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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준비로 꽃피운 금호의 인생 2막

김선우 | 121호 (2013년 1월 Issue 2)

 

“내 인생은 마흔여섯에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소. 그 이전 세월은 준비기였지. 해방이 되고 처음 택시사업을 시작했을 때 나는 스무 살 젊은이라고 생각하고 뛰어다녔어. 그러니까 나는 이제 겨우 40대요.” -1960년 지인과의 대화 중

 

금호(錦湖) 박인천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자(1901∼1984)는 매우 독특한 인생 궤적을 가졌다. 이 코너를 통해 소개된 국내 대기업 창업자들 중에는 이미 젊은 시절에 장사를 시작하거나 창업을 해서 큰돈을 번 사람이 많다. 초기에 실패를 경험한 창업자도 있지만 그것도 한두 번뿐이었다. 대부분 젊은 시절에 크게 성공한 것을 기반으로 대기업을 일구었다. 하지만 금호는 달랐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농사는 절대로 짓기 싫었던 그는 젊은 시절부터 장사를 하겠다고 이것저것 손을 많이 댔지만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다.

 

사채업도 해봤지만 돈을 떼어먹은 사람의 사정을 들어보고는 불쌍해서 결국 사업을 접었다. 형이 팔아보겠다고 가져다 놓은 귤 한 상자를 보고 귤 하나만 먹어보겠다고 했다가 맛있어서 결국 다 까먹기도 했다. , 백목, 가마니 장사도 해봤지만 손대는 것마다 손해를 봤다. 동네 사람들은이번엔 또 무슨 장사를 하는가하며 그를 비웃었다. 1923년에는 일본행 배에 올랐다. 성공하기 전에는 절대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다짐을 한 터였다. 하지만 그는 일본에서 열흘도 못 버티고 돌아왔다. 일본에서는 일자리는커녕 하룻밤 숙소도 구하기 어려웠다.

 

일본에서 돌아온 뒤, 정신을 차린 금호는 경찰이 됐다. 보통학교 2년 중퇴의 학력이었지만 머리가 비상했던 그는 어렵지 않게 순사시험에 합격했다. 그리고 문관시험에까지 합격했다. 요즘의 사법시험에 해당하는 시험이다. 하지만 가슴 어딘가가 허전한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사업의 꿈은 여전히 꿈틀대고 있었던 것이다.

 

해방 이듬해인 1946, 금호는 공무원 생활을 그만두고 전남 광주에서 택시 2대로 운수업을 시작했다. 이때 금호의 나이가 45세였다. 정부가 처음으로 국민들의 평균 수명을 조사한 해인 1970년 한국 남성의 평균 수명은 58.67세였는데 1940년대는 이보다 낮았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금호는 인생 황혼기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셈이다. 황혼기에 시작한 사업을 그는 남들보다 두세 배 더 많이, 더 빨리 뛰며 회사를 키워갔다. 이후 사업을 하면서 어려움을 겪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젊은 시절과는 달리 금호는 대체로 성공 가도를 달렸다. 45세 때의 택시 2대가 이후 버스 회사인광주여객으로 발전했고 나중에는 아시아나항공이라는 글로벌 항공사의 기틀이 된 것이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가 자랑하는 아티클 중 경영학의 대가인 피터 드러커 교수가 1999년에 쓴 ‘Managing Oneself’라는 글이 있다. 경영 전략이 아닌 개인들의 인생 전략에 관한 이 글에서 드러커 교수는우리는 정신적으로 깨어서 50년 동안의 인생 근로 기간 중 언제, 어떻게 우리가 하는 일을 바꾸어야 할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인생 2막을 위한 단 하나의 필수조건은 실제로 인생 2막을 시작하기 훨씬 전부터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금호는 해방 이후 격변기를 틈타 사업을 일으켰고 공무원에서 성공적인 기업가로 변신을 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일찍부터 이를 준비해 왔다. 마치 금호가 드러커 교수의 마음을 읽은 것 같다.

 

많은 직장인들이 인생 2막을 꿈꾼다. 하지만 두려워서 선뜻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놓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또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금호의 인생 궤적을 보면 너무 늦었다는 건 핑계가 될 수 없다. 2013년 새해, 인생 전략을 한번쯤 점검해볼 시점이다.

 

김선우 기자 [email protected]

필자는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에서 인문지리학을 전공하고 University of Washington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2001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사회부, 문화부, 경제부, 산업부에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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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선우

    김선우[email protected]

    경영 칼럼니스트

    필자는 브리티시컬럼비아대에서 인문 지리학을 전공했고 워싱턴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12년 동안 동아일보와 DBR에서 기자로 일했다. 미국워싱턴주에 거주하면서 네이버 비즈니스판, IT전문 매체 아웃스탠딩 등에 미국 IT 기업 관련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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