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로스쿨의 Negotiation Newsletter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대 로스쿨의 협상 프로그램 연구소가 발간하는 뉴스레터 <네고시에이션>에 소개된 ‘Are you ready for the hardest question?’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NYT 신디케이션 제공)
노련한 협상가로서 당신은 양측의 이해관계와 타협의 여지가 없는 항목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어떤 타결안이 나올 수 있는지 상상해본다. 개인의 개성과 문화를 고려하며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그에 대해 상대방은 어떻게 응수해올지 등을 생각하며 협상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통상의 준비 과정에서 내가 ‘가장 어려운 질문’이라고 부르는, 상대방이 물어올 수 있지만 답하기 어렵게 느껴지는 질문은 종종 무시된다. 이런 질문에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답해야 효과적인 동시에 윤리적일까? 직설적인 질문을 받았을 때는 허둥대거나 불리한 답을 유도하는 함정에 빠졌다고 느낄 수 있다. 이런 질문들은 순수한 궁금증인 것처럼 가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상대방을 조종하기 위한 기술일 수 있다. 이렇게 부당한 질문에는 선의의 질문에 대한 것처럼 답해줄 의무가 없다.
가장 어려운 질문이라는 함정을 피하려면 우선 내게 가장 어려운 질문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협상 준비의 한 부분으로 상대방이 질문할 만한 항목 중 전술상, 감정상, 혹은 윤리적 이유로 답하기 어려울 만한 것들을 파악해보라. 맞닥뜨리기 전에 미리 예상해보면 큰 실수를 하는 값비싼 대가를 피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은 매우 개인적일 수 있다. 어떤 사람에게 답하기 힘든 질문이 다른 사람에게는 쉬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습을 피하기 위해 실제로는 받을 것 같지도 않은 질문을 동료나 다른 사람에게 생각해봐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다. 흔히 받는 ‘가장 어려운 질문’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이것이 저의 최종 제시안입니다. 받아들이든지 아니면 관둡시다. 지금 바로 답해주십시오. 답변은 무엇입니까?”
실제로 이런 상황에 처했다면 당신은 관두는 대신 어쩔 수 없이 그 제시안을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양쪽 모두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며 탈출구가 필요하다.
“왜 이 사업을 팔려고 하시는 겁니까? 곧 가치가 떨어질 만한 상황이 올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 아닙니까?”
사업 전망이 나빠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솔직히 당신도 잘 모른다.
“(당신이 생각하는 보상의) 하한선은 얼마입니까?”
이 일은 매우 괜찮기 때문에 만약 당신이 더 부른다면 고용주는 당신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급여보다 훨씬 낮은 금액을 부를지도 모른다.
“이 계약을 맡기에는 경험이 너무 부족하시지 않나요?”
사실 경험 부족은 당신의 큰 단점이다. 이 때문에 과거에도 계약을 놓쳤다.
문제가 될 만한 질문들을 추려낸 다음에는 답변을 브레인스토밍해보고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한다. 가장 어려운 질문에 부딪치면 그냥 다 보여주거나 비협조적으로 나가거나 거짓말을 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믿을 만한 사람들과 브레인스토밍을 하면 더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일반적인 접근법을 생각해보고 여기에 당신이 편안하게 쓸 수 있는 단어들을 얹으면 된다. 여기 해볼 만한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일단 인정하고 프레임을 재설정한다.
질문을 받아들인 후 서로 사용하는 용어로 프레임을 재설정한다. 그리고 더 긍정적인 쪽으로 초점을 옮긴다. 자금을 대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도 오퍼를 받지 않았는지 물어보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물론 다른 가능성도 알아보는 중입니다. 당신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당신의 관심사와 저의 능력이 얼마나 잘 맞아 떨어지느냐 겠지요? 저는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좀 더 파고 들어보죠.”
전세를 역전시켜라.
부동산 판매업자가 고객에게 물었다, “얼마까지 지불하실 수 있는지 상한선을 알려주시면 좀 깎을 여지가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나의 동료인 하워드 래파(Howard Laiffa)에 의하면 고객은 껄껄 웃으며 답했다.
“글쎄요. 당신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하한선을 알려주시면 제가 좀 더 드릴 여지가 있는지 생각해보겠습니다.”
고객의 답에는 교양과 재치가 있었고 협상은 프로페셔널하게 진행됐다.
‘객관적 기준’을 찾아라.
받아들일 수 있는 최종안을 알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면 받아들이거나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알려주기보다는 조절할 수 없는 ‘객관적 기준’으로 초점을 옮길 수 있다. 다음의 답변에서 볼 수 있듯 여기서는 철저한 조사가 관건이다. “이 지역에서 팔리고 있는 비슷한 물건들 가격과 비슷해야 한다는 점이 제게는 중요합니다. 적정선보다 덜 받거나 더 받을 생각이 없습니다. 비슷한 물건에 대한 객관적 자료가 여기 있습니다. 공정한 가격을 알아보도록 하죠.”
다음으로는 답변을 연습해라. 당신이 부딪칠 ‘가장 어려운 질문’에 대한 좋은 답변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말로 표현하는 것이 편해질 때까지 구체적인 문장으로 말해봐야 한다. 가장 어려운 질문을 날카롭게 바꿔가며 던지고 스스로 한 답변에 다시 도전해본다. 성공적으로 대화를 끌어갈 수 있도록 도와줄 상대방을 구해 역할극을 해보는 것이 이상적이다.
네 번째, 당신의 답변을 적응시켜라. 생각해볼 수 있는 가장 어려운 질문에 답변할 준비를 한다고 해서 그 질문이 반드시 나오거나, 혹은 설사 그 질문이 나온다 해도 당신을 착취하려는 의도를 갖고 하는 것은 아니다. 협상 전문가인 로저 피셔가 조언했듯 “당신의 두려움으로 상대방의 의도를 추론하지 말라.” 상대방의 말을 열심히 듣고 그 의도를 파악하라. 상황에 맞지 않으면 미리 준비한 답을 불쑥 말하지 말라.
마지막으로 질문을 넘어서야 한다. 가장 어려운 질문에 대해 준비하는 것은 추가로 수집해야 할 자료 및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취해야 할 행동, 가장 어려운 질문을 비껴가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을 파악하게 해준다.
위의 조언들을 따랐는데도 답하는 일이 벅차게 느껴진다면 당신 대신 협상해줄 대리인을 찾는 편이 낫다. 물론 타협할 여지가 없는 조건을 많이 만들어두면 불만족스러운 협상을 그만두는 일이 쉬워질 것이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질문에 답변할 준비를 충분히 해서 그 질문을 무력화하면 성공적인 협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번역 |윤자영 [email protected]
제임스 서베니어스
제임스 서베니어스(James K.Sebenius)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이며 하버드 협상 프로젝트의 디렉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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