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vironment Creation Management
편집자주
경영 환경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불확실성 시대에 최고경영자들에게 바람직한 전략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DBR과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이 공동으로 4T CEO CSV 과정을 개설합니다. 이 과정을 만든 취지와 의미를 최용주 교수가 설명합니다. 환경 적응을 넘어 환경 창조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통해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혜안을 얻어가시기 바랍니다.
‘창조와 혁신’의 시대에 기업이 대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기업은 ‘창조와 혁신’의 시대에 더 이상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려 하지 말고 기업 스스로 외부 환경을 재구성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기업 스스로도 단순히 내부역량을 개발하고 키워나가는 것에 머물지 않고 기존 핵심역량이라 여겼던 것을 체계적으로 파괴하고 재구성해야 한다. 기업 내부의 창조적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필자가 몸담았던 ‘풀무원’의 창조 혁신 사례를 통해 환경창조기업이 되기 위한 세 가지 조건을 살펴본다.
풀무원은 ‘깨끗하다, 신선하다, 믿을 만하다’는 고객평판을 받기 위해 노력했다. 풀무원은 이웃사랑, 생명존중이라는 브랜드 정신을 전략으로 연결했고 꾸준한 실행을 통해 성과를 창출했다. 예를 들어 판 두부를 포장 두부로, 시루 콩나물을 포장 콩나물로 소비자 구매 패러다임을 바꿨다. 국내 최초로 샘물사업을 시작했고 샘물산업의 규격을 만들기도 했다. 또 착즙 녹즙사업과 신선 제품배달사업을 개척했으며 적자사업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던 유기농 제품의 유통사업을 오랜 혁신활동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사업으로 바꾸어 내기도 했다. 브랜드 정신-전략-실행-성과의 과정을 일관적으로 만들어낸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 풀무원은 환경창조를 위한 원동력으로서의 창업경영자, 신규 혁신사업의 경영자가 우대받는 충만한 기업가정신 문화를 형성했다. 남들이 실행하기 어렵다고 여겨온 분야를 개발해 사업을 만들고 경쟁의 룰을 만들어 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선발기업이 탄탄히 버티고 있는 라면시장에 도전한 ‘생라면’ 사업, 무산(無酸)처리 김 사업, MSG를 사용하지 않은 김치사업, 동물복지를 감안한 유정란 사업, 4000∼5000여 개 이상의 제품 단량을 취급하고 유통하면서 동시에 품질관리를 해야만 하는 유기농 제품의 유통사업화 등은 기업가정신에 충만한 문화와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성공하기 어려웠다.
환경창조 패러다임을 통해 기업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경영자가 투철한 ‘기업가 정신(Entrepreneur ship)’으로 무장돼야 한다. 과거 산업화 시대의 기업가정신은 ‘창조’라기보다는 ‘실행’ 중심이었다. 미국 철강산업의 카네기, 한국의 고 정주영 회장, 박태준 회장으로 대표되는 ‘하면 된다’는 강력한 추진력이 기업가 정신을 대표했다. 반면 환경창조경영에서의 기업가정신은 산업화 시대의 그것과 차이가 있다. 스티브 잡스와 마크 저커버그 등은 ‘창조와 혁신’이라는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돼 있다. 기업가정신은 혁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내는 원천 역할을 한다. 환경창조경영을 하려면 어떻게 조직을 기업가정신으로 충만한 사람들로 채울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둘째, 기존 사업의 변화와 탐구를 통해 끊임없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했다. 2000년 초반 풀무원은 식재 공급사업 시장의 낙후됐던 거래형태와 관행에 도전하며 새로운 사업모델 혁신을 시도했다. 식재의 산지로부터 최종 수요자에게 이르는 단계를 축소하고 식재의 주문 방법과 주문단위를 체계화했으며 구매의 투명성을 구현해 공급자와 구매자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당시 거래 관행이나 참여도를 감안할 때 결코 쉽지 않은 사업이었으나 꾸준한 노력의 결과로 사업화10여 년 만에 4500억 원 규모의 새 사업을 창출할 수 있었다. 이러한 혁신활동이 활동 그 자체에 머물지 않고 동시에 기업의 수익을 연결되는 사업모델을 완성함으로써 고속 성장을 구현할 수 있었다. ㈜푸드머스라는 이름의 풀무원 계열기업은 비즈니스 모델 개발의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환경을 창조하려는 경영자들은 사업을 ‘비즈니스 모델’의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 비즈니스 모델은 일종의 사업의 설계도다. 사업을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차원에서 벗어나 비즈니스 모델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낼 수 있다. 