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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교수의 전략 멘토링

불확실성 시대에 가치 높아지는 리얼옵션 전략

이승현 | 116호 (2012년 11월 Issue 1)

 

서브프라임 위기를 기회로 사용한 현대자동차

 

위기(危機)라는 단어는 위험이라는 뜻의 글자와 기회라는 뜻의 글자로 이뤄져 있다.1  대부분의 기업들에 있어서 위기는 기업의 미래를 위태롭게 만드는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되지만 창조적인 기업은 새로운 전략을 통해 위기상황을 절호의 기회로 이용할 수 있다. 하나의 좋은 예가 미국시장에서 현대자동차의 선전이다.

 

서브프라임 위기 직후인 2009년도는 미국인들에게는 허리띠를 바짝 동여매야 하는 시기였다. 특히 자동차 시장이 얼어붙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가장 경제불황이 심했던 2009년 상반기를 보면 잘나가던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차들은 전년 대비 25%까지, 미국 자동차회사들은 35%까지 매출이 떨어졌다.2  경제침체 속에서 소비자들이 소비를 줄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많은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소비자들에게 실직을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소비를 줄여야 하는 너무나 자명한 이유가 된다. 이런 시기에 큰돈이 들어가는 물품을 산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자동차는 그런 물품 중에서 대표되는 것이다. 거의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이 시기에 심각한 매출저하를 경험한 것은 별로 놀랄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어려움 속에서 유독 현대자동차만 전년 대비 5% 정도의 매출향상을 보였다(2009 년에 약 435000). 다른 자동차 제조사와 다르게 엄청난 기회로 만든 것이다.

 

일반인들에게 해고를 당하거나 실직을 당할지도 모르는 상황은 아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사실, 아예 해고가 확실시되는 상황은 해고를 당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비하면 불확실성이 많이 줄어든 상태다.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은 어떤 일이 벌어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며 그런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도 알기가 아주 어려운 상황을 말한다. 그러므로 해고나 실직의 위험이 있다는 것은 확실히 해고를 당하거나 실직을 당한 상황보다 나쁘지 않은 상황일 수는 있어도 불확실성은 높은 상황이다. 이런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는 개인이나 기업들이 어떤 결단을 내리고 계획을 수행하기가 아주 어렵다.

 

현대자동차는 미국에서의 이 위기를 보증 프로그램(assurance program)으로 극복했다. 2009 1월에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현대자동차를 구매한 소비자가 1년 안에 해고를 당하거나 실직했을때 구입했던 자동차를 현대자동차 딜러에게 되돌려주면 원래 지불했던 가격을 다시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통상적으로 중고자동차 가격이 가장 많이 하락하는 시기가 새 자동차를 사고 나서 처음 1년 동안이다. 따라서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구입한 새 자동차의 가치가 가장 많이 하락하는 시기에 그 가치하락에 대한 손실을 해고나 실직을 했을 때 보상해 주는 이 프로그램은 혜택이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해고나 실직의 가능성으로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에 있는 소비자라면 확실히 유혹을 느낄 것이다.

 

뭔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바라지 않은 상황이다. 무슨 계획을 세워도 그 계획이 돌발상황 때문에 바뀌어야 하거나 계획이행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난처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은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최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해고가 될지 모르는 상황은 피해간다고 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덜컥 자동차를 구매했는데 실제로 실직하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현대자동차는 이러한 소비자의 불확실성을 판매자인 현대자동차가 대신 떠안겠다는 전략을 내세운 것이다.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일어날지도 모르는, 그리고 일어날 경우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는 해고 또는 실직이라는 상황에 대비해 만약에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 모든 부담을 판매자인 현대자동차가 책임을 질테니 고민하지 말고 자동차를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개념이다. 이는 마음의 안정을 줌으로써 해고나 실직의 위험이 있을 수도 있는 상황에 자동차를 사는 데 대한 부담감을 줄여준다.

 

앞서 얘기했다시피 이 전략은 큰 성공을 거뒀다. 다른 업체들은 심각한 매출저하에 허덕이고 있는 와중에 프로그램 시행 첫 달인 2009 1월의 매출은 전년도 동기 대비 14.3%나 증가했다.3  그렇다면 이 보증 프로그램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큰 성공을 거뒀을까? 그리고 왜 다른 기업들은 이 좋은 프로그램을 바로 따라하지 않았을까? 이런 전략은 리얼옵션(real option)이란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리얼옵션(real option)

 

리얼옵션(Real option)은 실물옵션이라고도 불리며 금융옵션(financial option)이라는 개념에서 파생됐다.4  옵션이란 지정된 날짜 전에 지정된 가격으로 특정한 자산을 구매해야 하는 의무는 없지만 구매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는 것을 말한다.

 

주식옵션의 예가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어떤 옵션이 3만 원에 어떤 주식을 지정된 날짜 전 아무 날에나 살 수 있는 권리를 준다고 하자. 어느 한 날에 그 주식의 값이 5만 원이 되면 옵션의 보유자는 당연히 옵션을 행사할 것이고 그럼으로써 2만 원의 이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그 주식의 가격이 1만 원으로 떨어지면 그 주식을 사야 하는 의무는 없기 때문에 옵션을 행사하지 않는다. 옵션의 가치는 이러한 유연성에 있다. 만약에 유연성 없이 지정된 날짜에 이 주식을 꼭 사야 한다면 주식가격변동이 심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유연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옵션 그 자체에 대한 가격만 지불하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옵션은 하방위험(downside risk)은 줄여주고 상방가능성(upside potential)은 높여준다. 이런 상방가능성은 불확실성이 높으면 높을수록 옵션소유주에게 더 큰 이익을 준다. 하방위험은 제한적인 반면 상방가능성은 무제한적이기 때문이다.5

 

 

 

<그림 1>을 보자. y축은 미래가치를, x축은 불확실성의 정도를 가리킨다. 일정수준(옵션실행선) 이상의 미래수익이 있을 경우에만 옵션을 행사할 동기가 있다. 또한 미래수익 또는 손실에 대한 가능범위가 넓을수록(오른쪽으로 갈수록) 불확실성의 정도는 커진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옵션의 가치가 늘어난다. 엄청난 수익을 얻을 수도 있고 엄청난 손실을 볼 수 있는 상황에서도 옵션을 이용해서 손실을 최소화하고 수익을 최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옵션은 불확실성이 높으면 높을수록 옵션소유주에게 더 큰 이익을 준다.

 

 

 

이런 구조가 실물에 적용됐을 때 이를 실물옵션 또는 리얼옵션이라고 부른다. 특정 사업 투자기회를 놓고 이 기회에 투자하거나 하지 않는 것은 옵션이다. 일반적으로 그 기회가 좋은 기회인지 아닌지 알기 위해서는 적은 초기투자가 필요한데 이 투자를 옵션을 구입하기 위한 가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투자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옵션행사를 통한 이익으로 본다. 여기서 다른 중요한 요소는 만기되는 기간과 불확실성의 정도, 그리고 옵션을 행사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금액이다. 마지막으로 주식옵션에서 쓰는 무위험이자율(은행 예금처럼 실패할 위험 없이 가져올 수 있는 수익률)이 중요한 요소인데 실물옵션에서는 투자의 기회비용이 이에 해당한다.

 

리얼옵션이 다른 경영전략과 다른 점은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옵션의 가치는 높아진다는 것이다. 불확실성은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고 잘 다뤄져야 할 대상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리얼옵션에 들어 있다. 상황이 어떻게 변화할지가 불확실할수록 옵션적 투자 마인드를 가지고 투자를 하는 것이 지혜로운 전략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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