선수에 관한 사항을 기록한다. 전력분석실을 가동하는 중에도 기록은 변함이 없다. 김 감독은 40년 동안 기록에 집착해왔다. 예를 들어 김 감독의 오래된 수첩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김재현, 낮은 자세를 취해 변화구를 받아 쳐 안타를 만들다.’ 그날의 상황, 상대투수, 선수의 자세와 결과까지 행동 하나하나를 빠짐없이 기록해둔다. 40년 동안 기록을 축적해오면서 경험을 쌓고 결정적인 순간 직관에 따라 작전을 펼쳐 명장반열에 올랐다.

 

데이터로 선입견을 내려놓다

 

편의점 전문기업의 교육장. 점포개설 실무에 5∼7년 이상 경험을 쌓아온 20명을 대상으로 GIS 상권분석 강의를 진행했다. 교육책임자는웬만한 외부교육은 거의 다 받아봤기 때문에 대충 준비해오면 창피 당할지 모르니 철저히 준비해달라고 여러 차례 부탁했다. 강의의 목표를 기존의 선입견을 버리고 자신의 업무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것에 맞췄다. 그래서 수강생의 마음을 겸허하게 만들어 새로 듣고 볼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에 주목했다.

  

 

초청기업이 운영하는 편의점 3개의 고객 데이터를 미리 분석해 갔다. 강의시작과 동시에여기 <지도 1>은 서울시 홍대상권의 지도입니다. 4대 주요 편의점 브랜드의 점포는 회색 사각형으로 표시했습니다. 마포구 서교동에만 모두 63개가 있습니다. 여러분 회사의 점포는 20개가 넘습니다. 그중 따로 3개만 검은색 동그라미로 크게 표현했습니다. 3개 중에서 매출이 가장 높은 곳을 맞춰보세요. 1) 홍대정문점 2) 홍대거리점 3) 합정역점 셋 중 하나를 골라 보세요. 확률은 3분의 1입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은 일일 평균이용객이 123800명이다. 2012년 기준 2호선 50개 전철역 일일 평균이용객 62200명의 약 2배다. 강남역(206700), 잠실역(149500), 신림역(147900), 삼성역(143600)에 이어 홍대입구역은 2호선 중에서 5위다. 합정역은 51300명으로 22위다. 합정역은 6호선(18400)과 환승이 가능하다. 홍대 서울캠퍼스에는 약 8000명이 상주한다. 당연히 홍대입구역에서 홍대 정문으로 이어지는 곳에 가장 많은 유동객이 형성된다.

 

처음 지도만 보고홍대정문점의 매출이 가장 높을 것이라고 상상했다. 편의점 매출은 유동객의 규모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이다. 교육을 신청한 현업 담당자들은 대부분 2)번을 정답으로 꼽았다. 이유를 물어봤다. 편의점 매출은 유흥상권의 심야시간대가 굉장히 중요한데 2)홍대거리점은 주차장 골목이 끝나는 유흥상권 끝자락으로 클럽들과 새벽까지 영업을 하는 주점들이 많아 가장 매출이 높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1)번을 꼽은 직원은 한 명도 없었고 3)번을 꼽은 직원도 거의 없었다.

 

정답이 3)번이라고 하자 교육장이 잠시 술렁거렸다. 그것도 연매출 기준으로 3) 합정역점 2) 홍대거리점

1) 홍대정문점순이며합정역점홍대정문점에 비해 약 3배나 매출이 많다고 하자 교육장은 더 어수선해졌다. 당장매출 데이터를 어디서 받았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신용카드사에서 결제데이터를 받았다고 답했다. 시작할 때보다 강의에 대한 몰입도가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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