또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 수익모델에 의해 기존 방식은 파괴된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의해 기존의 사업모델이 바뀌게 된다는 뜻이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기존사업에 대한 체계적인 폐기 없이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설계 또한 어렵다는 말도 된다. 그러므로 새로운 기회가 발견되면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 새로운 사업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셋째, Ultimate Soy(콩 제품에 있어서 세계적인 기업이 된다는 의미), Quality Health(건강지향적인 제품과 서비스로 고객에 가치를 제공한다는 의미), Fresh Extreme(제품의 개발 및 냉장유통역량과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보다 신선한 상태에서 고객에까지 제공한다는 의미) 세 가지 전략은 2000년대 중반 풀무원의 성장을 견인했다. 상시적인 제품과 채널혁신도 한몫했다. 이런 전략의 근간에는 이웃사랑, 생명존중의 브랜드정신이 자리잡고 있다. 역경이 있더라도 브랜드 정신과 관련해서는 타협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제품완전표시를 최초로 시행했고 자체적으로 제조원칙, 첨가물 사용원칙, 유통원칙을 제정하고 협력회사와 함께 지켜갔다.
풀무원은 네슬레, 다농과 같은 글로벌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및 합작투자를 성사시켰다. 또한, 미국 서부 최대의 두부업체인 와일드 우드(Wildwood)를 인수함으로써 미국시장에서 가장 큰 두부업체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미국 중부의 몬터레이 고메이(Monterey Gourmet Foods, Inc.)사를 인수함으로써 미국 내에서 종합식품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이런 방법을 통해 풀무원은 환경창조경영을 행동으로 실천했다.
이처럼 환경창조기업은 인수합병(M&A)과 합작투자(Joint Venture·JV)에 능하다. 구글은 2001년 이후 2011년까지 무려 102개 기업을 인수했다. 활발한 인수합병은 다분히 전략적 목적하에서 진행되고 있다. 기술적 생태계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목적과 차세대의 성장동력을 준비하는 목적 등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많은 한국 기업의 경영자들에게 인수합병이나 전략적 제휴는 아직 낯설다. 환경창조경영 패러다임하에서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인수합병과 제휴를 위한 역량을 축적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환경창조기업은 디자인 전략에도 능하다. 최근 삼성과 애플의 소송에서 양측은 상대가 자신의 기술과 디자인을 모방했다고 주장한다. 미래 경영에서 디자인은 단순한 ‘포장’이 아니다. 기업에 반드시 필요한 ‘창조적 영감’을 제공하는 원천이다.
지금까지 기업의 경영자가 눈여겨봐야 할 환경창조경영을 위한 요소와 사례를 정리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경영자가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것은 시대의 흐름이다. 한국은 외환위기를 거치며 신자유주의 이념, 즉 주주 중심 자본주의를 적극 수용했다. 하지만 불과 10년여가 지난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주주 중심의 신자본주의가 한계를 맞았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대두된 새로운 자본주의 패러다임의 핵심은 ‘기업과 사회의 공존’이다. 기업은 이전까지 경제적 가치만을 추구해 왔으나 이제는 사회적 가치도 추구해야 한다. 실제 도요타, GE, 네슬레 등 초일류 기업들은 이미 두 가지의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공유가치(Shared Value)를 창조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공유가치 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은 두 가지의 가치를 동시에 실행할 수 있는 본질적인 경영활동이다.
전통적인 기업경영은 경영자가 기업이 갖고 있는 제품과 자원을 활용해 주어진 경영환경에 적절히 적응함으로써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환경적응경영’이었다. 하지만 21세기 기업경영은 경영자가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하고 자원과 제품이 아닌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해 공유가치를 창조하는 ‘환경창조경영’을 실천해야 한다. 기업의 미래는 환경창조경영의 도입과 실행 여부에 달려 있다.
최용주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email protected]
최용주 교수는 한양대 경영학 석사, 헬싱키경제경영대학원 EMBA를 취득하고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에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주제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IBS컨설팅 대표이사, 풀무원 부사장, 매일유업 부사장을 거쳐 현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이자 기획협력처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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